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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홍) 2024년 5월 3일 (금)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주님 세례 축일(다해-03)

164 전창문 [cmjun] 2004-01-11

주님 세례 축일(다해-04)

                                                     2004. 01. 11

 

   오늘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사람이 되신 주님께서 요한 세자에게 세례를 받으신 것을 기념하는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셨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의아심을 갖게 합니다. 세례란 원죄와 본죄를 가진 인간이 하느님의 구원을 받기 위해 거듭나는 성사로 예수님은 어떤 죄도 없으시기에 세례가 필요하지 않으신 분이십니다. 그럼에도 주님께서 세례를 받으셨다는 것은 우리에게 세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구원에 참여하기 위해 절대 필요한 세례 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고 우리 삶의 모범이신 주님을 본받으며 살아가고자 결심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과연 하느님의 자녀다운 삶을 살고 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세계 제일 또는 1위하면 일반적으로 영예스러운 금메달을 생각하지만 수치스러운 금메달도 있습니다. 지난 12월 29일자 한국 일보에 보건 복지부와 꽃동네 현도 사회복지 대학이 공동 발간한 조사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결혼 대비 이혼율이 47.4%이었는데 조만간 50%를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작년 한해 40만 쌍이 결혼했으나 가정 법원을 통해 거의 20만 쌍의 부부가 이혼을 했다는 통계입니다. 아직은 미국, 스웨덴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동메달이지만 현재 추세라면 일, 이년 후면 두 나라를 추월하여 '이혼 천국'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일년에 40만 쌍이 결혼하는 가운데 10만 쌍은 1년도 안된 신혼부부들이 이혼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결혼하는 4쌍 중에 1쌍이 1년 안에 이혼하는 꼴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제 주변에서는 이혼하는 사람을 볼 수 없었지만 이제는 쉽게 찾을 수 있음이 이를 입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런가 하면 언젠가 평화신문에서 우리나라의 낙태 실태를 조사했는데 일년에 150만 명의 태아가 부모에 의해서 살해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조사에 의하면 여성 중 낙태를 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30%나 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가톨릭 신자는 더 솔직히 응답해서 인지는 몰라도 일반 사람보다 더 높은 수치인 31%가 된다고 응답했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주님을 따르며 살겠다고 세례성사를 받은 것이 무슨 의미가 있고 비신앙인과 다른 바가 무엇이겠습니까? 그러면서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 우리 사회는 인간의 존엄성이 상실되고 무시되는 가정 파괴, 살인이 스스럼없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러면서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낙태는 그래도 어느 정도 죄의식을 느끼지만 이혼에 대해서는 아무런 죄책감도, 죄의식도 느끼지 않고 많은 부부들이 쉽게 갈라서고 있습니다. 이혼은 가정을 파괴하는 행위이고 자식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행위임에도 아무런 죄의식이나 책임의식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가정 파괴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기에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가정이 파괴되면 사회나 교회의 앞날은 희망을 잃게 되고 어둡고 암담합니다.

 

   무엇이 우리 사회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 원인은 6, 70년대 경제 제일 주의와 물질 만능 주의를 지향하면서 시행했던 가족 계획 정책에 있다고 봅니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에서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로 이어진 정책은 '한 집 건너 하나 낳기 운동'으로 발전했습니다. 그 결과 물질과 돈을 위해서는 생명의 존엄성이 무시되고 희생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자라났고 그런 생각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태아를 죽이는 낙태를 자행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얻은 귀한 자식을 부모는 금이야 옥이야 키우기 위해 윤리와 도덕은 뒷전으로 밀려나므로 함께 더불어 사는 교육이 아니라 내 자식이 우선이라는 이기적인 정신만 키워주었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성장하여 결혼하니까 조그만 문제에 부닥쳐도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거나 타협하는 마음 없이 자기생각만을 고집하고 서로 굽히지 않고 내가 우선이라는 이기심이 쉽게 이혼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혼이란 부족하고 모자란 젊은 남녀가 서로 부족하고 모자란 것을 보충하여 완전한 삶을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신 제도입니다. 때문에 배우자를 배려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선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 신년호 가톨릭 신문에 중풍 할머니를 수발하는 난쟁이 할아버지에 대한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실은 기사를 읽고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71살이 되신 권경옥 요셉 할아버지는 1미터 조금 넘는 키로 주위로부터 한평생 '난쟁이'라는 조롱을 들으며 살아오신 분입니다. 반면 40년 동안 함께 살아온 72살 되신 우산월 마리아 할머니는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남들로부터 '조금 모자란 덜 떨어진 사람'이란 말을 들었습니다. 남편은 농사를 짓고, 아내는 그것을 내다 팔고….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삶의 동반자로 한 길을 걸으며 살아오셨습니다.

