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관련

규정.절차에 얽매이는 지나친 율법주의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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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엽 [simjy] 쪽지 캡슐

2005-02-14 ㅣ No.236

"규정.절차에 얽매이는 지나친 율법주의도 문제"
우리가 만나는 많은 신자들이 교회생활의 많은 분야에서 통용되는 여러 가지 규정들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어떤 신자들은 신앙생활이란 그런 규정이나 절차를 잘 지키는 것으로 생각하여 규정과 절차에 매달려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무엇을 하라 무엇을 하지 마라하는 규정을 위반하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죄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뜻밖에도 많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어떤 고해자가 주일 미사에 여러 번 빠졌다고 고해하기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아이고 독감에 걸려서 죽다가 살아났다고 하질 않는가, 반가운 손님이 와서 음식점에 가서 불고기를 먹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날이 금요일이기에 고해성사를 보러왔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더 기가 막히는 예도 있다. 로사리오 성월에 묵주기도를 궐한 일, 위령성월에 연도를 궐한 일, 9일 기도를 하다가 하루 빠진 일, 심지어 레지오 협조단원이 까떼나를 하지 못했다고 고해하는 판에 무엇을 더 말하랴. 그런가 하면 율법주의를 역으로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모르고 또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주일미사나 금육재를 지키지 못했다면, 성숙한 신앙인이라면 다른 날에 미사참례를 하든지 금육재를 지키는 것이 타당하다(물론 의무는 아니다). 요행으로 몰라서 궐했으니 죄를 모면했다고 좋아하고 넘어가는 신자라면 미성숙한 신자이다.

현대의 복잡한 상황이 사람들의 죄의식을 감퇴시키고 있지만, 일부 신자들은 반대로 지나친 죄의식에 시달리고 있다.

어떤 규정을 어기면 다 죄가 되는 것이 아니고, 죄가 성립되려면, 계명, 인식, 자유의 3요소가 동시에 함께 작용해야 죄가 된다. 어떤 사물에 대하여 명령하거나 금지하는 하느님의 계명이 있어야 하고, 알면서도 자신의 자유의지로 거스려야 죄가 된다. 위의 3요소 중에서 어느 한 요소라도 빠지면, 자신의 결점이기는 하지만 죄는 아니다.

1966년 2월 17일, 교황 바오로 6세는 종래의 금육재, 단식재의 규정을 완화하는 교황령을 반포하였는데 얼마 후에 이태리 중소기업 사장과 만났다. 그가 말하기를, 이번 공의회와 그 후속 조처들이 우리 평신도들을 성인(成人)으로 대해주어서 반갑다고 하였다. 이번에 개정된 대소재 규정을 보고 자기는 그전보다 더 자주 자진하여 대소재를 지킨다고 하였다.

그는 지금까지 부인이 요리해주는 것만 먹으면 자동적으로 대소재 규정을 지켰는데, 지금은 자신의 가정생활이나 직장생활을 반성하면서 금요일이 아니라도 스스로 금육재를 지켜 보속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성숙한 신앙인을 만나서 반가왔다.

하느님의 계명이나 교회법을 성실히 지켜야 하지만, 성숙한 신앙인은 그런 법의 정신을 터득하여 신앙으로 응답할 수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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