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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백) 2024년 4월 27일 (토)부활 제4주간 토요일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신부님강론
연중 19 주일 (가해)

191 양권식 [ysimeon] 2008-08-09

연중 19 주일 (가해)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며칠 동안 몹시 더운 나날들을 살아왔습니다.
오늘 복음은 갈릴레아 호수에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합니다. 물 위를 걸으시는 예수님과 물에 빠진 베드로의 이야기입니다. 복음서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오늘 복음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지난 주 우리가 읽었던 복음, 빵을 많게 하시어 오천 명을 먹이신 오병이어(五餠二魚) 기적에 이어서 나오는 에피소드입니다. 예수님의 능력으로 빵을 배불리 먹은 군중은 환호하였을 것이고, 그곳을 떠나려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더불어 예수님의 열 두 제자들 역시 군중 앞에서 우쭐대며 의시대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제자들을 따로 불러내어 배를 태워 바다건너로 보내시고, 또한 그곳을 떠나려 하지 않는 군중을 되돌려 보내십니다. 그리고 당신은 홀로 기도하기 위해 산에 오르십니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대중의 인기와 명성으로부터 어떤 태도를 취하고 계시는지 눈 여겨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군중들의 환호와 경배를 뒤로하고, 기도하려 혼자 산으로 올라가셨습니다. 구약성서에 산은 하느님을 만나는 곳입니다. 군중은 거저 배불리 먹은 놀라운 꿈에서 깨어나, 이제 그네들의 삶의 현실로 돌아가야 하고, 제자들은 군중의 환호에서 벗어나 겸손과 봉사의 자세로 돌아가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하느님께 돌아가십니다. 놀랍고 좋은 기적을 겪은 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일은 각자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바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복음서는 초기 신앙 공동체가 그들의 믿음을 알리기 위해 기록한 문서입니다. 복음서의 이야기들 안에는 실제로 일어난 사실을 알리는 것도 있지만, 예수님 혹은 하느님에 대해 그들이 믿고 있던 바를 전하는 것도 있습니다. 복음서들에서 우리가 만나는 것은 과거에 일어난 사실에 대한 정확한 보도가 아니라, 초기 신앙인들의 믿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가 만나는 것도 초기 신앙인들의 믿음입니다. 오늘 복음 안에서 예수님께서는 물 위를 걸으십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의 핵심은 자연의 법칙을 거슬러 물 위를 걸으시는 주님의 모습이 아니라, 그 앞에 선 제자들의 반응입니다.
호수 건너편으로 가기 위해, 예수님과 헤어져 자기들만 배를 타고 떠났던 제자들은,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역풍을 만나 바람과 파도에 몹시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있어서 넓은 호수나 바다는 두려움의 대상이며, 의심, 무질서, 죽음 등을 의미합니다. 제자들의 위험천만한 처지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흔히 겪는 불안과 어둠이라는 극한 상황을 말하고 있습니다. 고역을 치르고 있던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다가 오십니다. 위험에 빠진 이들이 예수님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수님께서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십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그분을 유령으로 착각하였습니다.  캄캄한 밤중에 맞바람을 만나 시달리던 제자들에게 갑자기 나타난 예수님은 질겁할 만큼 두려고 무서운 유령일 뿐이었습니다. 방금 전 빵을 많게 하시어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신 자신들의 스승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하는 두려움, 인간적 공포와 죽음에 직면한 두려움은 순식간에 그들을 불신자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나약한 인간들은 자신들 앞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알아 뵙지 못했습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람은 진리를 바로 인식할 수 없고, 내면에 자리한 공포는 올바르고 건전한 신앙을 방해합니다. 예수님을 떠난 이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오늘 복음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을 알아봅니다. 우리는 여기서 용기를 낼 수 있는 것도, 또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은 것도 ‘나다’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에 의해서라는 초대교회의 신앙을 볼 수 있습니다. 제자들은 물 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을 보고 너무나 반가웠을 것입니다. 성질 급한 베드로는 자기도 물 위를 걸어 보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서 물 위를 조금 걸어갔는데, 그만 거센 바람을 보고는 의심하는 마음이 생겨서, 물 속에 빠지고 맙니다. 그래서 ‘주님, 살려 주십시오’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손을 내밀어 그를 잡아 주셨고, 배에 오르시자 바람이 그쳤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신앙을 고백합니다.
