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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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35: 비잔틴과 로마네스크와의 만남 - 피사의 성모승천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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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9-14 ㅣ No.745

[성당 이야기] (35) 비잔틴과 로마네스크와의 만남


피사의 성모승천 대성당

 

 

토스카나 로마네스크에서 피사의 성모승천 대성당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 성당의 양식이 매우 독특하여 별도로 ‘피사 로마네스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성당은 1063년 피사의 해군이 시칠리아에서 이슬람 군대를 대파하자, 그 승리를 기념하기 위하여 건축가 부스케토에 의해 ‘기적의 광장’에 세워진 것입니다. 당시 피사는 베네치아와 쌍벽을 이루는 해상 공국이었는데, 해상 무역으로 부유해진 베네치아가 먼저 성 마르코 대성당을 지었고, 피사도 이어서 대성당을 건립한 것입니다. 해상 무역의 결과인지 두 성당은 모두 비잔틴과 이슬람 문화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피사는 여기에 로마 고전주의와 롬바르디아 건축을 더해 피사 로마네스크를 완성하였습니다. 이 성당은 1118년 교황 젤라시우스 2세에 의해 봉헌되었고, 이후 라이날도에 의해 네이브가 3베이 증가하고, 트란셉트가 확장되었으며, 파사드가 완성되었습니다(1140년).

 

피사 대성당은 네이브와 양쪽의 이중 아일이 있는 5랑식 바실리카 평면에, 앱스와 3랑식 트란셉트를 가진 라틴 크로스 형태입니다. 내부는 그 지역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어두운 색과 밝은 색의 대리석이 교대로 띠를 두르고 있고, 앱스에는 비잔틴 모자이크가 있습니다. 크로싱 위에는 무어족에게서 영감을 얻은 거대한 타원형 돔이 올려져 있어 중앙집중형의 비잔틴 건축을 연상시킵니다. 내부 전체 길이는 96미터이고 트란셉트는 72미터입니다. 네이브는 12미터의 폭에 높이가 28미터이고, 쿠폴라의 높이는 무려 50미터가 넘습니다. 천장은 목재 트러스에 역시 목조 평천장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외부는 채색 장식주의를 택하여, 파사드에서 시작하여 성당 외벽을 두르는 어두운 색과 밝은 색의 대리석 띠와 아케이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히 블라인드 아치에 새겨진 마름모 장식과 파사드의 네 개층으로 이루어진 로지아가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외관은 피렌체의 성 미니아 바실리카처럼 기하학적 장식의 특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하학적 형태는 성당의 중심축과 세례당의 중심축이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는 것에서도 나타납니다.

 

피사 대성당은 십자군 원정의 시기와 일치합니다. 특히 제1차 십자군 원정에서 승리하여 예루살렘에 왕국을 세운 십자군은 초기 그리스도교 유적에서 많은 건축적 요소들을 가져왔고, 특히 피사 교구는 그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피사 대성당 파사드에 나타나는 상감 세공(인타르시아)과 조각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는 대성당 뒤편의 유명한 종탑(일명 ‘피사의 사탑’)에도 나타나는데, 대리석 중심의 기하학적 양식을 표현한 피렌체의 로마네스크와 차별됩니다. 피사의 성모승천 대성당을 끝으로 이탈리아의 로마네스크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부족하게나마 함께 나누었던 ‘성당 이야기’의 첫 번째 편인 ‘로마네스크 성당’에 대한 이야기도 마치려고 합니다. 다음 회부터는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성당 건축 양식인 고딕 성당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2020년 9월 13일 연중 제24주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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