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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갤러리
사제가 떠난 자리는 배가 지나간 자리와 같아야 한다

93 상봉동성당 [sangbong2] 2011-09-11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2) 사제가 떠난 자리는 배가 지나간 자리와 같아야 한다
 
예수님 가르침 충실히 따릅니다
 
정웅모 신부(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 배 안에 있는 예수님과 복음사가들, 350년경, 대리석, 피오 크리스천 박물관, 바티칸 박물관, 바티칸.
 
 
작은 대리석에 새겨진 이 부조는 ‘피오 크리스천 박물관’의 한쪽 벽에 전시되어 있다. 이 박물관은 바티칸 박물관의 부속 건물로서 이곳에는 석관과 같은 초기 교회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지금 이 작품은 파편의 형태로 남아있지만 원래는 대리석 석관의 한쪽 면을 아름답게 장식하던 것이었다. 초기 교회 신자들은 이 부조를 새기면서 세상을 떠난 사람의 영혼이 주님의 인도를 받아 하느님 나라에 편안히 도달할 수 있기를 기원했을 것이다.
 
곤돌라처럼 날렵하게 생긴 배 안에서 사람들이 노를 저으며 앞으로 나가고 있다. 그들의 신원은 주변에 새겨진 글을 통해서 명확히 드러난다. 뱃머리에 앉은 예수님께서는 권능을 상징하는 커다란 손을 들어 제자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그분 앞에는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기록한 네 명의 복음사가들이 앉아 온갖 힘을 다해 노를 젓고 있다. 예수님의 바로 앞에 마르코가 있으며 이어서 루카와 요한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또한 이 작품에는 마태오 복음사가도 묘사되어 있었겠지만 이 파편에서는 유실되어 찾아볼 수 없다.
 
교회 미술에서 배는 그리스도의 교회를 상징하며 거센 파도는 세상의 온갖 위험과 악을 상징한다. 이 세상에 있는 교회는 항상 세파에 시달리겠지만 착한 목자이며 선장인 예수님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라 나아가면 최종 목적지인 하느님 나라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도 거센 파도가 작은 배를 집어삼킬 듯이 꿈틀대고 있지만 파도보다 더 강한 구세주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보호하며 안전하게 이끌어 주고 있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의 본당 신부님께서는 강론 때에 자주 “모든 것이 다 지나가고 오직 하느님만이 언제나 그 자리에 계시는 분이시다”며 영원한 하느님에 대해 강조하셨다고 한다. 또한 본당의 신학생들에게는 “사제가 머물다가 떠난 자리는 마치 바다에서 배가 지나간 자리와 같아야 한다”며 사심 없는 사목자가 될 것을 주문하셨다고 한다. 사제가 사목하다 떠난 자리에는 자신의 흔적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의 사랑만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목하면서 뒤를 돌아다보면 주님께서 남아있어야 할 그 자리에 내 자신의 모습이 새겨져 있는 것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이 작품을 보면 사목자로서의 반성과 함께 사제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를 알 수 있다. 예수님 앞에 있는 복음사가들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모든 재능을 자신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주님을 널리 알리기 위해 사용하였다. 그들은 예수님의 큰 사랑에 깊이 매료당하여 그분을 알리는 일에 일생을 다 봉헌하며 헌신하였다. 복음사가들이 기록한 네 복음서, 즉 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 복음서에는 그들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 인간에 대한 주님의 큰 사랑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배 안에 있는 예수님과 복음사가들(부분).
 
[가톨릭신문, 2011년 7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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