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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 신부 흉내 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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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 신부 흉내 내기
본당 사목을 할 때입니다. 그 해에는 4월 달에 사순 시기와 성주간, 성삼일과 부활절, 이어서 5월달에 ‘본당의 날’과 ‘성모님의 밤’ 등을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행사가 끝나면 마음속으로 ‘석진아, 행사 치르느라 힘들었지!’하고 말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본당 내 숨은 봉사자분들의 노고가 더 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하느님께 드리며 본당에서 헌신, 수고, 봉사해 주신 분들이 계시기에 교회 공동체는 계속 성장하는 듯합니다. 가까운 곳에 가서 바람도 쐬고, 점심식사를 하고 돌아올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 계획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함께 가시는 분들에게 깜짝 이벤트를 해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놀라움과 기쁨이 두 배, 세 배가 될 것이라 생각을 했고! 배 타고 섬에 들어간 후, 그 섬을 차로 한 바퀴 드라이브를 한 뒤에, 식당에서 조개구이와 칼국수를 먹은 다음, 차 한 잔 마시고 돌아오는 것입니다. 그때 함께 가는 일행분들 사이에서는 출발 전날까지 혼란이 있답니다. 그분들은 전교 수녀님에게 ‘어디 가서, 뭘 하고, 어떤 것을 먹는지’ 계속 물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전교 수녀님 역시, 아무것도 모르기에! 봉사자분들의 패션이 조금 독특했고, 운동화를 신은 것 같은데, 옷은 조금 정장 비슷한 것을 입으셨던 것입니다. 이것 또한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분들 생각에 주임 신부님이 경양식집을 데리고 가면, 거기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할 것 같았고, 야외로 간다면 좀 걸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운동화를 신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모를까 싶을 정도로 후회했습니다. 다녀와서 후회하기를 ‘미리 그분들께 서울 근교의 바닷가를 간다고 말씀드렸다면, 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차림하고 오셨을 텐데!’ 나에게는 묻지도 못하고, 계획도 몰랐으니…, 소풍 자체가 스트레스였겠다 싶었습니다. 날씨는 너무 좋았고, 차 안에서 함께 나눈 수다 또한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우리 차가 서서히 ‘인천 국제공항’ 도로를 달리자, 자매님 중 한 분이 ‘우리 외국에 나가는 건가요?’ 하며 깔깔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차는 공항 근처 바닷가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섬으로 가는 선착장 차량 대기 줄에 섰습니다. 그 섬으로 들어가는 배 앞에, 몇 대의 차는 이미 줄을 서 있었습니다. 우리를 발견한 여객 터미널 직원이 오더니, ‘어느 섬에 갈거냐’, ‘몇 시 배를 탈거냐’ 물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11시 배를 탈 것이라 말하자, 직원분은 일행분들의 신분증을 달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해맑은 미소로 뒤돌아보며 말하기를, 그 말을 듣자마자, 직원분의 차가운 한 마디!
본당 전교 수녀님과 본당 큰 행사에서 묵묵히 봉사해주신 분들을 모시고, 깜짝 이벤트로 배 타고 섬에 들어가 드라이브하고, 조개구이랑 칼국수를 먹는 프로그램! 그러나 일행 중에 두 분이 신분증을 가지고 오지 않아 계획은 시작부터 취소가 되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미리 말씀을 드릴 걸. 아… 깜짝 이벤트를 하다가, 다들 깜짝 놀랐네! 이런… 어떡하지….’ 서로 깔깔거리며 웃은 다음 ‘좋은 경험했네요!’ 하며 나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나는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생각에 멘-붕이 왔는데, 다른 일행분들은 신분증이 없어 배를 못 타게 된 상황이 웃음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공용 주차장에 차를 세운 다음 방파제 쪽으로 걷는데, 눈이 부시게 푸르른 바다와 부서지는 포말, 그리고 멀리서 나는 갈매기들로 인해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함께 간 일행들은 연신 사진을 찍으며, ‘좋다, 좋다’는 말만 연발하였습니다. 나 또한 그분들과 웃으며 바다 냄새도 맡고, 사진의 모델 역할을 했더니, 마음 한구석에 뻥 – 하니 뚫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 식당에 들어가서 조개구이랑 칼국수를 시켰습니다. 그냥 좋은 분들과 있어서 그런지, 모든 것 하나하나가 맛있었고, 웃음과 함께 수다를 떨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일행이 식사를 다 마칠 무렵, 그제서야 본격적인 점심 식사 시간이 되었는지 사람들이 계속해서 밀려 들어왔습니다. “식당에 일찍 와서 우리끼리 맛있게 점심을 먹으니까 이것도 좋네, 좋아.” “어머, 저 비둘기 좀 봐라. 날개도 하얗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분 한 분이 진지하게 말씀하시길, “나는 오리인 줄 알았는데!” 그러면서 해변을 거니는데, 해변 끝자락에 다시 길이 하나 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유로운 마음에 어느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그 길을 계속해서 따라 걸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예전에 행사를 하면서 힘들었던 일, 그리고 즐거웠던 일, 특히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자기네들끼리만 실수하고, 틀린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웃음보따리를 풀어 놓았습니다. 작은 찻집이 나왔습니다. 우리는 그 찻집의 테라스에 앉아 차 한 잔씩 마시면서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들 대화 곁에는 눈이 부시게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 그 위를 나르는 갈매기들. 그리고 철썩거리는 파도와 흰 포말들. 너무나도 행복한 순간이 펼쳐졌습니다. 깜짝 이벤트처럼 해 드리고 싶었던 나! 한마디로 말해서, ‘보좌 신부 흉내 내기’를 시도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보좌 신부 흉내만 내다가, 정말이지 소풍 아닌 소풍을 다 망칠 뻔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더 좋은 것만을 주시는 하느님께서는 당신 안에서 진정, 봉사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을 위해서 더 좋은 프로그램을 손수 짜 주셨습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나 혼자 들떠서 보좌 신부 흉내 내기만 했으니…. 오늘도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고백합니다. ♬ 영화'타이타닉' OST "주여 임하소서 내 마음에" ♬ - 필 컬트 연주곡 - 주여 임하소서 내 마음에 암흑에 헤매는 한 마리 양을 태양과 같으신 사랑의 빛으로 오소서 오 주여 찾아오소서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십자가 짐같은 고생이나 내 일생 소원은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