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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일반 게시판
시가 있는 송년

1066 김양환 [kenny22] 2000-12-31

 

 

 

 

 

 

 

 

送 年

 

 

- 김규동

 

 

 

기러기떼는 무사히 도착했는지

아직 가고 있는지

아무도 없는 깊은 밤하늘을

형제들은 아직도 걷고 있는지

가고 있는지

별빛은 흘러 강이 되고 눈물이 되는데

날개는 밤을 견딜 만한지

하룻밤 사이에 무너져버린

아름다운 꿈들은

정다운 추억 속에만 남아

불러보는 노래도 우리 것이 아닌데

시간은 우리 곁을 떠난다

누구들일까 가고 오는 저 그림자는

과연 누구들일까

사랑한다는 약속인 것같이

믿어달라는 하소연과도 같이

짓궂은 바람이

도시의 벽에 매어달리는데

휘적거리는 빈손 저으며

이 해가 저무는데

형제들은 무사히 가고 있는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쓸쓸한 가슴들은 아직도 가고 있는지

허전한 길에

씁쓸한 뉘우침은 남아

안타까운 목마름의 불빛은 남아

스산하여라 화려하여라.

 

 

 

 

 

 

 

 

2000년의 하루를 남겨놓은 주말 저녁은 구름을 잔뜩 드리운 채

흐려 있어 마지막 시편지를 쓰는 제 마음도 음울하게 가라앉습니다.

바쁘게 달려온 하루 하루가 일 년이란 시간을 채웠고,

다시 새로운 일 년을 위해 마음 한 자리를 마련한다는 것.

뭐 그리 서운할 리도 없건만 어쨌거나 뭔가를 떠나보낸다는 느낌은

언제나 뒤돌아보게 하고, 씁쓸한 아쉬움도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시가 있는 집>의 단장과 함께 어쩌면 무모하게 시작한 시편지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여러 번 때를 놓치기도 했고,

또 한동안 끊어지기도 하면서 한 해를 이끌어 왔습니다.

그동안 <시가 있는 집>에 정을 담아주신 여러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하찮은 일이었을지 모르지만 <시편지>로 인해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사를

접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게을러지기 쉬운 시읽기에 있어서도 둔감함 감성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기에 결코 헛된 시간들은 아니었다 믿고싶습니다.

오늘 밤은, 남아있는 2000년의 마지막 단 하루.

그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조용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흔히 전자우편으로 보내지는 연하장과 상투적 인사말은 정감이 없어

보이지만 저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새해 인사를 드리게 됩니다.

 

     "복된 새해 되시길 바랍니다"

 

                                                   - 12월 30일에 駿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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