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환경] 사랑하는 아마존과 생태적 회심: 삶의 자리에서 꾸는 생태적 꿈 - 아마존은 멀리 있지 않다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9-19 ㅣ No.1771

[경향 돋보기 - 「사랑하는 아마존」과 생태적 회심] 삶의 자리에서 꾸는 생태적 꿈


아마존은 멀리 있지 않다

 

 

10여 년 전 지상파 방송에서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었다. 남미 아마존 깊숙한 곳에서 살아가는 원주민들의 생활상을 보여 이 프로그램은 당시 2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보일 만큼 화제가 되었다.

 

원주민들의 평화로운 삶의 모습만을 보여 준 것은 아니었다. 제목처럼 아마존의 원주민들이 환경 파괴와 개발 사업으로 겪는 심각한 피해와 그들의 눈물을 담았다. 아마존은 광산 채굴과 대규모 농·축산업을 위한 산림 벌채와 방화로 말미암아 극심한 생태계 파괴에 시달린다. 더불어 아마존의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는 원주민들의 생존도 크게 위협받고 있다.

 

 

아마존이 눈물짓는 까닭

 

「아마존의 눈물」에 소개되었던 야노마미족 수십 명이, 2012년 불에 탄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베네수엘라 내 아마존 밀림의 한 마을에서 발견된 80여 구의 시신은, 불법 채금(採金)업자들이 벌인 학살의 희생자로 추정되었다. 당시 수백 명의 광산업자가 금 채굴을 하겠다며 야노마미 부족의 땅으로 침입해 왔고, 원주민들이 이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참극이었다.

 

2019년에는 우주에서도 연기가 보일 정도의 초대형 화재가 아마존을 휩쓸었다. 이 화재는 최근 몇 년 사이 아마존에서 발생한 화재 중 가장 규모가 컸다. 이런 대형 화재의 원인은 산업형 농업과 대규모 산림 벌채를 위해 무분별하게 불을 지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발주의자인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아마존의 환경을 보호하려는 조치를 무력화하며 이런 행위들을 방조, 나아가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19가 아마존 지역을 덮쳤다. 야노마미족 마을도 예외는 아니었다. 브라질에서는 78개 원주민 부족에서 1,809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11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8만여 명의 원주민이 코로나19에 매우 취약한 상태이며, 외부와의 접촉이 거의 없어 의료 지원을 받기 어려운 원주민 사이에 바이러스가 번지면 집단 사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진다.

 

불법 금광 개발업자나 벌목업자들이 원주민 지역을 침범한 것도 코로나19 확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과거 1980년대에도 광부나 도로 건설업자들로부터 옮겨 온 질병으로 야노마미족 원주민들의 20%가 사망한 적이 있다. 또한 금광에서 발생한 오염으로 원주민들의 체내에서 높은 수치의 수은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렇게, 지금 아마존 원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원인들은 그들의 잘못에서 온 것이 아니다.

 

외부의 침입에서 이어진 개발과 환경 파괴가 자연에 기대어 오랫동안 지속해 온 원주민들의 삶을 무너뜨린다. 서구 제국주의 시대부터 시작된 침략과 노예화의 역사는, 현대에 와서 자본의 이윤을 위한 환경 파괴와 폭력으로 그 모습을 바꾼 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나와 우리 모두의 생태적 회개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이러한 아마존의 피눈물에 귀 기울일 것을 요청한다. 아마존이 펼쳐진 대륙 출신의 교황은, 2019년 주교대의원회의를 소집하고 ‘범아마존 특별 회의’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이 회의의 후속 교황 권고로 반포한 문헌이 바로 「사랑하는 아마존」이다.

 

이 문서를 통해 교황은 아마존에서 영감을 얻은 네 가지 원대한 꿈 – 사회적, 문화적, 생태적, 교회적 꿈 – 에 대해 이야기한다(「사랑하는 아마존」, 6-7항 참조). 이 꿈들은 2015년 반포한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찬미받으소서」와 「사랑하는 아마존」 모두 교회 안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기보다,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사랑하는 아마존」, 8항; 「찬미받으소서」 49항)에 응답하는 것이 목적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구에서 벌어지는 환경 파괴와 사회적 불의 앞에서 ‘생태적 회개’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피조물들과의] 화해를 이루려면 우리의 삶을 성찰하며 우리의 행위와 방관으로 어떻게 우리가 하느님의 피조물에 해를 끼쳐 왔는지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는 회개, 곧 마음을 바꾸는 경험이 필요합니다”(「찬미받으소서」, 218항).

