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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왕 대축일 (성서 주간)] (루카 23,35ㄴ-43)

188 김종업 [rlawhddjq] 2019-11-24



2019년 11월 24일 주일

[그리스도왕 대축일 (성서 주간)] (루카 23,35ㄴ-43)

 

전례력으로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인 오늘은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이다. 축일명대로, 인간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왕(임금)이심을 기리는 날이다. 예수님께서는 정치권력을 장악하여 백성을 억누르는 임금이 아니라, 당신의 목숨까지도 희생하시며 백성을 섬기시는 메시아의 모습을 실현하셨다. 스스로 낮추심으로써 높아지신 것이다. 1925년 비오 11세 교황이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을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정하였다.
한국 천주교회는 1985년부터 해마다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간을 ‘성서 주간’으로 정하여, 신자들이 일상생활 중에 성경을 더욱 가까이하며 자주 읽고 묵상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하느님의 말씀은 그리스도인 생활의 등불이기 때문이다
.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세웠다. (2사무 5,1-3)
그 무렵 1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가 헤브론에 있는 다윗에게 몰려가서 말하였다. “우리는 임금님의 골육입니다.
2 전에 사울이 우리의 임금이었을 때에도, 이스라엘을 거느리고 출전하신 이는 임금님이셨습니다. 또한 주님께서는 ‘너는 내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가 되고  이스라엘의 영도자가 될 것이다.’ 하고 임금님께 말씀하셨습니다.”
3 그리하여 이스라엘의 원로들이 모두 헤브론으로 임금을 찾아가자, 다윗 임금은 헤브론에서 주님 앞으로 나아가 그들과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세웠다.

 

화답송 시편 122(121),1-2.4-5(◎ 1 참조)
◎ 기뻐하며 주님의 집으로 가리라.
○ “주님의 집에 가자!” 할 때, 나는 몹시 기뻤노라. 예루살렘아, 네 성문에, 우리 발이 이미 서 있노라. ◎
○ 그리로 지파들이 올라가네. 주님의 지파들이 올라가네. 이스라엘의 법을 따라, 주님의 이름을 찬양하네. 그곳에 심판의 왕좌, 다윗 집안의 왕좌가 놓여 있네. ◎

아버지께서는 우리를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아드님의 나라로 옮겨 주셨습니다. (콜로 1,12-20)
형제 여러분, 12 성도들이 빛의 나라에서 받는 상속의 몫을 차지할 자격을  여러분에게 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리기를 빕니다.
13 아버지께서는 우리를 어둠의 권세에서 구해 내시어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아드님의 나라로 옮겨 주셨습니다.
14 이 아드님 안에서 우리는 속량을, 곧 죄의 용서를 받습니다.
15 그분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상이시며 모든 피조물의 맏이이십니다.
16 만물이 그분 안에서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하늘에 있는 것이든 땅에 있는 것이든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왕권이든 주권이든 권세든 권력이든  만물이 그분을 통하여 또 그분을 향하여 창조되었습니다.
17 그분께서는 만물에 앞서 계시고 만물은 그분 안에서 존속합니다.
18 그분은 또한 당신 몸인 교회의 머리이십니다. 그분은 시작이시며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맏이이십니다. 그리하여 만물 가운데에서 으뜸이 되십니다.
19 과연 하느님께서는 기꺼이 그분 안에 온갖 충만함이 머무르게 하셨습니다.
20 그분 십자가의 피를 통하여 평화를 이룩하시어  땅에 있는 것이든 하늘에 있는 것이든  그분을 통하여 그분을 향하여 만물을 기꺼이 화해시키셨습니다.

주님, 주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루카 23,35ㄴ-43)_
그때에 지도자들은 예수님께 35 “이자가 다른 이들을 구원하였으니, 정말 하느님의 메시아, 선택된 이라면 자신도 구원해 보라지.” 하며 빈정거렸다.
36 군사들도 예수님을 조롱하였다. 그들은 예수님께 다가가 신 포도주를 들이대며 말하였다.
 37 “네가 유다인들의 임금이라면 너 자신이나 구원해 보아라.”
38 예수님의 머리 위에는 ‘이자는 유다인들의 임금이다.’라는 죄명 패가 붙어 있었다.
39 예수님과 함께 매달린 죄수 하나도, “당신은 메시아가 아니시오? 당신 자신과 우리를 구원해 보시오.” 하며 그분을 모독하였다.
40 그러나 다른 하나는 그를 꾸짖으며 말하였다. “같이 처형을 받는 주제에 너는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41 우리야 당연히 우리가 저지른 짓에 합당한 벌을 받지만, 이분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으셨다.”
42 그러고 나서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하였다.
43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 제1독서 (2사무5,1-3)

