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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창조질서 회복을 위한 우리의 책임과 노력: 토마스 베리의 환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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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12-07 ㅣ No.1800

창조질서 회복을 위한 우리의 책임과 노력 (3) 토마스 베리의 환경 이야기 ①

 

 

환경 문제를 다루며 그 누구보다도 토마스 베리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왜 어려운 신학자 이야기인가, 또 왜 굳이 토마스 베리인가 물으신다면, 그가 바로 현시대를 진단하고 생명의 문화를 만드는 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환경 운동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식이 약하고, 환경 운동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부족한 지금, 그는 우리에게 ‘나는 누구이고 왜 환경과 생명을 보호하고 지켜야 하는가?’ 에 대한 해답을 주면서, 신앙인으로서의 아름다운 소명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지구의 심각한 위기는 현시대가 직면한 여러 문제 중 가장 위급하고 시급한 사항일 것입니다. 폭염과 가뭄, 태풍과 홍수, 빙하 해빙과 해수면 상승, 사막화, 바다의 산성화, 식량난과 질병 등으로 전 세계는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 고통과 위기에 대해 성찰하면서 그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며, 베리는 “20세기에 이르러 인간의 영광은 지구의 황폐화를 낳았고, 지구의 황폐화는 인류의 미래다.” 라고 말합니다. 곧, 현 생태 위기의 책임이 인간에게 있음을 지적함과 동시에 인류 전체가 직면한 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심각한 기후 위기의 범위와 크기를 설명하면서, 신생대를 넘어 생태 시대(Ecozoic)의 출현을 앞두고 있다고 말합니다. 중생대에서 신생대로 변화될 때 소행성의 충돌로 생태계의 급변화가 이루어지며 공룡을 비롯한 생명의 대멸종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때처럼 과학자들은 지금 여섯 번째 대량멸종을 경험하고 있다고 봅니다. 연구에 따르면 연간 10,000여 종 이상의 생명체가 지구에서 사라지고 있으며, 이는 보통 일어나는 멸종 현상의 1,000배에 이르는 수치입니다. 여기서 다른 점이 있다면, 중생대에서 신생대로의 변화가 인간과 무관하게 진행되었다면 현대에 맞이한 대량 멸종의 직접적 원인은 인간과 관련 깊다는 점입니다. 이는 2000년 노벨 과학상을 수상한 크루젠의 “인간으로 인한 지구의 변화는 만 년간 지속되어온 신생대 지질이 아닌 새로운 지질학적 연대기를 촉발시켰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합니다.

 

이처럼 베리와 많은 과학자는 현시대를 지질학적 변혁의 시대라고 말하며, 생태 위기가 상상을 초월하는 범주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는 인류 역사상 경험하지 못했던 기후 변화와 생명 멸종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위기를 이겨나가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지혜와 올바른 영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 위기를 진단하고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는 토마스 베리 신부의 영성을 이 지면을 통해 함께 따라가 보고자 합니다. [2020년 11월 6일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춘천주보 2면, 김선류 타대오 신부]

 

 

창조질서 회복을 위한 우리의 책임과 노력 (4) 토마스 베리의 환경 이야기 ②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로 발생한 광범위한 생명 종말 현상은 그 누구보다 우리 신앙인들에게 커다란 도전 과제입니다. 한 종의 멸종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창조의 지워짐으로 받아들인다면, 이렇게 창조의 질서를 파괴하는 우리의 행동이 얼마나 커다란 죄인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인류 문명을 낳고 키워주던 지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연을 도구화하고 소모하는 죽음의 문화는 생명을 주던 어머니 지구를 파괴의 장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이 파괴의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과학자들은 곧 다가올 인류의 멸망을 예상하고 시간을 재고 있습니다. 인간으로 인한 파괴에 대해 그 누구보다 강한 경고를 보내고 인간의 책임을 강조하는 한스 요나스는 세상을 향해 호소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마지막 세대일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유토피아적인 이상 아래 자행되는 무분별한 성장을 멈추고, 이제는 생존을 위해 온 힘을 쏟아내야 할 때이다.”

 

이러한 거대한 변혁의 시대, 무겁고 아프지만, 냉철히 현실을 직시한 토마스 베리는 ‘순기능적인 우주 이야기’를 들려주며,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방향과 관점을 제시합니다.

