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데이'라고 불리는 2월 14일은 흔히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초콜렛을 선물하는 날로 여겨진다. 원래 이날은 성 발렌티노(St. Valentinus, ?∼3세기경) 순교자의 축일이다. '로마 순교록'에 의하면 이 성인은 로마 클라우디우스 2세 황제(268∼269)의 박해로 269년 순교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클라우디우스 2세는 전쟁터로 원정나가는 병사들의 결혼을 금지했는데, 성 발렌티노가 이 명령을 어기고 비밀리에 젊은 연인들의 결혼식을 올려줬다. 이로 인해 성 발렌티노는 체포돼 로마신을 믿도록 설득당했지만, 끝까지 믿음을 버리지 않고 순교를 선택했다. 성 발렌티노 축일을 연인들의 축일로 기념하게 된 것은 14세기부터다. 이날을 연인들의 축일로 선택하게 된 이유는 이 시기가 새들의 짝짓기가 시작되는 기간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며, 여성에 대한 기사도적 사랑의 표현에서 나타난 것으로도 추측되고 있다. 원래 이 축일의 전통에 따르면, 해마다 2월 14일이면 젊은 여인들이 '발렌틴'이란 기사를 선택하고, 이 기사들은 자신을 택한 여인들에게 선물을 바쳤다고 한다. 아직도 이 관습은 영국 몇몇 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젊은이들이 기념하는 '발렌타인 데이'는 본래의 의미를 잃고, 상업적으로만 성황을 이루는 아쉬움이 남는다.
〈박경희 기자〉july@catholictimes.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