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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토마스 머튼의 영성 배우기50: 토마스 머튼의 종교간 대화 - 자기 변형과 우정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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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6-22 ㅣ No.1451

[세상과 소통한 침묵의 관상가 토마스 머튼의 영성 배우기] (50) 토마스 머튼의 종교간 대화 ② 자기 변형과 우정 관계

이교도였던 불자, 친구요 영적인 형제들로 바뀌다


과거에는 종교들이 자신의 종교에 고립되어 존재해 온 반면, 오늘날 종교들 사이의 분위기는 상당히 달라졌다. 종교에 따라 어떤 종교와는 극도의 대립된 관계를 갖는가하면 또 다른 종교와는 대화나 협력을 통해 우정 관계를 맺어 상호 관련성 안에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존한다. 예를 들어 2015년 6월 24일 불교와 그리스도교 지도자들의 모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기-변형 기초로 우정 관계 형성

“이 만남은 형제애, 대화와 우정 관계의 방문이며 매우 좋습니다. 이것은 유익합니다. 그리고 전쟁과 증오로 상처받은 이러한 순간에 함께하고자 하는 이 작은 운동은 평화와 형제애의 씨앗입니다.”

티벳 불교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 역시 같은 어조로 “서로 다른 전통에 대한 상호 인식과 동등한 진정성 그리고 본질적인 상호 보완성의 깊은 수준에 도달하게 하는 진정한 대화의 기초로서 우정 관계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종교 간 대화에 참여하는 이들은 그들의 마음과 가슴을 다른 종교를 향해 열고 있고, 갈라진 사회를 넘어 세계 공동체를 설립하기 위한 길을 모색하고 있다.

우정 관계와 형제애를 통한 종교 간의 대화 방법은 토마스 머튼의 불교-그리스도교와의 대화에서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이다. 그는 자기-변형을 기초로 다른 종교인들을 향한 개방을 촉진시키는 우정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종교 간 대화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양한 불자들과의 관계를 통해 실제로 보여주었다. 사실 1930년대 머튼에게 있어 불자들은 ‘이교도’였다. 그러나 1960년대에 머튼에게 있어서 불자들은 친밀한 ‘친구들’이요, 영적인 ‘형제들’로 바뀌었다. 심지어 1968년 아시아 여행에서 샤트랄 린포체에게는 ‘스승’이 되어 달라고 청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우정 관계와 형제 관계를 통한 영적 유대뿐 아니라, 머튼의 관상적 체험과 종교 간 대화의 방법들은 불교-그리스도교 대화를 위한 다양한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머튼이 불자들과 통합적 수준에서 대화를 이루었다는 점이다. 오늘날 교리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불자들과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대화는 잦아지고 있는데, 이러한 대화는 다음의 세 분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종교적 경험에 대한 대화, 2) 신학에 대한 대화, 3) 활동에 대한 대화. 불교-그리스도교 대화에서 이러한 세 주제는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가령 그리스도인들은 대화의 경험을 통해, 실천과 영성 사이의 대화 없이는 불교의 교의를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대화의 근본 토대가 되는 영성과 그 열매인 사회적 실천과의 관련 없이는 두 종교 간의 진정한 친교를 향한 발전은 있을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즉 통합적인 방법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세 가지 대화 주제의 ‘통합된 만남’

이러한 세 가지 대화 주제의 ‘통합된 만남’은 머튼의 불교-그리스도교 대화 방법이었다. 그는 단순히 개념적, 체험적 혹은 사회 참여적인 각각의 방법으로 불교에 접근하지 않았다. 그는 불교의 가르침에 대해 깊이 공부를 하였으며, 깨달음의 체험을 통한 자기-변형에 기초하여 불자들과 영성과 삶의 나눔을 가졌으며, 두 종교의 공통점인 ‘인간 의식의 변형’을 통한 사회 변형을 추구함으로써 ‘통합된 만남’을 이루려고 했다. 사실 불교와 그의 첫 만남은 지성적인 수준에서였으나, 그의 선(禪)체험에 대한 관심은 불교 안에서의 종교적 체험과 자기-변형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는 내적 자아, 영적 수행, 종교적 체험 그리고 자비로운 사랑 위에 존재론적이고 체험적인 것에 집중하는 것은 두 종교의 양립 가능성을 드러내고, 연대적 감각을 증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영적 연대에 중심을 둔 머튼의 ‘통합된 만남’은 안이한 비교 신학과 종교 융합주의의 위험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자기-초월을 체험한 이들은 더는 고립되지 않고 개방과 자유와 사랑으로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고, 성숙한 수준에서 다른 이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보았다. 머튼은 이렇게 말했다.


선 불교와 대화, 영적인 성숙에 기여

“자기 자신 안에서 다른 이들을 발견하고, 다른 이들 안에서 자신을 발견함으로써 더 많이 다른 이들을 지지하고, 자신 안에서 그들에 대해 ‘예’라고 말하면 말할수록 더 많이 참된 자기 자신이 됩니다. 만약 저 자신의 마음으로 ‘모든 이들’에게 ‘예’라고 말한다면 저는 충만한 실재가 됩니다.”

다른 이들을 향한 그의 개방과 다른 전통 안에서의 중요한 차이점들에 대한 그의 세심한 존중은 그들로부터 배움과 깊은 영적인 성숙을 얻도록 해 주었다. 실제로 자신의 관상적 전통 안에서 자기-변형과 하느님과의 일치를 향한 그의 열망은 선(禪) 불교와 대화를 하게 했고, 관상에 대한 그의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영적인 깨어남을 얻는 데 기여하였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하느님 혹은 절대자와 인간의 연결점으로서뿐만 아니라 동서의 교차 지점인 내적 자아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는 내적 자아의 통합은 새로운 신원과 그리스도 안에서 유대인도 그리스인도, 남자도, 여자도, 노예도, 자유인도 없는 영적인 재탄생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갈라 3,28 참조)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6월 21일, 박재찬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부산 분도 명상의 집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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