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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백) 2024년 4월 27일 (토)부활 제4주간 토요일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하계동성당 자유게시판 : 붓가는대로 마우스 가는대로 적어보세요
기쁨과 감사의 직물을 짜며 / 이해인

7993 김윤홍 [clemenskim] 2017-06-28

 

 

 

 

 

기쁨과 감사의 직물을 짜며 / 이해인

 

수녀원 입회를 위해

서둘러 기차를 탔던 그날은

마침 부활 축일 전날이었다

 

이별의 아픔을 겨우 참고

나를 떠나 보냈던 정든 얼굴들이

쉽게 잊혀지지 않았지만

 

그 출발의 봄은

희망과 설레임으로 가득했다

 

 

까만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고

수도원의 규칙과 관습

 

날질서 및 예절을 익히던

그 시절의 순수함과 풋풋한 열정이

지금도 그리울 때가 있다

 

 

내 주위의 사람들은 그때만 해도

'얼마나 힘들까' 또는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하고

근심어린 표정을 지을 뿐

 

'축하해' 라든가

'잘 해낼 수 있을거야'등의

명랑한 인사를 챙겨주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나 역시 단단한 각오 속에

열심히 생활했지만

 

시시로 마주치는

자신의 나약한 모습 앞에선

은근히 불안하고 걱정스러웠다

 

극히 사소한 일들로

 잠을 설치며 괴로워하거나

눈물을 흘린 날들도 있었으며

 

 

수련修鍊의 과정에서는

내가 만들어 놓은 '이상적 성인상'에

들어맞지 않는 나 자신과

 

또한 함께 사는이들의

불완전한 모습 때문에

실망도 많이 했다

 

'이렇게 발전이 없을 바에야

수도원에서의 날들은

시간 낭비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종종 고개를 들기도 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은

내가 헛되이 보냈다고

생각 되는 시간들조차도

 

결코 헛된 것은 아님을 깨달았으며

'내 생명의 모든 순간을 잡아 주시는'

생명의 주인이신 분께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나를 봉헌할 수 있게 되었다

 

 

참으로 겸손한 기도란

아직도 믿음이 부족한

약점투성이의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데서부터

시작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비록 좋은 뜻일지라도

자신의 힘만으로 '그 무엇이 되려는'

성취에의 욕심과 집착은

나의 자유를 속박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빈 마음이 되었을 때는

예기치 않은 선물까지도

늘 덤으로 받게 된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

 

개인의 물건조차

'나의 것'이라고 못박기 보다는

 '우리 것'이라는 표현을

즐겨 쓰는 이들이 많이 사는곳

 

식탁에 마주 앉으면

자기 앞에 와 있는 주전자를

돌려서라도 으례 앞 사람의 컵에다

먼저 물을 따라 주는 애덕이

자연스레 실천되는 곳

 

 

 

조그만 일로도

 '감사합니다' '용서하세요'라는

말이 끊이지 않고 오가는 이곳을

나는 '우리 집'이라 부르며 살고 있다

 

오늘의 내가 있게 된 것은

물론 많은 분들의 기도에

힘입은 바 크지만

 

늘 일상이란 베틀을 통해서

기쁨과 감사의

튼튼한 직물을 짜내려 애썼던

 

내 의지와 노력 또한

간과될 수는 없을 것이다

 

- 두레박' 에서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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