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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홍) 2024년 5월 3일 (금)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중고등부 주일학교
주님가까이 11월호.

194 나영선 [ousun33] 2002-12-08

주님가까이 11월호입니다. 처녀작이라 아직 어설퍼요. *^^* 교육국 홈피에서도 볼 수 있답니다. 사랑합니다.

 

낭만걸의 일출기

 

1. 처음…

 

나도 처음에는 모든 것을 다 잘 해내고 싶었다. 또한, 그러리라는 희망도 마음에 품었었다. 하지만, 세상 일이 내 맘대로만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예수님 혼자서 보살피기에 지구 안의 수천만 명의 사람들은 너무 버거운 것도 같다. ‘혹시, 저를 깜빡 잊어버린 것은 아니지요?’

 

 

2. 떨어져서 보기

 

만에 하나 신에게 잊혀진 존재가 되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하나 강구해냈다. 그것이 바로 ‘영선이 표. 떨어져서 보기’이다.

 

‘100m 미인’이라는 말이 있다. 조금만 떨어져서 본다면 새로운 세상이 보일거라는 교훈적인 말뜻이다. 당신은 100m를 몇 초에 주파하는가? 아무리 느림보라도 1분 안에는 달릴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 당신에게 문제가 생겼는가? 그렇다면, 문제를 거기에 두고 달려라. 그리고 백 미터를 달려서 다시 그 문제를 보아라.

 

 

 

 

3. 웬만하면…

 

그러나, 나는 사춘기 이후로 달려본 적이 없다. 세상 뭐 그리 급하게 살아야 하는지. 어차피 우리는 같은 길로 가고 있는데,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안이한 생각을 가진 나는 달리기 거부한다. 그리고 인간이 개발해 낸 것 중에 가장 편리하다고 느끼는 ‘차’를 타고 떠난다.

 

 

4. 동행

 

무조건 말 수가 적어야 한다. 서로의 사색에 방해되는 인물이란, 차라리 없는게 더 낫다. 겨드랑이에 땀띠나면서도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분위기 잡는 낭만걸(girl)로서, 수다쟁이는 아무래도 분위기를 깬다.

 

 

 

 

5. 여기서 잠깐!! 플래쉬 백

 

작년 여름 지리산 장터목 산장 가는 길…. 모험을 좋아하는 낭만걸은 가끔 혼자서 산도 탄다. 산에서 지낸지 이틀째 되는 날. 나는 50대 아저씨를 만났고, 그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걷고 있었다.

 

‘왜 이렇게 험한 산에 혼자서 왔느냐, 자연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 줄 아느냐, 너처럼 준비없이 산을 타는 아이는 처음이다….’

 

그러던 어느 순간 갑자기 아저씨가 뒤로 넘어지는 것이 아닌가. 낭떠러지가 바로 뒤인데. 가까스로 떨어지지는 않으셨지만, 아저씨 다리에 쥐가 난 것이다. 난 등산화를 벗기고 발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뒤이어 오는 대전 사나이와 백화언니…. 그들은 능숙하게 아저씨 다리에서 쥐를 빼내었고, 우리는 동행이 되었고 무엇도 두렵지 않았다.

 

 

 

 

6. 산에서 보는 별. 일출

 

우리는 아저씨의 짐을 나눠 들고, 달을 보며 계속해서 산속으로 들어갔다. 장터목 산장 도착. 그곳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소주 한 잔 기울이며 바라보던 하늘은 지금도 꿈꾸고 싶은 장면이다. 그리고 지리산 정상에서 보았던 일출. 그것은 다시 시작하고 싶은 작은 마음의 불꽃에 휘발류를 왕창 뿌려놓았었다.

 

 

 

 

7. 백화처자

 

그 때의 기억을 오버랩 시키며, 나는 일출을 보러 동쪽 끝으로 떠났다. 동행이 되어준 사람은 지리산에서 만난 백화처자. 그녀는 강원도 토박이로, 순박한 미소가 착하다. 원래는 수험 생활을 마치고 여행할 친구들을 위해서 버스를 타려고 하였으나, 백화처자의 차를 타게 되었다. 억울하면 여러분도 곳곳에 인간관계를 맺어 놓길 바란다. 그러나 이해해주길 바란다. 내가 어떻게 먹은 나이인데, 어떻게 떠나보낸 세월들인데….

 

 

 

 

8. 하조대 일출

 

그녀가 사는 원주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대관령을 넘었다. 강릉 시내의 불빛이 일렁거린다. 참! 이곳에서는 주파수가 잘 잡히지 않더라. 듣고 싶은 노래를 꼭 안고 타시길.

 

아침 6시, 날이 밝아져서 해가 뜬 것이 아닌지 몹시 조마조마했다. 하조대로 달려가니, 벌써 사진을 찍으려고 몰려든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바다 위에 하늘. 그 사이에 얕은 구름. 그것을 바라보는 바위. 위에 늙은 소나무. 해를 기다리며 재잘대는 파도….

 

 

 

 

바다는 내게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다 잘 될거야. 토닥토닥… 맘 아픈 일들 내게 다 버리고 가….”

 

그러자, 손톱만한 해가 아주 조금씩, 조금씩 그 본래의 형태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바라보니, 꽤 오랜시간이었다. 평소에는 해가 어디서, 또 언제 뜨는지 도통 모르고 살아버렸는데….

 

햇님이 등장하니, 파도의 반가움은 더 세게 물결친다. 파도가 만들어 놓은 바위도, 그 위에 노송도 말은 없지만, 묵묵히 태양에 대한 신뢰가 있다. 그들의 우정은 변함없고 아름답다. 자기가 있어야 할 곳에 있으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면서 서로를 지켜준다. 그리고 삶에 지친 나그네의 발걸음에도 희망을 준다.

 

9. 그래도 바다는…

 

바다를 보며 오버하는 나의 감탄사들을 듣고 백화처자는 말했다.

 

“그렇게 좋아하면, 한 바가지 떠가지 그래?”

 

그러나 한 바가지의 바닷물은 결코 파도를 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갈매기도 놀러 오지 못하고, 물결치는 흰 거품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무척 외로울 것이다.

 

“그럼, 바다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전화해. 생중계 해줄테니깐.”

 

 

 

 

10. 끝

 

여행 중에 많은 생각을 하고 돌아왔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는 일은 거의 없다. 언제나, 거기서 거기다. 그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 넓어진 것 밖에는 없다. 그러나 당신의 눈이 당신의 미래를 변하게 만들 것이라는 믿음에는 흔들림이 없다. 그리고 당신의 미래가 세상을 아름답게 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리라는 것은 항상 나의 기도 제목이 되었다.

 

그리고, 신은 당신을 백만 스물 한 번째로 기억하고 있지 않다. 언제나 첫 번째의 사람이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준 나영선 님은 외국어대 역사학과 졸업반이며 여행을 무척 좋아해 제2의 한비야 또는 ‘나비야’가 되고 싶답니다. 원고를 쓰기위해 일부러 일출을 보러 다녀왔답니다.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꿈을 먹고 사는 아이라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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