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관련

성당의 중심은 감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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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엽 [simjy] 쪽지 캡슐

2002-01-01 ㅣ No.20

성당중심감실?(2)

무엇이 문제인가?

 

성당은 하나의 건축물이긴 하지만, 그 구조나 장식은 언제나 그 시대의 신학과 신심을 드러냅니다.

예를 들어 고딕식 건축 양식은 전적으로 하느님께로 눈길을 돌리고 그분만을 중심으로 삼았던 중세에 꽃핀 양식입니다.

화려한 장식이 주를 이루는 로코코, 바로크 양식의 성당은, 신앙 생활이 내적으로보다는 외양적인 데로 흐른 중세 후기에 발달되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성당들을 살펴봄으로써 우리 신앙의 자리를 어느 정도나마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 지어진 성당은 과장된 성체신심으로 인해 감실이 성당의 주인공인 양 배치되고 장식되었으며, 대부분 제대 위나 제대 바로 뒤 성당 중앙 벽에 자리잡았습니다.

영성체하기보다는 성체공경을 더 좋아하던, 신앙 생활의 실천보다는 미사의 의무를 더 강조하던, 말씀에 따라 사는 삶보다는 정적인 성체조배를 더 강조하던 당시의 신앙인의 모습이 이렇듯 감실이 주가 되는 성당 구조를 만들어 내었던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러한 잘못된 신심을 일소하고 말씀이 주가 되는 신앙, 성찬례를 중심으로 하는 신앙 생활, 행동하는 신앙을 강조하면서 전례도 이에 맞추어 개혁되어야 함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의회 이후에 지은 소위 현대식 성당은 외양이나 내부 장식에서 변화가 있을 뿐, 여전히 감실이 주가 되는 옛 구조를 그대로 받아들여 공의회 이전의 왜곡된 신심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성당 구조가 이러하니 신자들은 여전히 성찬례 자체보다는 감실 안에 모셔진 성체를 공경하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성당 안에 들어섰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감실과 그 옆에 켜둔 감실등이니, 자연히 거기에 신경을 쓰게 되어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아무리 말로는 말씀이 우리의 중심이다, 성찬례가 우리 신앙의 원천이다 해보았자 정작 신자들의 마음에 와닿는 것은 감실과 그 안에 모셔진 성체입니다.

 

말씀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고는 하나 우리 신자들의 성서에 대한 관심은 어떠합니까? 미사에 참석하는 것은 단지 주일 의무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화려한 장식으로 이루어진 감실에 비해 말씀이 선포되는 독서대는 사정이 어떠합니까? 감실 안에 책이나 잡동사니를 넣어둔다면 펄쩍 뛸 우리들이 독서대는 어떤 식으로 관리하고 있습니까?

심지어 제대마저도 소홀히 취급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가 미사(성찬례)를 지내는 까닭은?

 

그리스도께서 성찬례를 제정하신 것은, 제자들이 성찬례를 거행할 때마다 당신을 기념하는 가운데 죽기까지 하느님께 순종한 당신의 모습을 본받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런 점에서 성찬례의 핵심은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하는 성변화(聖變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체와 성혈로 드러나는 당신의 수난과 죽음의 의미, 즉 파스카 신비에 있다 하겠습니다.

따라서 성찬례를 지내는 우리는 성체와 성혈을 받아 모실 때마다 그분의 말씀과 행동을 묵상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철저한 순종의 삶을 살고자 결심하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 신앙의 중심인 성찬례(미사)의 본뜻이라 하겠습니다.

제대 : 성찬례가 이루어지는 곳

 

우리 신앙의 중심을 이루면서 모든 그리스도교 생활의 원천이 되는 성찬례를 거행하기 위해서 신자들은 한 장소에 모였습니다.

박해 시대에는 신자 가정집에 모였고 종교 자유를 얻고 나서는 교인들 모임을 위한 건물들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곧 성당입니다.

성당은 전적으로 예수님을 기리는 성찬례를 거행하기 위한 공간이었기에 당연히 제대가 중심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대 위에서 성찬 전례가 거행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제대가 차지하는 자리가 각별하였기에 교회는 예로부터 제대에 특별한 존경심을 드러내 왔습니다.

처음에는 나무로 만든 식탁과 같은 형태였으나 점차 돌로 만들어 그 품위를 높이고자 하였습니다.

어떤 사정으로 돌 대신 나무로 만들 경우에도 축성한, 십자가가 다섯 개 새겨진 돌판을 나무 제대 위 홈에 안치할 정도로 제대는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어져 왔습니다.

물론 지금은 이런 식으로 제대를 만들지는 않지만 제대에 대한 각별한 존경의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한때 중세에는 제대가 예수님의 무덤을 상징한다고 해석하기도 했지만 일반적으로 제대는 예수님의 최후 만찬을 거행하는 식탁이자 예수님의 희생 제사가 거행되는 제단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바로 이 제대 위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점이자 원천인 성찬례가 거행되기에 교회는 제대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보았고, 이로써 제대는 예수님께 대한 추억을 되살리는 하나의 상징물, 파스카 신비를 연상시키는 기념물로 인식된 것입니다.

그래서 성당을 축성하는 예식 때 가장 중심을 이루는 것은 제대 축성이고, 성당이 허물어진 후 그 자리를 보존할 때도 유독 제대가 있던 자리를 신경써서 보존하는 것입니다.

성당이 성찬례를 거행하기 위해 지어진 건물이요, 또 그 성찬례가 이루어지는 곳이 제대인 까닭에 성당의 중심은 언제나 제대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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