 

마음을 바꾼다는 것은 지구, 아마존, 피조물을 다르게 바라보는 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마존이 가진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아마존의 원주민들에게 “숲은 착취되어야 할 자원이 아니라 우리가 관계를 맺어야 하는 존재 또는 다양한 존재들”이며, “자연을 남용하는 것은 우리 조상과 형제자매와 피조물과 창조주를 모독하는 것이며 미래를 저당 잡히는 것”이다(「사랑하는 아마존」, 42항).

 

교황은 우리가 아마존에 대해 “관상”하고 “사랑”함으로써 “긴밀한 일치감”을 느끼게 되고, 그럼으로써 아마존이 “우리에게 어머니와 같은 존재”가 된다고 말한다(55항).

 

생태적 회개를 한 사람에게 지구와 아마존은 더 이상 마음대로 착취하고 이용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아마존의 토착 부족들에게 있어서, 환경 파괴란 곧 어머니 지구가 피 흘리고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어머니인 지구를 훼손하고 파괴하는 행위를 중지하라고 요구합니다. 지구는 피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지구가 지금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들이 우리 어머니인 지구의 핏줄을 끊어버렸습니다”(42항).

 

하느님께서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당신의 도구가 되어 이 아마존의 울부짖음을 들을 수 있기를 원하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인의 작은 일상적 행동이 피조물 보호를 위한 고결한 일이라고 인정한다. 동시에 개인의 회개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회개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개인이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만으로는 현대 세계가 직면한 매우 복잡한 상황의 해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 사회 문제들은 단순히 개인적 선행의 총합이 아니라 공동체의 협력망을 통하여 해결해야 합니다. … 지속적인 변화를 이루는 데에 필요한 생태적 회개는 공동체의 회개이기도 합니다”(「찬미받으소서」, 219항).

 

‘회개’에 개인적 차원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차원이 있다면 ‘사랑’도 개인적인 관계들 안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사랑’이 필요하다.

 

“서로를 돌보는 작은 몸짓으로 넘치는 사랑은 또한 사회적 정치적 사랑이 되며,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하고자 하는 모든 행동으로 드러납니다. 사회에 대한 사랑과 공동선에 대한 투신은 개인들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정치 차원의 거시적 관계’에도 영향을 주는 애덕의 탁월한 표현입니다”(231항).

 

 

지금 우리의 아마존은 어디인가

 

아마존은 나와 상관없는 먼 곳이 아니다.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 살아가는 나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사랑하는 아마존」, 41항; 「찬미받으소서」, 16.91.117.138.240항). 지구의 허파이면서, 생물 다양성과 기후 균형을 지키는 데 있어서 막대한 역할을 하는 아마존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아마존을 채굴해서 생산한 자원과 그곳의 산림을 파괴하고 생산한 농·축산물은 지구를 돌고 돌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소비된다. 지구 어딘가에서 누리는 풍요는 아마존의 눈물을 믿고서 유지되는 것이다.

 

아마존에서 들리는 울음은 바로 성경 속 이집트에서 울려 퍼진 하느님 백성의 울음이다(「사랑하는 아마존」, 52항 참조). 하느님의 피조물, 하느님의 백성이 울고 있는 곳은 어디나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남미에만 있지 않다.

 

토건 개발로 난도질당한 4대 강, 송전탑에 고향 땅을 뺏긴 밀양, 군사기지가 삼켜 버린 제주 강정,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꿈을 앗아간 석탄 발전소. 이 모든 현장이 지금 이 땅의 아마존이고, 이집트 땅이다. 그리고 이곳이야말로 바로 피조물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시는 하느님께서 계시는 땅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시한 꿈을 함께 꿀 자리가 바로 이곳이다. ‘가난한 이들의 존엄이 증진되는 꿈, 인간의 아름다움이 다양하게 빛나는 꿈, 자연의 아름다움과 풍요로운 생명을 지켜나가는 꿈’ 말이다(7항 참조). 생태적 회심은 개인과 공동체가 지금까지 나아가던 방향을 ‘전환’해서 이 꿈을 향해 한 걸음 나가는 것이다.

 

* 황인철 마태오 –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등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10년째 녹색연합 활동가로 일하는 중이다. 시민사회 연대 기구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의 정책언론팀장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20년 8월호, 황인철 마태오]



1,158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