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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알고
평신도 주일에

19 김동호 [dh58k] 2011-11-16

교회 안에서 평신도가 제 위상을 찾지 못하고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을 두고 ‘병신도’라고 비하하는 말을 하곤 한다. 답답한 교회 내 현실을 두고 평신도 스스로 한탄조로 그런 말을 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사제가 평신도들이 좀 더 깨이기를 바란다며 그런 자극적인 말을 하기도 한다. 평신도를 ‘병신도’로 비난하는 상황은 대략 아래와 같지 않나 싶다.

     
 

갓 시집온 며느리가 시어머니 눈치 보듯

풍경 하나. 본당에서 활동하다 보면 아주 사소한 것도 신부님과 상의하고 허락을 받아야 하는 분위기이다. 신부님은 제발 자율적으로 알아서들 하라고 하지만, 교회 돌아가는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신자들은 이렇게 하면 혹시 교리에 어긋나지 않을까, 저렇게 하면 실수를 하지 않을까 싶어 당연히 경험 많고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신부님이나 수녀님께 도움을 청한다. 때론 신부님이나 수녀님 성향에 따라 상의하지 않고 신자들이 마음대로 하는 것을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으니, 대다수 신자들은 갓 시집온 며느리가 시어머니 눈치 보듯 하나하나 물어가며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행여나 일이 잘못되면 감히 허락도 없이 그렇게 마음대로 했다고 비난받을 수 있으니, 확실한 책임자에게 끊임없이 묻고 그의 지시만 기다린다. 경직된 조직일수록 일이 어그러졌을 때 사람을 비난하고 실패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에게 권한 위임이 이뤄지지 않고 책임자 눈치만 보게 된다. 교회 안에서 그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두고 평신도들에게 도통 무언가를 자율적으로 해보려 하지 않고 주인의식도 없는 병 신 도라고 한다.

풍경 둘. 사회 안에서는 변호사, 의사, 교수, 기업체 간부 등 전문성을 훌륭하게 발휘하는 신자들이 많은데도, 교회 안에서 이들은 마냥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처럼 취급을 받는다. 그들이 세상에서는 전문가일지 모르겠지만, 교회의 언어나 신학은 전혀 모르기 때문에 신앙적이지 않아 교회 안에서는 보통 신자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각자 자기 전문 영역에서만 전문가로 활동한다면, 교회 안에서는 오로지 사제나 수도자만이 전문가일 수밖에 없다.

많이 배웠다는 이들이 교회 언어를 모른다는 이유로 애 취급을 당하니 뒤늦게 성경공부도 하고 신학공부도 해 보지만, 늘 교회 안에서 교회 일만 생각하는 사제나 수도자를 따라갈 수도 없고 배우면 배울수록 더 겸손해질 수밖에 없으니 섣불리 나서거나 잘난 체하려 하지 않는다. 똑똑한 사람들이 사제 앞에서는 그저 굽실거리기만 하는 것 같을 때, 그들을 보고 '병신도'처럼 군다고 한다.

풍경 셋. 열심히 일해야 먹고 살 수 있는 대부분 신자는 본당 운영이나 교회 가르침에 관심을 쓸 여력이 없다. 그저 교회 일은 신부님, 수녀님께서 알아서 해 주시고, 신자들은 각자 삶의 자리에서 착하게, 죄짓지 않으면서 살고 싶을 뿐이다. 하느님 뜻이 어디 있는지 주일미사 강론 때 신부님께서 잘 설명해 주시면 그 말씀 따라서 잘 살고, 열심히 기도하며 사는 것이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세상사에도 좀 더 관심을 두고 본당 활동이나 미사 전례에도 잘 참여하고 그래야 하는데, 일상에 치여 그러질 못하니 마냥 죄인인 것처럼 기죽어 눈치를 본다. 복음화의 사명에 앞장 서야 할 신자들이 그저 자신의 삶에만 파묻힌 것을 보고 병 신 도로 살고 있다고 한다.

평신도의 착한 마음을 '병신도'로 폄훼해서야

나는 수많은 평신도의 소박한 삶을 '병신도'의 태도라 폄하하고, 그 착한 마음을 '병신도'로 칭하는 교회에 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는 평신도에게 세상 안에서 깨어 사는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이 무언지 구체적으로 일깨워주는 대신, 열심히 전례에 참여하고 기도하는 삶이 신앙이라고 오래도록 가르쳐왔다. 또한, 교회 역시 죄인들이 모인 곳이라 잘못하는 것이 있을 수 있으니 함께 성찰하고 올바른 길을 찾아가야 할 여정에 있는 공동체라 말하지 않고, 교회 자체가 하느님의 진리요 오류가 있을 수 없는 하느님 나라이니 신자들은 겸손하신 성모 마리아처럼 무조건 순명하라고 요구해 왔다. 그 가르침을 충실히 믿고 따르는 신자들이 '병신도'가 아니라, 그렇게 잘못 가르쳐 온 교회가 병든 게 아닌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종들에게 재산을 맡기고 떠나는 주인의 비유를 통해 하늘나라를 말씀하신다. 각자의 능력에 따라 탈렌트를 맡겼다고 하는데, 화폐단위로 1탈렌트는 약 33kg(8,800돈)의 금 가치를 지닌다고 하니 요즘 한 돈에 20만 원이 넘는 금값으로 환산하면 약 17~18억 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그 엄청난 돈을 맡기고 떠났던 주인은 돌아와 종들의 노력을 평가하는데, 불려놓은 돈의 많고 적음을 따지지 않고 ‘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하고 똑같이 말씀하신다. 그러나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종은 쫓아내 버리신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이 이룬 성취나 결과를 보시는 것이 아니라, 그가 주인을 얼마나 신뢰하여 얼마나 성실하게 노력했는지를 보신다. 사제와 수도자만 부르심(성소)을 받은 것이 아니라 평신도도 역시 세상 안에서 거룩하게 살라는 부르심을 받았다.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기도로 아침을 열고, 가정과 사회 안에서 하느님 뜻대로 살도록 쉴 새 없이 도전받는 가운데서 끊임없이 번뇌하고 중심을 잡으려 노력하며, 언제나 자신의 부족함을 겸손하게 반성하면서 그럼에도 사랑해주시는 하느님께 감사기도를 드리는 소박한 평신도들의 삶은 그야말로 오늘 복음에서 말하는 착하고 성실한 종, 제1독서의 잠언이 말하는 훌륭한 아내,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칭송한 빛의 자녀가 아닌가? 평신도로서의 자신의 부르심과 은사에 감사하며 소박하지만 기쁘게 하느님 뜻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을 함부로 '병신도'라고 부르지 않으면 좋겠다.

11월 13일은 평신도 주일이다. 신자들이 자신이 받은 은사를 깨닫고 삶 안에서 잘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교회, 더는 착한 평신도들을 '병신도'나 교회를 향한 투사로 만들지 않는 교회를 위해 특별히 기도해 본다.

 -이미영(지금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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