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관련

주일을 거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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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엽 [simjy] 쪽지 캡슐

2005-02-12 ㅣ No.145

기본부터 다시

                                       6. 주일을 거룩히

"공동체 위한 희망과 축제의 날"

새해 들어 숨가쁘게 직장생활을 해 오던 이프란치스코씨는 모처럼 일요일을 맞아 늦잠을 잤다. 실눈을 뜨고 시계를 보니 9시였다. 그러나 몸은 자꾸만 이불 속으로만 들어가고 잠은 더욱 달콤했다. 부인이 성당가자며 깨우는 소리에 억지로 일어났지만 머릿속에는 갈등의 연속이었다. 결국 저녁에 가기로 합의(?)보고 미사참례를 뒤로 미루었다. 하지만 이 핑계 저 핑계를 내세워 결국 저녁미사마저 빼먹고 당연히 주일미사참례는 다음 주일로 미루게됐다.
이처럼 이프란치스코씨와 비슷한 갈등은 신자라면 한번씩 경험했을 것이다. 집안 경조사 때문에, 가족 나들이 때문에, 직장 등등의 이유로 주일미사를 빠지는 것이 면죄특권인 마냥 아무런 죄책감없이 넘어가고 있다.
이렇듯 아주 쉽게,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주일미사에 빠지는 것은 주일에 대한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다.
주일을 단지 하루쯤 푹 쉬는 '인간의 날'로만 생각한다면, 그래서 주말을 아주 뜻깊게 활용하기 위해 '도시로부터의 탈출'만을 생각한다면 주일미사가 거추장스럽고, 무심코 넘어가 버리기 일쑤이다.
그러나 주일을 '주님의 날'로 더 크게 생각한다면 주일미사참례는 신자로서 당연히 지켜야하는 의무이자 찾아야 하는 권리인 것이다.
하느님이 모세를 통해 우리에게 주신 십계명중 제3계명이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이다. 이 말은 곧 천주교 신자는 아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주님의 날'에 미사 참례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주일을 거룩히' 지내야 하는 것일까. 주일을 지키는 것은 그리스도교 초기부터 신자들의 생활에서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교회는 초기부터 주일을 지키는 일이 신자들에게 양심의 의무인 것을 끊임없이 확인했고 교회법에도 "신자들은 주일과 그밖의 의무 축일에 미사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1247조)고 규정하고 있다.
주일은 그리스도교의 기원이며 주님이신 그리스도 부활의 승리를 거행하는 날인 것이다. 교부들도 부활의 승리를 기념하는 이날, "주일마다 모여서 빵을 나누고 감사드리라"(디다케)고 권고하고 있으며,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도 "주일은 주님 부활의 신비를 기념하기 위해 공동체의 신자들이 서로 모이는 날이며 공동체를 위한 생생한 희망, 근원적인 축제, 기쁨과 휴식의 날로서 전례주년의 기초요 핵심"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날은 주님이 마련하신 날, 이 날을 기뻐하자 춤들을 추자"고 노래한 시편 송가처럼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는 '주님의 날'인 주일에 한데 모여 서로 나누며 기뻐하고 춤을 추어야 할 것이다. 또한 주님의 말씀을 되새기면서 주님의 수난과 부활과 영광을 기념하고 하느님께 감사 드리는 주일이 되어야 하겠다.
하지만 주일미사에 빠짐없이 참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일미사를 올바르고 합당하게 지내기 위해선 한 주간동안 가정에서의 준비가 필요하다.
학생이 예습을 통해 학교공부를 준비하듯이 매일 가족이 함께 모여 촛불을 켜 놓고 가정기도를 드리면서 준비를 할 때 주일미사도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하느님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능동적으로 참례할 수 있을 것이다.
사도시대부터 주일 모임은 신자들이 가장 가난한 사람들과 형제애의 나눔을 실천하는 시간이었다. 주일이 기쁨의 날이라면 그리스도인들은 실제 행동으로 우리는 '혼자서는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 주일이 '도피'가 아니라 '나눔의 시간'이 되게 해야 한다.
앞으로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될 경우, 주일미사를 빠트리는 신자가 더 많을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신앙의 핵심을 깨닫지 못하고 주일을 주말의 일부요 단순히 쉬는 날이라고 생각한다면 주일미사가 부담스럽고 귀찮아지는 것이다. 그것은 미사에 대한 은혜를 모르고 '나 중심'의 신앙생활을 하기 때문에 주일이 밀리는, 기본이 안된 신앙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의무'를 앞세우기 이전에 하느님의 사랑받는 아들 딸로서 일주일에 한번 부모님을 찾아뵙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즐겁게 만남과 나눔의 잔치에 함께 어울리는 신자가 돼야겠다.

<김춘곤 기자>moise@catholictim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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