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 (화)
(백) 부활 제3주간 화요일 하늘에서 너희에게 참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모세가 아니라 내 아버지시다.

레지오ㅣ성모신심

새 번역 교본 읽기: 레지오 단원과 성찬례(제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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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11-02 ㅣ No.715

[새 번역 교본 읽기] 레지오 단원과 성찬례(제8장)

 

 

한국세나뚜스협의회는 ‘레지오 마리애 공인교본(2014년 영문판)’에 대해 광주대교구 소속 안세환 신부께 번역을 의뢰하였습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번역 교본은 1993년 영문판을 번역한 것으로 1993년 이후로 수차례 부분 수정이 있었습니다. 교본 전체를 새로운 시각으로 번역한 교본의 내용을 본 코너를 통해 계속 게재할 예정입니다.

 

단원들께서는 새로 번역된 교본의 내용을 검토하시고 내용에 대해 건의가 있을 경우 상급 평의회나 월간지 편집실로 의견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보내주신 내용은 검토하도록 하겠으며, 타당한 의견이나 건의에 대해서는 추후 새로운 교본의 인쇄가 결정될 경우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제8장 레지오 단원과 성찬례


1. 거룩한 미사

 

레지오에서 단원의 거룩함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은 이미 앞에서 강조한 바 있다. 더욱이 단원의 거룩함은 으뜸가는 활동 수단이다. 단원은 자신이 지닌 양만큼의 은총만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레지오 단원이 단원 생활의 첫발을 내딛을 때에는, 성모님을 통해 성령으로 충만하게 해주시고 성령의 도구가 되어 이 땅의 얼굴을 새롭게 하는데 사용해 주십사고 간청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가 간구하는 은총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골고타에서 바치신 희생 제사에서 단 한 번에 모두 흘러나오며, 이 십자가의 희생 제사는 미사를 통하여 인류 가운데 계속된다. 미사는 단순히 과거를 상징적으로 재현하는 행위가 아니라, 우리 주님께서 골고타에서 완성하시어 세상을 구원하신 저 숭고한 행위가 우리 가운데 실제로 그리고 진정으로 현존하게 하는 행위이다. 십자가상 제사와 미사는 전능하신 분의 손길이 시간과 장소를 달리 정해놓으셨을 뿐, 완전히 동일한 단 하나의 희생 제사이기 때문에, 십자가상 제사가 미사보다 더 가치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무대만 다를 뿐, 희생 제사를 거행하는 사제도 동일하고 희생 제물도 동일하다. 미사에는 그리스도께서 하느님께 바치셨던 모든 것과 인류를 위하여 얻어주신 모든 것이 들어있고, 미사에 참여한 신자들이 바치는 제물은 그리스도께서 바치신 위대한 제물과 하나가 된다.

 

그러므로 자신과 다른 이들을 위해 풍성한 구원의 은총을 나누어 받기를 원하는 레지오 단원은 미사에 의지하여야 한다. 저마다 형편과 사정이 매우 다르기에, 레지오는 미사 참여와 관련한 어떤 의무도 단원들에게 부과하지 않는다. 그러나 단원들과 단원들이 수행하는 활동을 염려하는 마음에서 자주, 될 수 있는 대로 날마다 미사에 참여하고 영성체하기를 단원 각자에게 촉구하고 간청한다.

 

레지오 단원들이 행동을 할 때에는 성모님과 일치하여 행동한다. 이 원칙은 특히 성찬 거행에 참례할 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미사는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라는 두 주요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두 부분은 서로 밀접히 결합되어 있기에 단 하나의 예배 행위를 이룬다는 사실을 유념하는 것이 중요하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56항). 그러므로 신자들은 하느님 말씀의 식탁에서 가르침을 얻고 그리스도 성체의 식탁에서 기운을 차리기 위하여, 이 두 식탁이 함께 마련되는 미사에 온전히 참여하여야 한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48항 및 51항)

 