 

"그리하여 이스라엘의 원로들이 모두 헤브론으로 임금을 찾아가자, 다윗 임금은 헤브론에서 주님 앞으로 나아가 그들과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세웠다." (3)

 

이스라엘 지파의 대표들이 다윗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데 이어서 이스라엘의 원로들이 다윗에게 기름을 붓기 위해 등장하는 장면이다.

 

사무엘 하권 5장 1절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는  '하느님의 군대와 같은 큰 군대' (1역대12,23)로 표현되지만, 군사적 권위를 지니고 있는 군대의 우두머리(장관)들로 여겨지고, 사무엘 하권 5장 3절의 '원로들'은 종교적 권위를 지니고 있는 종교 지도자들로 여겨진다.

 

한편 '헤브론으로 임금을'에 해당하는 '엘 함멜레크 헤브로나'(el hammellek hebronah; to king David to Hebron)를 어순을 고려하여 다시 번역하면 '그 임금에게 헤브론으로'이다.

 

'헤브론'이라는 장소보다는 '다윗 임금'이라는 인물이 앞에 나와 강조되어 있다.

그리고 '헤브론으로'라는 표현에서도 '~으로 향하여'라는 뜻을 가진 접미어 '하'(ha)가 붙어 있어서, '헤브론에 있는 임금에게'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 임금에게 헤브론으로 향하여'라는 의미로서, 다윗이 더 이상 헤브론이란 지역 안에 제한되어 통치하는 임금이 아님을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또한 정관사가 첨부된 '함말레크'(hammallek)'그 임금'이라는 표현이 사무엘 하권 5장에서 처음으로 사용되면서 다윗이 유다와 이스라엘의 절대적이고도 유일한 임금임을 나타내고 있다.

 

그 다음, 공식적인 즉위식에 앞서 통치자와 피통치자 사이에 계약을 체결하는 장면이 전개된다.

 

여기서 '맺었다'에 해당하는 '이크로트'(ykroth)는 '자르다'는 뜻을 지닌 동사 '카라트'(karath)의 미완료형이다.

'카라트'(karath)고대 근동에서 계약의 맹세를 하는 의식에서 동물의 희생을 드렸던 것을 반영하는 단어이다.

 

계약 체결에 있어서 '자르다'는 표현이 사용된 것은 계약 체결시 동물을 둘로 쪼개어 놓고 그 사이로 계약의 당사자들이 지나가면서, 그 계약의 조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계약을 파기한 자에게 저주가 내리며 그 쪼개어진 동물과 같이 될 것을 맹세하는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창세15,10.17; 예레34,18참조).

 

한편 여기서는 그 계약을 세우는 주체가 다윗으로 나와 있다.

더우기 '다윗 임금'으로 번역된 '함멜레크 따위드'(hammellek David)직역하면 '그 임금 다윗'이다.

 

'따위드 함멜레크' 자연스러운 어순임에도 불구하고 '함멜레크 따위드'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임금으로 행동하는 다윗을 부각시키려는 것임과 동시에 다윗의 위치가 유다와 이스라엘을 모두 통치하게 될 유일한 임금인 것을 나타내려 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들과'로 번역된 '라헴'(lahem; with them)을 직역하면 '그들을 위하여'이다.

이것은 다윗과 이스라엘 원로들간의 상호 동등한 계약이 아니라 다윗의 우월성이 전제된 가운데 다윗이 원로들을 위하여 베푸는 계약 맺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을 위하여' 세운 계약이기 때문에 다윗의 일방적인 전제 정치와 이스라엘 백성들의 맹종을 전제하는 계약으로 볼 수 없다.

이것은 다윗 자신도 스스로에게 그 계약 이행의 의무를 지움으로써 자신이 충실하게 그들을 인도해 가고, 지키며, 보호할 임금이 될 것을 맹세한 계약이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그 계약은 '주님 앞으로 나아가' 세워졌다.

