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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 속바지까지 내보이게 한 야수

8015 김윤홍 [clemenskim] 2017-09-14

 

수녀 속바지까지 내보이게 한 야수

김인숙 수녀                
               

오토바이-.jpg

도로위를 자전거로 달리는 청소년들

 

 

그 녀석은 강원도 원주에서 나, 강석연 수녀를 똥개 훈련시킨 놈이다.  그러니까 그 녀석은 그날 밤 열두 시부터 새벽 네 시까지 나를 치악재에서 중앙고속도로 신림 IC 사이를 계속 왔다갔다 헤매게 만든 놈이다. 그 녀석은 오메오메, 내 머리에 두건이 벗겨지고, 속옷 바지가 수도복 아래로 길게 내려왔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나를 강원도 신림지구대에 들어가게 한 놈이다.


  태수 그 녀석은 내가 근무한 <강원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에서 실시한 복교생 프로그램에 참가한 41명의 아이들 중 한 명이었다. 이들 외적 공통분모를 열거하자면, 담배에 쩔고 술은 음료수로 마시고, 천연색 머리염색을 하고 밤새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자유분방 누빈다는 것. 또한 더불어 부모의 방치로 버릇이 없고 애정결핍, 열등감, 거짓말은 그야말로 숨쉬는 것처럼 한다.  

 

  복교생프로그램은 이런 아이들이 3박 4일 동안 ‘자퇴’라는 이름으로 중단한 학교 로 돌아가기 위해 머리에 쥐가 나도록 교육 받는 자리다. 학교 복귀는 이 교육을 무사히 마쳤다는 <복교생수료증>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나와 태수 그 녀석과의 운명적 만남은 바로 이 복교생 교육이 한창 진행 중에 이루어졌다.

 

복교생프로그램-.jpg

복교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수녀

 

 

 

  그 녀석은 교육 3일 째 되는 깊은 밤에 소동을 일으켰다. 이유는 자기에게만 담배를 주지 않았다며 교육관이 떠나가도록 소리소리 지르고, 울고불고 시작한 시각이 밤 12시 20분. 녀석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걸어서라도 집에 가겠다며 생떼를 부리기에 나는, 그럼 데려다주마 하고 야밤에 녀석을 차에 태우고 길을 나섰다. 내 속셈은 차를 타고 한 바퀴 돌고나면 녀석 마음이 가라앉으리라는 계산이었다.


  차가 원주와 제천 사이에 있는 신림에 이르렀을 때, 녀석은 느닷없이 내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한 마디 튕긴다.  
  "왜 나는 담배 안 줬어요?"

 

  사건 발생은 이렇다. 41명을 소그룹으로 나누어 교육을 실시하는데 어느 그룹 교사가 어찌어찌 하여 한 학생에게 담배 한 개피를 주었다. 녀석이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교사의 이유 있는 배려가 받은 그 학생에게는 자랑거리였다. 너무 피우고 싶은 담배. 썅, 왜 나는 주지 않는 거야? 교사에게 따지자니 용기는 없고……. 이 상대적 박탈감의 불똥 대상을 녀석은 나를 택한 것이다. 이런 아이들일수록 정말 해야 할 사람에게는 하지 못한다. 그리고 엉뚱한 일을 벌인다. 운전대에 앉은 나도 녀석 말에 핑퐁으로 대꾸했다.  

 

세수녀-.jpg

복교생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세수녀 

 

 

“내가 줬니? 아니잖아. 그러니까 답변할 수 없어.”    

  그러자 녀석이 “에이 씨.” 하면서 안전벨트를 풀었다. 그럼에도 나는 동요되지 않고 차를 스르르 세우면서 침착하게 안전벨트는 매야지 했더니 녀석은 “씨팔, 아우~~~” 를 아주 거칠게 외쳐댔다. 나는 차를 완전히 정지시키고 이보다 더 친절할 수 없다는 자세로 안전벨트를 매주려 녀석에게 몸을 뻗는데 차 문을 열고 뛰어나가는 못된 그 녀석.


  ‘아이고, 일났네, 일났어……. 괜히 데리고 나왔네. 하느님, 예수님, 성모님,’ 몽땅 불러봐도 대답이 없다. 그 지역은 섬처럼 가운데 놓인 한 동네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삼각지처럼 도로가 놓여 있었다. 나는 가운데 동네를 뱅글뱅글 돌아 다시 원 자리에 돌아와보니 벌벌 떨고 서 있는 그……녀석.


  어서 타라는 내 말을 녀석은 어서 가라로 듣고 보란듯이 걷는다. 힐끔힐끔 뒤돌아보며 나 잡아봐라 하며 떠나간다. 차를 세우고 달려가 붙잡았지만 나보다 훨씬 키도 크고, 힘도 센 녀석은 나를 뿌리쳤다. 저만치 멀어져가는 그 녀석. 나는 그 놈이 다시 이 자리에 올 것을 알기 때문에 차를 몰고 돌아가는 삼각지 신림을 왔다갔다 하며 30여 분.

 

  예상대로였다. 녀석은 어디서 나타났는지 앉아 있었다. 그런데 고개를 쭉 빼고 내가 모는 차를 발견하자마자 다시 일어나 슬금슬금 도망을 간다. 나는 그 녀석 옆으로 차를 바짝 대고선   "얼른 타. 수녀님이 불행하게도 인내심이 별로 없어."