“미사 성제에서 우리는 십자가의 희생 제사를 단지 하나의 상징적인 형태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그와 반대로 골고타의 희생 제사는 시간을 초월하는 위대한 하나의 실재로서 즉시 현재로 들어선다. 시간과 공간은 폐지된다.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바로 그 예수님께서 여기에 현존하신다. 회중 전체가 주님의 거룩하신 희생의 의지와 일치하여 자기 앞에 현존하시는 예수님을 통하여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자기 자신을 살아 있는 제물로 봉헌한다. 이처럼 거룩한 미사는 무시무시한 현실을 체험하는 자리, 골고타의 실재를 체험하는 자리가 된다. 그리고 슬픔과 통한, 사랑과 헌신, 영웅적 행위와 희생정신이 물줄기가 되어 제대에서 흘러나와 기도 중에 있는 회중을 통과하며 흘러간다.”(칼 아담 Karl Adam : 가톨릭 신앙의 정신)

 

 

2. 말씀 전례

 

미사는 무엇보다도 믿음을 거행하는 자리이며, 그 믿음은 하느님의 말씀을 들음으로써 우리 안에 생겨나고 자라난 믿음이다. 여기서 『미사 경본 총지침』 제29항의 다음의 말을 상기해보자. “교회 안에서 성경이 봉독될 때에는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말씀하시며 말씀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께서 복음을 선포하신다. 그러므로 모든 이는 전례의 중요한 요소인 하느님 말씀을 봉독할 때 존경하는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강론 역시 매우 중요하다. 강론은 주일이나 축일에는 미사의 필수적인 부분이지만 그 밖의 날에도 강론이 있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강론을 하는 자는 미사에 참례하고 있는 신자들의 신심을 건설하기 위하여 교회의 가르침에 비추어 성경 본문을 설명해 준다.

 

우리가 말씀 거행에 참여할 때, 성모님은 우리의 본보기이시다. 성모님은 ‘신앙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신 깨어있는 동정녀’로서, 그분의 ‘신앙은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는 전제 조건이요 길’이었기 때문이다(교황 바오로 6세의 권고 『마리아 공경』 17항).

 

 

3. 성모님과 일치하여 바치는 성찬 전례

 

우리의 복되신 주님께서는 성모님께 엄숙히 동의를 구하시어 흔쾌히 승낙 받으신 후에야 구속 사업에 착수하셨다. 골고타에서도 성모님이 곁에 계시면서 동의하셨기에 구속 사업을 완성하실 수 있었다. “마리아와 그리스도 사이에 고통과 의지의 공유가 있기에 마리아는 지극히 합당하게 멸망한 세상의 복구자가 되고 따라서 예수께서 당신의 죽음과 피로 얻어 주신 온갖 선물의 분배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교황 비오 10세의 회칙 『Ad Diem Illum』 12항). 골고타에서 성모님은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 서 계셨고 그곳에서 온 인류를 대표하셨다. 그리고 새로이 미사가 봉헌될 때마다 똑같은 조건에서 구세주의 봉헌이 성취된다. 성모님은 전에 십자가 곁에 서 계셨던 것처럼 제대 곁에 서 계신다. 그곳에서 언제나처럼, 태초부터 예언된 여인으로서 뱀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시면서 예수님께 협력하고 계신다. 그러므로 올바로 미사에 참여하기 위하여서는 성모님에게 사랑을 담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골고타에는 성모님과 더불어 로마 군단을 대표하는 이들인 백인대장과 그의 병사들도 있었다. 그들은 희생 제물이신 주님을 봉헌하는 일에 슬픔에 잠겨 참여하고 있었으나 자신들이 영광의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있다는(1코린 2,8) 사실은 정녕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고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들 위에 은총이 쏟아져 내린 것이다! 이 일에 대하여 베르나르도 성인(St. Bernard)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보라, 신앙의 눈이 얼마나 깊고 날카롭게 꿰뚫어 보는지를! 골고타에서 그 신앙의 눈은 백인대장으로 하여금 죽음 속에서 생명을 볼 수 있게 하였으며, 꺼져 가는 숨결 속에서마저 그분이 바로 지극히 높으신 영이심을 알아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로마 군사들은 자신들의 손에 희생된 처참한 시신을 바라보면서 “참으로 이분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마태 27,54)하고 선포하였던 것이다. (후략)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11월호,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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