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GOOD NEWS

구의동성당 검색
메뉴

검색

검색 닫기

검색

오늘의미사 (백) 2024년 4월 29일 (월)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일반게시판
박형진의 사랑

5752 박종구 [pj09] 2015-12-25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박형진의 사랑 -


풀여치 한 마리 길을 가는데

내 옷에 앉아 함께 간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언제 왔는지

갑자기 그 파란날개 숨결을 느끼면서

나는

모든 살아있음의 제자리를 생각했다


풀여치 앉은 나는 한 포기 풀

내가 풀잎이라고 생각할 때

그도 온전한 한 마리 풀여치

하늘은 맑고

들은 햇살로 물결치는 속 바람 속

나는 나를 잊고 한없이 걸었다


풀은 점점 작아져서

새가 되고 흐르는 물이 되고

다시 뛰노는 아이들이 되어서

비로소 나는

이 세상 속에서의 나를 알았다

어떤 사랑이어야 하는가를

오늘 알았다.




*시에대하여1

읽으면 고개들 수 없게 만드는 詩가 있다. 읽는 동안 눈물조차 흘릴 수 없도록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그런, 읽고 나면 내 스스로를 댓돌 위에다 세워놓고 종아리 후려쳐서라도 닮고 싶어지는 뜨거운 詩가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 사랑한다는 이유로 일방적일 때 얼마나 많았었나? 풀여치 한 마리 풀밭에서 놀 때 그걸 잡으려고 풀밭 다 들쑤시고 다니기만 했지 그 풀여치를 위해 풀잎처럼 내 어깨 비워주리라 생각한 적 몇 번이나 있었나?


가질 수 없는 사랑도 있는 거라고 말하기 전에 그 사랑 품을 만한 가슴이 있냐고 나에게 물어 보자. 모든 살아있는 것에 제자리를 생각하며 이 세상 속에 속해 있는 나 자신에게.. 그러면 그 대답은 항상 내 안에서 들려올 것이니... .


중학교 1년 중퇴 1992년 ‘창작과 비평’에 시 7편을 실은 후 첫 시집 ‘바구니 속 감자싹은 시들어가고’를 냈고 이태 지나 산문집 ‘호박국에 밥 말아 먹고 바다에 나가 별을 헤던’, 2001년에는 두 번째 시집 ‘다시 들판에 서서’, 2003년에 산문집 ‘모항 막걸리 집…’을 썼다가 10년 만에 옛 글에 새 글들을 보태고 다듬어 ‘변산바다 쭈꾸미 통신’을 냄 모항근처에서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고 있음.


* 전북 부안의 농민 박형진 시인의 작품입니다. 새해 첫날 방명록에서 한번 소개했습니다만 사랑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어디서 날아왔는지 언제 왔는지/ 갑자기 그 파란 날개 숨결을 느끼'게 하는 것일까요? 사랑에 빠져 있을 때는 사랑의 가치를 잊기 쉽지요. '나는 나를 잊고 한없이 걸'어갈 뿐, 그러나 그 사랑이 '어떤 사랑이어야 하는'지를 깨닫기란 쉽지 않을 것 같군요. 사랑하고 있으세요? 

(2001.5.29) 

 







0 813 0

추천  0 반대  0

TAG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로그인후 등록 가능합니다.

0 / 500

이미지첨부 등록

더보기
리스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