무서운 바람을 멈추게 하신 예수님 앞에 제자들은 엎드려 절하며 신앙을 고백을 합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알아보고 그분께 신앙을 고백한 것은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베풀 때도, 병을 치유하실 때도, 놀라운 말씀으로 가르치실 때도 아니었습니다. 제자들의 신앙고백은 겁에 질려 풍랑에 시달리며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있을 때, 그 순간에 이루어졌습니다. “스승님께서는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했기에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훌륭한 스승님의 부름을 받았고, 예수님과 함께 그 멋진 여정에 동참한 것이 한없이 자랑스러웠을 것입니다. 많은 군중이 예수님을 예언자로 존경했으며, 예수님에게서 많은 기적이 일어나고, 기적을 체험한 군중의 환호를 들으며 제자들은 예수님을 통해 얻게 될 영광과 영예를 생각했을 것입니다. 제자들은 만족했으며 행복했고, 예수님을 통해서 모든 것이 다 잘되리라는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되면서 제자들은 그들의 삶에서 예수님을 잊게 됩니다. 예수님과 몸은 함께 있지만 제자들은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예수님은 수난의 십자가 길을 걸어가지만, 제자들은 누가 당신의 오른쪽과 왼쪽에 앉게 될지에 대하여 묻는 영광과 영예의 길을 추구하게 됩니다. 베드로 사도가 물 위를 걸어 예수님께 가지 못하고 빠져버린 것은 예수님이 자신에게 있어서 어떤 분이신지를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어떤 믿음으로 기도해야 할지, 말해주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몇 년 동안 극심한 가뭄이 들었답니다. 강물은 다 말라버렸고, 농작물은 다 말라 죽게 되었답니다. 몇몇 사람들이 가뭄해소를 위한 특별 기도회를 열자고 제안했고 종교와 나이와 직업에 상관없이 모든 도시 사람들이 한 광장에 모여서 기도회를 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주일간 기도회를 열었는데, 마지막 일곱째 날 기도회 도중에 드디어 구름이 모이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답니다. 사람들은 너무나 기뻐했고, 흠뻑 비를 맞으며 좋아했었답니다. 그런데 빗줄기가 점점 거세어지자, 사람들은 모두들 자기 집으로 바삐 비를 피해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할머니 한 분만이 광장에 남아 있었답니다.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비를 흠뻑 맞다가, 조용히 손가방을 열고는, 작은 우산 하나를 꺼내서 펼치며 이렇게 얘기했답니다. “거 참 이상한 사람들이네, 비가 내리게 해 달라고 기도하면서 우산도 준비하지 않았단 말인가?” 할머니만이 하느님이 비를 내려 주시리라 굳게 믿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들의 삶에서도 긴 인생 안에서부터 짧은 사건들 속에까지 이런 ‘믿음과 의심과 회심’의 삶이 반복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믿음으로 살 수 있다면 참으로 행복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오늘 복음의 베드로 사도의 간절한 고백 ‘스승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마태 14, 33)라는 고백의 기쁨은 없을 것입니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12개의 고개를 넘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평탄한 길만을 걷고 싶은 것은 사람의 욕심일 뿐입니다. 누구든지 삶의 많은 고개를 넘으며 하느님 나라를 향해서 갑니다. 정상에 올라섰을 때에 교만하지 말고 깊은 계곡에 빠졌을 때 절망하지 말고 앞으로도 수많은 고개를 넘어야 함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신앙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믿음의 생활을 충실하게 하고 있을 때 더욱 겸손하고 의심과 회의에 빠져 신앙 생활이 어려울 때 새로운 희망을 생각하며 하느님 나라를 향해 끝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바로 오늘 베드로 사도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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