  "그냥 가세요. 누가 탄대요? 왜 저한테 인내심을 가지세요? 가지지 마세요."
  하며 한껏 불손하게 말하는 그 녀석. 

  순간, 원천적 내 성질대로 한다면야
  “에라이 새끼야. 니가 내 아들이었으면 내 손에 넌 죽었어. 알아?”
  목청껏 소리 지르고 싶었으나 마음속으로만 외치고선 오장육부 다 뺀 빈 마음으로 말한다.    

  "얼른 타……. 지금, 너무 추워 감기 걸린다. 어서."  "됐거든요? 죽던 말던 왜 수녀님이 신경 쓰세요? 일 없네요."  나는 붙어 있는 쓸개까지 잡아뗀다. 그리고 마지막이란 목소리로  "그래? 그럼 난 간다."   하고선 녀석에게 본때를 보여주마 하고 속도를 높여 교육장이 있는 곳으로 힘껏 액셀을 밟았다.

 

그러면서도 나는 가는 도중 가까운 신림지구대에 들어가서 녀석을 차에 태워달라고 부탁할 생각을 했다. 나는 지구대로 가기 전 또 다시 주변을 돌면서 녀석을 찾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녀석이 보이질 않았다. ‘OH MY GOD!’ 한 바퀴, 두 바퀴…….

 

한 시간이 넘도록 돌았지만 녀석은 나타나지 않는다.
  ‘아이고 하느님, 예수님, 성모님 제가 잘못했어요. 어떻게든 달랬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성질부려서 죄송해요.’


  나는 무조건 지구대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경찰아저씨 두 분이 나를 몹시 신기하듯 바라보았을 때 나는 오밤중에 웬 수녀가 나타났으니 그럴만도 하겠지라고 생각했다. 나는 숨넘어가듯 상황설명을 한 후, 녀석을 찾아 줄 것을 부탁하고 돌아 나오려는데 출입문 유리창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쳐진 내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담배 한 개피-.jpg
 

 

수도복 밑으로 아주 넉넉히 나온 내 속바지. 두건은 벗겨져 머리 뒤편에 아슬아슬 매달려 있고, 그 바람에 고슴도치처럼 뻗쳐 있는 머리카락들. 그래서 경찰 아저씨들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구나. 그러나 그때는 창피한 줄도 몰랐다. 그 녀석 땜시.


  나는 경찰아저씨와 함께 순찰차를 타고 좁은 시골길을 헤드라이트보다 더 촉수 높은 두 눈으로 샅샅이 훑었다. 그러나 녀석이 처음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예감에 치악재에서 차를 돌리니 이번에도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나의 애간장을 태운 죽일 태수, 그 녀석이 서 있었다. 녀석 옆에 순찰차를 세운 나는 정말 지쳐 있었다. 


  "이 놈아, 어서 타라. 수녀님은 너보다 키도 작고, 힘도 약해서 너를 억지로 태울 순 없어. 네가 결정해라. 그러나 내 생각은 네가 타면 좋겠다."  "왜요?"  나는 숨을 한 번 크게 쉬었다. 그리고 말해 주었다. 


  "네가 믿을지 안 믿을지는 몰라도……. 널 사랑하니까."  "안 믿거든요?"  "믿어달라는 말 안 해. 감기만 걸리지 마. 타. 집에 데려다 줄께."  녀석은 애초부터 집에 갈 마음이 아니었다. 그래서 경찰 아저씨가 나 대신 집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녀석에게 말하자 대뜸, 교육장으로 가겠노라고 한다. 자기를 찾으려 경찰까지 출동한 사태에 녀석은 놀랐다.

 

  나는 녀석을 차에 태우고 무사히 교육관에 돌아왔다. 아마 새벽 4시쯤 되었을 것이다.  
  "담배 한 대 줘요."  도착하자마자 녀석이 한 말이다. 나는 자고 있는 남자교사를 깨워 담배 한 개피를 얻어서 녀석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 담배를 아주 맛있게 밖에서 다 태울 때까지 그 녀석 옆에서 기다렸다. 담배 필터를 힘껏 빤 후 내뿜는 담배 연기. 목덜미 밖으로 굵은 힘줄이 선명하다. 담배 한 대로 표현된 그 녀석의 외로움, 자기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가정사 앞에 그 녀석의 어린 목덜미가 슬프다. 나는 가슴 저 끝이 몹시 아려왔다.

 

  두 달이 지났다. 녀석을 다시 만난 곳은 학교가 아닌 춘천 보호관찰소였다. 이번에는 다소 곤히 앉아 있었다. <복교생수료증>은 받았으나 학교로 돌아가기 전에 또 사고를 쳐서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녀석. 그래도 다시 시작하고픈 마음으로 머리에 염색도 풀고, 단정한 모습이었다. 창문 너머로 녀석을 보노라니 지난 겨울 ‘나와 녀석과의 연가’가 떠올랐다. 나는 그 녀석에게 눈으로 힘껏 말해 주었다.


  ‘야, 임마. 태수. 넌 내가 쭈-욱 지켜볼 꺼야. 짜~식.’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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