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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갤러리
아버지께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은 세월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아

89 상봉동성당 [sangbong2] 2011-07-23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7) 아버지께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은 세월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아
 
요셉이 일손 놓고 아기 예수 돌보다
 
정웅모 신부 (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무리요(Murillo, 1618∼1682), 성 요셉과 아기 예수, 유채, 콩데 미술관, 콩데, 프랑스.
 
 
구세주에 대한 사랑과 존경 표현
성가정의 일상을 아름답게 그려
요셉 회색옷은 섬김, 겸손 드러내
 
 
나자렛 성가정의 가장이며 보호자인 성 요셉이 아기 예수를 조심스럽게 돌보고 있다. 요셉의 무릎 위에 서 있는 예수는 한 손에 흰 꽃이 핀 가지를 들고서 앞을 바라보고 있다. 뒤의 배경은 모두 생략된 채 단순하게 어두운 색으로 표현되어 두 사람의 모습이 더욱 부각되어 나타난다.
 
작가는 나자렛의 목수였던 요셉이 잠시 일손을 놓고 아기 예수를 돌보는 평범한 모습을 이처럼 아름답게 표현하였다. 요셉은 견고한 자세로 앉아 있으면서 예수를 매우 조심스럽게 돌보고 있다. 이것은 구세주에 대한 요셉의 깊은 사랑과 존경을 표현하는 것이다. 요셉이 입은 회색 옷은 성가정의 가장이면서도 자신을 한없이 낮추며 성가족을 섬기며 보살폈던 그의 겸손함을 나타낸다.
 
흰옷을 입은 아기 예수는 어두운 배경 속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예수의 모습은 요셉이 입은 회색 옷과 뒤의 검은 배경 때문에 점진적으로 빛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예수께서 어두운 세상과 어둠의 세력에 사로잡힌 인류를 구원해 주시기 위해 오신 참 빛이요 참 생명이시라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아기 예수가 입은 흰옷은 그분께서 아무런 죄나 흠도 없이 태어나신 순결한 분이시라는 것을 상징한다. 예수의 손에 있는 흰 꽃이 핀 가지는 그분께서 장차 인류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 위에서 죽었다가 부활할 것임을 미리 알려준다. 다 죽은 듯이 보이는 메마른 가지에서 꽃이 피는 것처럼 예수님의 삶도 십자가 위에서 막을 내린 것처럼 보이지만 부활을 통해 영원한 생명의 꽃으로 활짝 피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 작품의 작가 무리요는 아기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 성 요셉으로 구성된 성가정의 일상을 즐겨 그렸다. 그는 성가정의 일상을 이처럼 아름답고 온화하게 표현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성화를 친숙한 것으로 소개시켜 주었다. 그의 성화 작품에는 단순히 성스러움만 강조된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도 함께 표현되어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성 요셉과 아기 예수’를 보면 아버지로부터 사랑받던 지난날들이 생각난다. 시골에 사시던 아버지는 언제나 막내아들인 나에게 고해성사를 청하곤 하셨다. 몸이 불편하셨던 아버지는 아들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받고 새롭게 출발하는 것을 큰 기쁨 가운데 하나로 여기셨다. 아버지의 고해성사를 통하여 그분이 얼마나 하느님께 대한 굳은 신앙 안에서 열심히 사셨는지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부터 8년 전인 그날 밤도 아버지께 고해성사를 드린 후, 서로의 손을 쓰다듬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흔 살을 바라보시던 아버지의 손은 거칠었지만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던 그 손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아버지의 손을 어루만지면서 나는 모처럼 평화로운 잠을 이룰 수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후 아버지께서 마치 깊은 잠에 빠지듯이 천상의 하느님 품에 안기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기 예수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아 주었던 성 요셉을 바라보면서 나는 사랑 가득하셨던 아버지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곤 한다. 언제나 가정과 가족을 위해 자신을 묵묵히 헌신하며 한평생 기도 안에 사셨던 아버지께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은 세월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고 여전히 내 곁을 맴돌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1년 6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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