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는 하느님만을 전적으로 의지하며
섬기도록 초대받아
<질문>
친구인 개신교 신자와 간혹 종교문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사제 독신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성서에서는 하느님께서 『자손을 많이 낳아 번창하여라』고 말씀하셨는데, 독신으로 사는 것은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냐고 묻더군요. 저는 신부님은 처자식이 없기 때문에 신자들을 위해 더 열심히 사목활동을 할 수 있다고는 말했지만, 그것 외에도 사제가 독신을 지키는 근거와 의미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답>
가끔 사제 독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독신이 현시대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사제직을 망가지게 한다.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다는 등….
신앙이 부족한 시대일수록 타락은 더 빈번히 일어났습니다. 독신이 위기에 있다는 것은 결혼이 위기에 있다는 뜻입니다. 사제독신이 무너지면 다시 이혼문제에 부딪힐 것입니다.
독신제도는 성격이 좀 다르지만 구약시대에 유사한 근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을 차지하고 각 지파의 몫을 받았지만 사제 지파인 레위지파만 땅을 상속받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사제는 땅의 경작물에 의존하지 않고 하느님께 바치는 제물에 의존한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재산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하느님만을 의지하며 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제가 사는 땅은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대사제이신 예수님께서는 당신 친히 동정의 모범을 보이셨고 하늘나라를 위해 동정을 지키는 것을 칭찬하셨습니다.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만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처음부터 결혼하지 못할 몸으로 태어난 사람도 있고 사람의 손으로 그렇게 된 사람도 있고 또 하늘나라를 위하여 스스로 결혼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 말을 받아들일만한 사람은 받아들여라』(마태 11, 11~12)
독신의 정확한 의미는 여기에 있습니다. 사제는 하느님만을 섬기도록 초대받은 것입니다.
『나는 여러분이 아무 걱정 없이 지내기를 바랍니다. 결혼을 안하는 남자는 어떻게 하면 주님의 마음에 들까하고 주님의 일을 걱정합니다. 그러나 결혼한 남자는 어떻게 하면 아내의 마음에 들까하고 세상일을 걱정합니다』(1고린 7, 32~33)
-김연준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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