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홍)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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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어떤 이는 서른 배, 어떤 이는 예순 배, 어떤 이는 백배의 열매를 맺는다.” - 양주 올리베따노 이영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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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숙 [moon6388] 쪽지 캡슐

2021-01-26 ㅣ No.144048

 

마르 4, 1-20(연중 3주 수)

 

우리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비유의 마지막 구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들은 말씀을 듣고 받아들여,

어떤 이는 서른 배, 어떤 이는 예순 배, 어떤 이는 백배의 열매를 맺는다.”(마르 4,20)

 

여기서, 우리가 우선적으로 알아들어야 할 것은 말씀이 열매가 아니라 씨앗으로 뿌려졌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씨앗은 ‘선사된 것’(datum)이요, ‘먼저 베풀어진 사랑’이라는 사실입니다. 동시에, 그것은 열매를 맺는 권능 곧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선물인 말씀의 씨앗은 이미 우리 안에 뿌려졌고, 우리의 소명은 그 열매를 맺는 일입니다. 그것은 한 알의 밀알이 썩어야 열매를 맺듯이, 자신이 죽어야 맺는 일이요, 또한 그 열매는 자신이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내어주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기에, 열매는 자신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기보다,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맺어지게 됩니다. 곧 형제들과의 관계가 열매를 맺는 장소가 됩니다. 그래서 우리 서로는 구원의 길을 함께 가도록 짝 지워진 동반자요, 동행자가 됩니다. 그러니 내 형제, 내 공동체, 내 나라가 바로 나의 소명이 됩니다.

아를르의 체사리오는 말합니다.

“만일 누가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함으로써 ‘먹지’ 않는다면,

(먹지 않고 저장된) 말씀은 만나에 구더기가 끓었듯이 구더기가 끓게 될 것이다.”

 

한편, 이는 내가 몇 배의 열매를 맺고 있는가? 라는 질문은 내가 좋은 땅인지 아닌지를 묻는 질문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씨앗이 떨어질 때 그 땅이 좋은 땅 이었는지 아니었는지에 따라 열매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씨앗이 뿌려지면 그 땅은 그 씨앗으로 말미암아 좋은 땅이 되어가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땅은 씨앗과 함께 일구어지기 때문입니다. 곧 씨앗으로 말미암아 밭이 일구어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땅은 씨앗이 없다면 쓸모없는 땅인 것입니다. 단지 황무지에 지나지 않을 뿐입니다. 그러니 밭이 거룩한 것이 아니라, 씨앗이 거룩하고 씨앗으로 말미암아 밭이 거룩해지게 됩니다.

그러기에, 먼저 알아야 할 일은 밭에 씨앗이 선사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씨앗은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그 씨앗의 존재를, 그 가치를 깨닫는 일이요, 그 베풀어진 씨앗을 맞아들이는 일입니다. 곧 그 씨앗으로 말미암아 변화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땅의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그것은 땅을 지배하려들지 않고, 뿌려진 씨앗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입니다. 하늘을 쳐다보고 밭에서 일할 줄 알며, 땅의 노래를 하늘과 함께 부르는 사람이요, 동시에 하늘의 노래를 땅과 함께 부를 줄 아는 사람입니다. 땅을 윽박지르지 않고 갈라놓거나 파헤치지 않으며, 땅을 매만지며 피땀 흘려 자신의 지문을 새기는 사랑할 줄을 아는 사람입니다. 자신 안에 주님의 사랑이 부어졌음을 받아들이는 사람이요, 어느 누구에게도 사랑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하오니, 주님!

당신 말씀의 씨앗을 품고 살게 하소서! 당신 말씀으로 말미암아 살게 하소서!

말씀이 지금 여기, 내 형제와 더불어 내 공동체에서 이루어지게 하소서! 아멘.

 

 

 

-오늘말씀에서 샘 솟은 기도 -

 

좋은 땅에 뿌려진 씨는 이러한 사람이다.”(마르 4,20)

 

주님!

좋은 땅의 사람 되게 하소서.

하늘을 쳐다보며, 함께 땅의 노래를 부르는

땅을 지배하지도 윽박지르지도 않는

보살펴 매만지며 뿌려진 씨앗을 소중히 여기는

뿌린 씨를 거부하지 않고, 지지하며 북돋우는

씨앗의 소명을 도와주며, 열매를 맺어야 하는

마음 안에 사랑이 부어졌음을 받아들이는

그래서 누구에게나 사랑하기를 마다하지 않고, 결코 사랑하기를 그치지 않는

그런 좋은 땅의 사람 되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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