 

   고달픈 삶 때문이었는지 몇 해 전 할머니가 중풍으로 앓아 눕게 됐는데 한 평생 아내에게 보살핌 받던 남편은 이제는 아내의 곁을 지켜야 되겠기에 아내의 손과 발이 되어 남은 생을 살아간다고 하셨습니다. [예전에는 동네 아이들이 몰려다니면서 돌을 던지고 해서 장에도 못나가 봤더래요. 물론 학교 가서 공부하는 것은 꿈도 못 꾸었지요] 라고 할아버지가 힘들었던 과거를 이야기하자, 할머니는『손가락질하는 사람들보면서 모두 다 같은 사람인데, 왜들 그러느냐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고 하셨습니다.

   이렇듯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무관심으로 상처받은 이들 부부에게 7년 전, 중풍으로 쓰러진 할머니를 돕기 위해 안동 서문동본당 레지오 단원들이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단원들의 헌신적인 사랑과 기도에 힘입어 2000년 대희년 부활절에, 요셉과 마리아라는 본명으로 새롭게 태어나셨습니다.『성당에 가면, 나 같은 사람에게도 인사하며 손을 잡아주고, 늘 관심을 갖고 도와주니 감사할 뿐이야』라고 할아버지는 말합니다. 그런데 요사이 또 다른 기도거리가 생겼는데 '할머니한테 짜증 안 부리고, 큰소리로 화내지 않는 것.'이라고 하십니다. 7년째 아내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살림까지 도맡아 하다보니 가끔은 울화통이 치밀기도 한다고 하십니다. [어떨 때는 힘들어서 술기운을 빌어 대소변을 받기도 한다]는 할아버지의 말에 할머니는 그저『미안하다』는 한마디를 하고 씩 웃어버리면 그 웃음에 할아버지도 불평을 그치고, 꼭 고해성사를 봐야겠다고 말하신다고 합니다. 아내에게 평생 진 빚을 갚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는 요셉 할아버지는 "서로 모자래이(모자라니까) 같이 살지, 똑똑하면 같이 붙어살겠어요?"라는 말을 힘주어 하셨습니다.

 

   "서로 모자래이(모자라니까) 같이 살지, 똑똑하면 같이 붙어살겠어요?"라고 하신 권경옥 요셉 할아버지의 말씀, 우리 모두가 깊이 새겨듣고 마음에 간직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부란 서로 모자라고 부족하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똑똑하고 잘 났고 모자람이 없다면 배우자가 무엇 때문에 필요하겠습니까? 모자라고 부족하기에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배우자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게 아니고 서로 똑똑하고 잘 났다는 교만한 마음은 너 없어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쉽게 갈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세례성사를 통해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고 제2의 그리스도가 되었습니다. 제2의 그리스도가 된 우리는 주님을 모방하는 삶을 살고자 할 때 진정한 하느님의 자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보다 더 못한 삶을 산다면 우리의 책임은 면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작년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전반에 걸쳐 많은 어려움과 곤란을 겪었습니다. 마치 엉켜 있는 실타래처럼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망막하고 걱정스러운 한해였습니다. 무엇이 우리 국민에게 이런 어려움과 고통을 주었습니까? 아마도 저를 포함한 국민 모두가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잘 못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정치나 경제 교육 등의 문제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변명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윤리와 도덕과 같은 사회 문제 특히 가정이 파괴되는 모습은 하느님을 믿는 우리들의 책임이고 이 문제에 대해서만은 하느님의 준엄한 심판을 면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오늘 주님 세례 축일을 지내면서 세례성사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음을 감사하면서 나는 내 가정의 평화와 화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 깊이 반성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가정이 하느님의 뜻에 합당한 성가정이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하느님께 약속드려야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금년 우리 본당은 사순절부터 일주일에 한번은 가족이 '마주보고 기도하는 날'을 정하여 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서로 대화를 나눔으로 가정의 소중함과 사랑을 확인하고 돈독히 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께서 적극 호응해 주시기를 부탁드리며 하느님께서 이런 마음을 가진 가정을 틀림없이 지켜주시고 성가정이 될 수 있도록 축복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아  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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