2024년 4월 25일 (목)
(홍)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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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는 죽을 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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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연 [fisherpeter] 쪽지 캡슐

2021-01-26 ㅣ No.144047

 

오늘 처음으로 본당 미사에 갔습니다. 3주 만에 갔습니다. 주일에 가려고 했는데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서 가지 못하고 마산교구 주교좌 성당에 저녁 미사에 참례했습니다. 이번 주부터는 본당 미사에 참석하려고 오늘은 마음 크게 먹고 갔습니다. 가는 발길이 천근만근이었습니다. 다리에 뭐 쇳덩어리를 달고 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성당에 도착을 하니 성당 입구가 컴컴했습니다.

 

제가 미사 한 시간 조금 더 전에 미리 갔습니다. ! 혹시 미사가 없는 것인가 생각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미사가 없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순간 다행이다.” 이런 생각이 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는 누나한테 전화를 하니 미사가 있는데 일찍 가서 아직 불이 켜 있지 않아서 그럴 거라고 했습니다. 순간 다시 긴장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 누나가 사전에 저를 위해서 수도원에서 나온 사실을 교우들에게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위해서 그랬던 것입니다. 그래도 가슴이 답답한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성당 사무실 입구에 불을 켜고 성전에 올라가서 예수님께 절을 하고 나오는데 작은 수녀님이 성전을 향해 올라오시는 것입니다. 제일 먼저 작은 수녀님을 만난 것입니다. 머리엔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쓰고 목도리까지 한 상태에서 인사를 드렸습니다. 수녀님, 어떻게 수도원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힘 없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하니 수녀님께서도 어느 정도 소문을 들어서 아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수녀님과 인사를 한 후에 잠시 후에 원장 수녀님이 오시는 것입니다. 원장 수녀님께도 인사를 드리니 수녀님께서도 용기를 내라고 하시면서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다시 나오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모자는 제가 수도승 머리처럼 머리를 깎았기 때문에 도저히 안 쓸 수가 없었습니다. 원래 평소엔 제가 거의 항상 미사 때는 제일 앞 줄에 앉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항상 개신교 다닐 때부터 저는 맨 앞줄에 앉는 게 하나의 습관이었습니다. 예전에 개신교 때 첫째 줄이 금메달 줄이라고 하는 속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제일 구석 모퉁이 자리에 앉았습니다. 도저히 앞에 앉을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근데 평소 신부님이 미사 전에 항상 앉으시는 자리가 있는데 그 자리를 생각하지 않고 앉았는데 미사 전에 신부님이 그 자리를 앉으시는데 죽을 맛이었습니다. 나중에 영성체 때 보시고는 약간 이상한 듯 보셨고 나중에 제가 나왔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미사 전 성전에서 약 50분 가량 제대 위에 십자가를 바라보며 묵상을 했습니다. 예수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예수님 정말 죽을 맛입니다. 살다 살다 이런 개망신을 당하게 되는군요. 한참 묵상에 잠기는데 마치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듯했습니다. 너는 그 정도 가지고 개망신이라고 하면서 나한테 죽을 맛이라고 하냐. 나를 봐라. 너는 고작 너와 같은 사람인 피조물이지만 나는 내가 만든 피조물한테 온갖 조롱과 모욕을 다 받았다.

 

내가 힘이 없어서 그런 모욕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마음만 먹으면 이 세상을 노아 홍수 때처럼 완전히 쓸어버릴 수도 있지만 내 분대로 할 것 같으면 이 세상은 전멸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들의 죄를 없애고 살리기 위해 말할 수 없는 그 수모를 당하면서 골고타를 피를 흘리면서 올라가 끝내는 십자가에서 못에 박히는 고통 속에서 죽었느니라.

 

나의 그런 고통과 수모를 생각한다면 지금 너의 모습이 어디 감히 나 앞에서 수모라고 할 수가 있겠니? 마치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또 하나 묵상한 게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강론이 생각났습니다. 겸손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는 살면서 수많은 굴욕을 당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 굴욕을 맛봐야만이 인간이 겸손할 수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저를 더더욱 겸손하게 하시기 위해서 저에게 굴욕을 경험하게 해 주셨다면 그 굴욕도 달게 받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미사 전에 저를 못 보신 자매님이 계셨는데 영성체 때 저를 보신 모양입니다. 제가 머리에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하고 해도 저를 어찌 알아보셨는지 앞에 제가 전화를 한 누나한테 저를 향해 뭔가 말을 하시는 모양인데 보니 저 뒤에 있는 사람 베드로 아니가 하고 물어봤다는 것입니다. 누나가 맞다고 하면서 그냥 지나가는 말로 추워서 나왔다고 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제대 가운데로 나오시길래 제가 인사를 드렸습니다.

 

수도원에서 나왔습니다. 면목 없습니다. 자매님 하니 자매님께서 안아주시면서 하느님 뜻이니 마음 편하게 가지라고 하셨습니다. 아마 여든 중반 정도 되실 겁니다. 어머니 장례미사 후에도 성당에서 나오는데 안아주신 분입니다. 사실 수도원 들어가기 전에도 그냥 들어가지 말았으면 하고 말씀을 하신 분이었습니다. 그래도 안아주실 때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아마도 저를 볼 때마다 짠하신 것 같습니다.

 

혼자서 믿지 않는 가족들 틈바구니 속에서도 좌충우돌하면서도 넘어지고 쓰러질 것 같으면서도 잡초처럼 다시 일어서서 나오고 하는 모양에서 보면 한편으로는 대견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성당에는 꺼져가는 심지 같은데 다시 살아나고 하는 그런 모습으로 지금까지 잘 성당에 나오니 아마 그분 마음속에는 짠하신 모양입니다.

 

이젠 굳이 변명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남자답게 깔끔하게 부족한 사람이라 수도원에서 나왔다고 말씀을 드리면서 겸허히 제 자신을 인정하고 다시 언젠가는 지금의 이 굴욕을 열심히 해서 설욕하는 날이 오도록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 꼭 설욕을 하고야 말겠다는 것을 굳게 다짐해보려고 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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