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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44: 수평적 안정성이 필요해 - 라옹의 노트르담 주교좌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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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1-17 ㅣ No.776

[성당 이야기] (44) 수평적 안정성이 필요해


라옹의 노트르담 주교좌 성당(Cathedrale Notre-Dmane de Laon)

 

 

누와용의 노트르담 주교좌 성당에 이어 초기 고딕 성당의 구조적 발전을 이룬 곳은 라옹의 노트르담 주교좌 성당입니다. 라옹 성당은 먼저 네이브월이 4단 구성인 점에서 누와용 성당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4단이 된 것은 갤러리층 상부에 한 층이 추가되었기 때문인데, 누와용에서는 이 층이 구조적 역할을 했기 때문에 트리포리움으로 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라옹에서는 이 층의 아치가 개방되면서 구조적으로 자유로워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발전은 이 층이 갤러리에서 트리포리움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을 말하며, 결국 수직적으로 더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보여주는 것입니다. 네이브월의 4단 구성만이 아니라 리브 그로인 볼트 천장과 대응 기둥 체계에서도 누와용에 비해서 상당한 발전이 있었습니다. 누와용은 4분 볼트 천장에 기둥이 주기둥과 부기둥으로 교대되면서 더블 베이를 형성하였습니다. 4분 볼트임에도 횡방향 아치의 크기 변화로 기둥의 두께가 변하게 된 것입니다. 라옹은 그러한 불일치를 극복하기 위해서 천장이 6분 볼트로 되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코어 기둥은 대부분이 같은 크기의 원형 기둥으로 구성되면서 싱글 베이를 형성합니다. 결국 4분 볼트에 더블 베이인 누와용이나, 6분 볼트에 싱글 베이인 라옹은 모두 구조적 모순을 보여주는데, 이는 초기 고딕 성당들이 천장과 기둥의 역학적 관계를 실험하기 위한 과정 중에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러한 라옹 성당의 수직적 확장은 예상 밖으로 수평적 안정성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누와용의 다발 기둥이 리브 끝에서 네이브 바닥면까지 일직선으로 내려오는데 비해, 라옹의 다발 기둥은 중간중간에 고리모양의 띠를 두르고 있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기둥의 수직성에 띠라는 수평적 요소가 더해짐으로써 높고 가느다란 기둥이 주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정감을 주게 됩니다. 고딕 성당에서 수직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라옹 성당은 거기에 수평적 요소를 추가하여, 가늘어도 마디를 두고 높이 자라는 곧고 푸른 대나무 숲을 연상시킵니다. 그래서인지 건축사학자들은 라옹 성당이 갖는 가치를 고전적 수평성에서 찾고 있습니다.

 

성당 건축에서 고전에 해당하는 것은 고대 로마 제국의 성당들입니다. 고대의 성당들은 종교적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신전이 아닌 공회당(바실리카)의 형태를 취했습니다. 여기서 건축적으로 ‘바실리카’라는 양식이 생겨났으며, 나아가 교회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성당을 ‘바실리카’라고 명명했습니다. 로마네스크 역시 바실리카 평면이 주를 이루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바실리카 성당에서 서쪽 출입구는 세속 영역을, 동쪽 제단은 신의 영역을 상징하기에, 성당 입구(웨스트워크)에서 출발하여 제단(이스트엔드)에 이르는 동선은 하느님을 향해 걸어가는 신앙인의 여정을 보여줍니다. 이는 바실리카 평면이 땅에서 하늘로의 여정을 수평적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고딕 성당은 이 수평의 축에 수직의 축을 더하여 하늘길을 극대화시켰는데, 라옹은 그 수직성 안에 수평성을 새겨두어 둘이 균형을 이루도록 한 것입니다.

 

[2021년 1월 17일 연중 제2주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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