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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갤러리
예수님을 믿어서 잘못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91 상봉동성당 [sangbong2] 2011-07-23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8) 예수님을 믿어서 잘못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정웅모 신부(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 제르망 장 드로아스(Germain-Jean Drouais, 1763-1788), 예수님과 가나안 여자, 1784년, 유채, 루브르 박물관, 파리,
 
 
프랑스.화려한 건물이 보이는 성전 입구에서 한 여인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깍지 낀 채 예수님께 무엇인가를 간절히 청하고 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 여인의 청을 거절하려는 듯이 한쪽 손을 내치고 있다. 예수님 주변의 제자들은 이런 모습을 바라보며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특히 노란 외투를 입은 베드로는 양팔을 벌리고 더욱 당혹해 하며 예수님을 쳐다보고 있다. 왼쪽에 있는 군중들도 다양한 자세를 취하며 이 광경을 흥미롭게 주시하고 있다.
 
이 작품은 “가나안 여자의 믿음”을 표현한 것이다. 이 여인에 대한 믿음은 마르코 복음 7,24-30에 표현되어 있다. “어떤 가나안 부인이 나와,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렸습니다.’하고 소리 질렀다. 예수님께서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셨다. 제자들이 다가와 말하였다. ‘저 여자를 돌려보내십시오. 우리 뒤에서 소리 지르고 있습니다’ ”(마태 7,22-23).
 
가나안 여인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며 거절하셨다. 그러나 그녀는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는다며 애원하였다. 여기서 “자녀들”은 이스라엘 백성을 가리키고 “빵”은 구원을 뜻한다. 그리고 “강아지들”은 가나안 사람과 같은 이방인을 뜻한다.
 
가나안 여인은 마귀 들린 딸을 고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효과가 없자 마지막으로 예수님께 모든 희망을 걸고 그분 앞에 나온 것이다. 이 여인은 예수님 앞에 자신을 낮추어 무릎을 꿇고 거듭 거듭 주님께 사랑하는 딸의 치유를 위해 애원하였다. 사랑하는 딸을 고쳐서 온전한 모습으로 새롭게 해 주실 분은 오직 주님밖에 없다는 여인의 강한 믿음이 애절한 몸짓에 표현되어 있다. 예수님께서는 이 부인의 지극한 믿음을 보시고 딸을 고쳐주셨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구원의 기쁜 소식은 이제 이스라엘 백성을 뛰어 넘어 모든 민족에게 전파되기 시작했다.
 
예수님께 대해 확고한 믿음을 간직했던 가나안 여인 같은 사람을 본당 사목을 하면서도 자주 만나곤 한다. 오래전부터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던 할머니는 연로하여 성당에 나올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한 달에 한 번씩 거행되는 병자 영성체 예식을 통해 주님을 모시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아흔 살을 바라보는 그분은 성체를 받아 모신 후에는 양손을 깍지 끼고 언제나 이런 말씀을 되풀이 하셨다. “예수님을 믿어서 잘못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아들과 딸, 손자와 손녀 모두가 다 잘되었습니다. 예수님을 믿어서 잘못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영성체 후에 이 같은 신앙 고백을 하는 할머니의 양손은 가정과 자녀를 위해 헌신한 모든 어머니의 손처럼 거칠고 투박하였다. 그 손에는 이분이 걸었던 한평생의 고단한 삶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것 같았다. 그 힘든 삶을 헤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예수님께 대한 굳건한 믿음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분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할머니는 자신의 삶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라는 것을 증언해 주었다. “예수님을 믿어서 잘못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라는 그분의 소박한 신앙 고백은 병자 영성체가 끝난 다음에도 여전히 내 귓가를 맴돌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1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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