 

‘우주란 무엇일까?’ 우주는 약 139억 년 전 높은 에너지를 가진 물질과 공간의 거대한 폭발로 발생했다고 봅니다. 이후에도 우주에 관한 많은 자료와 정보를 얻게 되었지만, 과학자들은 주로 물리적이고 기계적인 관점에서 우주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런 견해는 인간의 모험심에 영감을 불어넣어 주던 상상력 가득한 우주와의 친밀한 관계를 제거해 버렸습니다. 영성과 상상력이 사라진 기계적이고 물리적인 우주관은 우주를 도구처럼 사용하고 인간 번영을 위해서라면 희생될 수 있는 무엇으로 만들었습니다.

 

한편 신앙의 관점에서 보면 우주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시고 축복하신 아름다운 피조물입니다. 많은 피조물 중 유독 인간은 고유한 지위를 지닙니다. 오직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만 “너희에게”(창세 1,29)라고 부르시며, 말씀을 건네십니다(창세 1,28). 이렇게 인간은 말씀을 듣고, 그 말씀대로 창조 세상을 질서 있게 돌봅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사람들은 이 고유함이 특권이라 여기고 하느님처럼 되고자 하며 세상의 주인이 되려고 합니다. 베리는 이러한 인간 중심주의, 곧 인간과 세상을 이분법으로 나누고 마치 자신이 다른 피조물의 주인인 양 행사하려는 잘못을 지적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어느덧 지구를 기계적으로만 바라보고 이용하면서, 태초의 인격적인 관계를 잊어버렸습니다. 지구가 아파해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러나 베리는 지구야말로 우리의 친구이고 가족이고 우리는 그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일깨워 주고자 합니다. [2020년 12월 13일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춘천주보 2면, 김선류 타대오 신부]

 

 

창조질서 회복을 위한 우리의 책임과 노력 (5) 토마스 베리의 환경 이야기 ③

 

 

토마스 베리에 따르면 현대 많은 과학주의자와 지식인들은 우주를 그저 기계적이고 물질적인 것으로 여기고, 오직 인간만을 힘과 지성과 영성을 지닌 특별한 존재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베리는 실제 우주는 단 한 순간도 멈춰있지 않고, 우리의 과학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또한 이 진화과정에서 물리적인 측면과 함께 우주는 정신적 · 영성적 차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간혹 지성과 영성이 인간에게만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바로 그 인간이 우주의 한 부분이자 하나의 피조물이라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만일 우리가 특별한 영성을 가졌다 할지라도, 베리에 따르면, 이 지성과 영성은 신성한 우주공동체의 여정에서 등장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와 친교를 이루는 것이 이 지성과 영성의 가장 큰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한마디로 베리는 우리가 지닌 자의식을 우주의 성찰과 지혜의 한 부분으로 바라봅니다. 그렇게 우리는 우주의 한 구성원으로서 조화롭게 우리가 지닌 고유한 역할을 해 나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우주가 건강할 때 우리의 지혜는 더 역동적인 창조에 더 큰 힘을 보태지만, 우주가 아프고 죽어갈 때 우리는 이를 성찰하며, 멈추어서 치유를 위한 노력을 합니다. 이렇듯 베리는 새로운 생태 시대의 영성으로서 ‘자연과 환경과 지구에 대한 감수성’을 지닌 우리 인간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실제로 베리가 꿈꾸는 생태 시대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주체가 친교를 이루는 성스러운 여정을 말하고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베리는 이 모든 피조물의 친교 안에서 하느님의 뜻과 계시를 찾고자 합니다. 지구와 우주가 하나의 물질이고 도구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당신을 드러내시는 계시의 장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베리는 “역동적인 우주야말로 원초적 계시의 장이다.”라고 말하며, 교부들의 영성을 소개합니다. 교회의 교부들도 성경과 자연이 하느님 계시의 장소로서 서로 대립되지 않는다고 가르쳐왔습니다. 오히려 자연은 장엄한 하느님의 성사였고, 성경 그 자체였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어떤 사람은 하느님을 발견하기 위해 책을 읽습니다. 그러나 여기 위대한 책창조 세계의 책이 있습니다. 위를 보고 아래를 보십시오. 그리고 이 책을 읽으십시오. 우리가 발견하기를 원하는 하느님은 결코 잉크로 쓰인 책 안에만 있지 않습니다. 대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만드신 것을 우리 눈앞에 두셨습니다.”

 

결론적으로 베리는 자연을 돌보고 친교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참 지성과 영성이며, 우리는 ‘생태적 감수성’을 지닌 주체로서 모든 자연과 생태계 안에서 하느님의 계시를 발견하고, 모든 피조물과 함께 주님을 찬양해야 한다고, 이것이야말로 새 시대를 맞이하는 지금 우리가 갖춰야 할 모습이라고 말합니다. [2020년 12월 20일 대림 제4주일 춘천주보 2면, 김선류 타대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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