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GOOD NEWS

잠실성당 검색
메뉴

검색

검색 닫기

검색

오늘의미사 (홍) 2024년 5월 3일 (금)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중고등부 주일학교
유럽여행기 01번째

189 나영선 [ousun33] 2002-08-23

이탈리아의 아시시...

 

로마에서 빼루자로 당일 치기로 다녀오려고 기차를 탔습니다.

 

그런데, 내 앞에 필리핀 수녀님이 앉아 있지 않겠어요?

그 날이 주일이라 미사를 드리고 싶다고 했죠.

그랬더니, 아시시에는 많은 성당들이 있다고 하더군여.

 

따라갔죠....

로마에서 아시시까지는 3시간정도 걸립니다.

그동안 우리는 몸짓언어로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에 대해서,

그리고 용기에 대해서...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그럴때마다 어설픈 미소가

우리들을 더 가깝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시시..에서 내려서 버스로 5분즈음 올라갑니다.

 

수녀님은 아시시 맨 꼭대기 주교좌 성당에서 사시는 분...

그 성당에는 이탈리아 수녀님 한 분,

필리핀 수녀님 2명,

인도 수녀님 1명...

 

4분이서 너무 행복한 얼굴로 살고 있습니다.

뭐가 그리도 기쁜지,

말끝마다 웃음이 터지는데..

무슨 말인지 굉장히 궁금하더군요.

 

그런데,

아마 지극히 사소한 대화일거란 생각을 합니다.

 

언제나 행복이나,

정답은 가장 가까운데 있기 마련이니까요.

 

언어는 이태리말을 쓰구요.

 

다른 분들이 점심식사를 준비할 동안,

원장 수녀님으로 보이는 이태리 수녀님께서

필리핀 수녀님을 따라 가라고 손짓을 하십니다...

 

그래서 따라갔죠..

 

마을의 작은 골목. 골목으로 나를 데리고 갑니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차우’하면서 인사도 하구요.

 

수녀님은 몸이 불편해서 성당에 오지 못하는 할머니들에게

(할아버지는 없었음.. 그 쪽도 노인정에 가면 할아버지가 인기가 많을까...)

봉성체를 해주셨죠.

 

그 의식에 함께 참여하면서,

그들의 건강을 빕니다.

 

몇 집을 돌아다니다가,

성당으로 돌아 옵니다.

 

"안젤라... 예수님 보러갈래??"

"예"

 

1층에 있는 감실로 나를 인도 합니다.

 

너무나 소박하고 정결한 곳에...

남아있는 성체를 감실에 모셔두고 인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니 맛난 음식 냄새가 코를 자극합니다.

 

식탁에 앉으니,

먼저 파스타가 나옵니다.

막대기 처럼 생겼는데 구멍이 뚫린거여.

소스는 스파게티와 비슷하고,

양념은 좀 매콤했습니다.

 

그 후엔 스테이크 처럼 생긴 고기..

파스타 양념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 담엔 호박과 고추 비슷한 것을

달콤 짭조름한 양념에 조린 음식이 나옵니다.

 

과일(서양 배, 자두, 살구..)을 먹습니다.

포크를 왼손으로 잡고 과일을 찍어서,

오른손으로 깎아 먹습니다.

 

이런 방법도 꽤 편리하던데여...

 

이제 끝나렸으니...

그러나수녀님은

냉동실에서 초컬릿 범벅 아이스크림을 꺼내오십니다.

 

후후...

그리고,

커피를 끓이시더군요.

 

에스프레소가 상당히 쓴것으로 기억되는데,

설탕을 넣어서 먹으니.. 달콤했어요.

 

그리고 설탕을 넣어서 수저로 저어 먹질 않아요.

처음에 쓴맛을 즐기고,

나중에 설탕이 녹은 단맛을 즐긴데요.

 

식사를 맛있게 하고,

필리핀 수녀님의 인도를 받아

성프란치스코 성당에 갑니다.

 

옛날 옛날에,

아시시랑 빼루쟈랑 전쟁이 있었데요.

 

프란치스코는 포로로 끌려가게 되었지요.

고생을 하면서, 방탕한 생활을 했던 프.코는 깨달음을 얻었데요.

 

그 뒤로 예수님한테 미쳐서 수도생활을 했구요.

 

아버지는 무쟈게 반대를 하셨는데,

프.코는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았나봐요.

 

아버지 왈...

"나의 뜻을 어기려거든, 내가 너에게 준것을 다 내놓아라.."