이 표현에 해당하는 '리프네 예흐와'(lipne yehwah)에서 '리프네'(lipne)'~에'라는 전치사 '레'(le)'얼굴'이란 뜻의 '파님'(panim)의 연계형이 결합된 말이므로, 직역하면 '주님의 얼굴에' 이며, 이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주님께서 보시는 앞에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표현은 비록 다윗이 이스라엘의 유일한 임금으로 행동하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이 주님의 인도하심과 축복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큰 명제 아래에서 행해진 것임을 보여 주고 있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은 주님의 임재하심이 없이는 결코 세워질 수 없는 신본주의적인 신정(神政) 왕국이므로, 다윗 역시 하느님 대전에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왕권을 행사해야 했던 것이다.

 

이제 사무엘 하권 5장 3절의 마지막 부분을 살펴보면, 다윗이 사무엘에 의해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기름부음을 받았던 때(1사무16,13)와 유다의 임금으로 세워졌을 때(2사무2,4)에 이어 세번째로 기름부음을 받는 장면이다.

이로써 다윗이 드디어 통일 이스라엘의 공식적인 임금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세웠다'에 해당하는 '레멜레크 알 이스라엘'(lemellek al Israel)사무엘 하권 2장 4절에서 '유다 집안의 임금으로 세웠다'에 해당하는 '레멜레크 알 베트 예후다'(lemellek al beth yehudah)와 정확한 대구를 이루면서 다윗의 통치 범위가 유다에서 이스라엘 전체로 확대되었음을 명시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에서와 같이 전치사 '알'(al)'임금 노릇하다'라는 뜻의 동사 '말라크'(mallak)와 함께 사용되면, '~에 대하여'(over)라는 통치의 범위를 나타낸다.

 

또한 '그들은 ~기름을 부어'에 해당하는 '와이므세후'(waimshehu; and they anointed) 원형 '마샤흐'(mashah)'기름을 바르다'는 뜻인데, 여기서 '기름'은 '성령의 임재 내지는 충만'을 상징한다.

 

그런데 이렇게 기름부음을 받는 대상은 백성들과 하느님 사이에서 중재의 역할을 감당하는 임금, 예언자, 사제로 제한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들이 기름부음을 받는 것은 그들이 하느님을 위해서 성별(聖別)되었다는  의미를 갖는다.

 

본문의 다윗은 하느님을 위하여 임금으로 구별되었음을 나타내는 의식으로 기름부음을 받았던 것이다(1역대11,1-3 병행구절참조).

 

 

 

그리스도 왕 대축일

오늘의 묵상

오늘은 그리스도께서 온 누리의 임금이심을 기억하는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교회가 예수님을 온 누리의 임금으로 선포하는 이유는, 이스라엘의 임금이 된 다윗이(제1독서) 당신의 조상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바오로 사도가 이야기하듯이 세상 모든 것이 예수님을 통하여, 그분을 향하여 창조되었기(제2독서) 때문입니다.
곧, 예수님께서 만물의 주인이시기 때문입니다.그러한 만물의 임금이신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서는 십자가 위에서 조롱을 받으십니다. 모든 것을 다스리시는 분께서 아무것도 아닌 당신 백성에게 조롱을 받으시고 죽임을 당하시는 아주 역설적인 상황입니다.
 이렇게 보니 예수님의 왕권, 예수님의 통치는 세상의 왕권과는 무엇인가 다른 모습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만물의 임금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은 만물이 하느님과 화해를 이루도록 하시려는 것이었다고 고백합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으신 것은, 오로지 당신 피로 모든 이의 죄를 대신 기워 갚으시기 위함이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알려 주신 하느님의 계획이었고, 십자가는 바로 세상 창조 때부터 진행된 하느님의 계획이 온전히 실현된 장소였습니다.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만물을 위하여 기꺼이 목숨을 내어놓으심으로써 참된 임금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는 오늘, 우리도 그분을 본받아 예수님의 왕직에 동참합시다. 곧, 이웃을 위하여 자신을 내어놓는 십자가의 삶을 살아갑시다.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를 위하여 마련하신 하느님의 계획입니다.
 (염철호 요한 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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