 

프.코 왈...

"그렇다면, 이 옷 마저 벗어드리겠습니다."

 

이런 장면이 프.코성당 벽화로 그려져 있습니다.

 

한편...

프.코 사상에 미쳐버린 끼에라는

그와 같은 삶을 살기로 결심합니다.

 

그녀도 역시 부모님 반대가 심했다고 했는데,

프.코를 너무나 사랑했고,

그가 사랑하는 하느님은 더 많이 사랑했나봅니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

 

그러나,

한 사람의 영혼으로 아시시가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시시에는 대개 수도복이 비슷합니다.

 

수도복이 거의 발목까지 오고,

허리에 묶는 끈이 길게 내려옵니다.

 

여기에 사는 수도자 거의가 프란치스코의 영성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라서 그런답니다.

 

끼에라 교회 옆에 집이 하나 있는데,

필리핀 수녀님은 제게 묻더군요..

 

"여기 한국 수녀님 있는데, 만나고 갈래요?"

 

그래서 만나게 된 수련수녀님 세 분...

한국말 통하니까 디게 반갑더구만유..^^

 

벌써, 오후가 되었고,

아시시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있는지라

하룻밤 머물고 갈 것을 청했습니다.

 

다시 주교좌 성당에 가서 짐을 챙겨나오면서,

수녀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작별을 합니다.

 

국적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사람들...

 

그러나, 하느님 이름으로 만나서,

그저 기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향기가 제겐 맵싸한 교훈으로 다가옵니다.

 

끼에라 성당에서 미사를 드립니다.

다른 언어로 드리는 미사에 이제는 좀 익숙해졌습니다

 

다시 내가 오늘 머무를 집으로 가서 저녁식사를 합니다.

 

알고보니, 그 곳은 수련수녀님들이 머무시는 곳이었어요.

인도, 인도네시아, 루마니아, 한국, 필리핀수녀님등.

스무명 남짓하는 수녀님들이 함께 생활하십니다.

 

그래도 이탈리아 인데,

원장 수녀님을 제외하고는 이태리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어쨌든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사는지라,

식탁에 차려진 음식도 각국의 음식을 총망라했습니다.

 

며칠전에 독일에서 먹었던..

햄버거빵에 소세지 넣은 것.

날라가는 밥.

한국에서 왔다는 김.

이번엔 양념 되있지 않는 파스타.

이따시만한 생선구이.

브로컬리를 삶아 달콤한 양념을한 것.

여러가지 샐러드류... 등등..

 

예고도 없이 찾아온 손님에게,

그들은 무척 친절했고.

관심은 나에게 쏠렸습니다.

 

인도네시아 수녀님은 내가 배낭여행을

하는 것이 신기하기만 한가봐요.

그들의 나라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랍니다.

 

그것도, 돈도 정식으로 벌지 않는 대학생이...

 

그 말을 들었을 때,

아, 아직도..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도 있었지...

하며 고개 한 번 숙였습니다.

 

거기서 수련받는 수녀님들은 대개

나와 비슷한 또래이거나

더 어린나이입니다.

 

한국 수녀님들이 가장 나이가 많으세여.

70, 73, 76년생이었으니까.

 

그래도, 자신의 친구들을 소개해주며,

’이 아이는 노래를 굉장히 잘 해.

 저 아이는 똑똑해서 이해를 아주 잘 해..’

 

하며 웃어보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한국 사람 넷이 뭉쳤습니다.

 

나는 금새, 한국 소식통으로 변신했습니다.

 

최진실이 결혼해서 아들 낳은 얘기며,

윤상, 김현철이 노총각 딱지를 떼었던 얘기.

김대중 대통령이 자식들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얘기...

 

턱괴고 맑은눈을 반짝이며 듣는 그들의 눈빛이란,

천상 아이들입니다.

 

우리는 뒷 뜰에 나갔습니다.

아시시는 언덕위에 있기에,

뒷 뜰에서는 시가지가 한 눈에 보입니다.

(여름엔 해가 10시가 넘어야 진답니다.)

 

붉게 물든 노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입니다.

 

영혼이 맑은이들과의 만남이 잦은 탓인지,

머리가 맑게 개이고,

마음은 따뜻해져서,

 

잠자리 들기가 편했습니다... ^^

 

 


2 110 0

추천  2 반대  0

TAG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로그인후 등록 가능합니다.

0 / 500

이미지첨부 등록

더보기
리스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