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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신앙] 신천지를 바로 알다: 신천지 탈퇴 신자, 문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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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9-14 ㅣ No.1473

[기획기사] ‘신천지’를 바로 알다 ③ 신천지 탈퇴 신자, 문치 씨

 

 

코로나19 대구 신천지 집단 감염으로 사이비 실체가 드러난 신천지의 교주 이만희가 구속됐다. 코로나19 방역 방해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지난 8월 6일 이만희 교주가 수감된 수원 구치소 앞에서 신천지 피해 가족들이 신천지에 빠져 가출한 자녀들을 돌려달라고 호소하는 집회가 있었다.

 

사이비 실체가 드러났지만 여전히 그 사실을 모른 채 신천지에 세뇌되어 생활하는 청년들이 많다. 청년들이 유독 신천지에 잘 빠지는 것은 가족과 사회, 교회가 주지 못했던 것들을 신천지가 채워주고 끈끈한 인간관계와 집단 문화 속 지속적인 관심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있다. 오늘 만난 청년, 문치(가명) 씨 또한 학교와 사회, 교회 안에서 겪은 인간관계의 어려움과 상처로 힘들어할 때 신천지가 다가왔다고 한다.

 

 

Q. 신천지에서 탈퇴한 지 얼마나 됐나요?

 

신천지 대구 집단 감염 사태로 신천지 센터가 폐쇄되고 교육생 명단이 정부에 의해 공개되면서 가족이 알게 됐습니다.

그날 밤 신천지 교육생이라는 것을 아신 어머니가 신천지냐고 물으셨을 때 ‘마귀에 넘어가면 안 되고 모략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대답한 저를 보고 기가막혀 하시는 표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동생이 신천지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면서 저를 이해시키려 교구 유사종교담당 신부님과의 상담을 주선했지만 제가 거부를 하니 동생이 그럼 신천지와 삼자대면을 해서 토론을 해보자고 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저를 담당한 전도사에게 알리니 ‘내가 왜 그런 말을 해야 되냐? 난 모르는 일이다.’라는 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제야 저는 지금껏 제가 한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걸 깨달았으며 제대로 속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Q.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은 나이일 거 같은데 어쩌다 신천지에 빠지게 됐나요?

 

어릴 적 잦은 이사로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못했습니다. 친구를 사귀기도 전에 이사를 가야 했고 그러면서 왕따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음에 쌓인 것이 많았고 상처도 많았습니다. 그런 부분을 신천지에서 파고 들어 왔어요.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신천지 교육생이 되어 있더라고요.

 

출퇴근을 할 때 지하철 1호선 명덕역을 이용했는데 신천지가 그곳에서 설문조사를 하고 있었어요. 몇 번은 그냥 지나쳤는데 집요한 그들의 설득에 설문조사에 응했고 나중에 결과를 알려줄 테니 연락처를 달라고 해서 아무 생각없이 남겼고, 그렇게 연락이 와서 다시 만났는데 무료검사를 시켜준다며 십자가가 그려진 종이를 주면서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라고 했습니다. 십자가 옆에 방패를 그려 넣으니 신천지가 저는 마음을 많이 다쳐서 일반 상담으로는 힘들다며 당장 영적 심리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Q. 일반적으로 상담심리에서 영적상담이라는 말은 생소한데 의심이 들지 않았나요?

 

사실은 매우 부끄럽지만 수도원에서 나온 지 2년이 안 됐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제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 나왔지만 많이 힘들어서 1년 동안 집밖을 나가지 않고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신천지를 만난 것이 취직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여전히 힘들고 지치고 종교에 대한 상처가 남아 있었던 터라 마음이 쉽게 열렸습니다. 지금도 참 부끄럽고 바보같습니다.

 

 

Q. 수도생활을 했던 사람으로서 신천지 교리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나요?

 

신천지에서는 이성과 지성이 소용없습니다. 바보가 되어 버립니다. 그 정도로 그들은 아주 교묘하게 사람을 컨트롤합니다. 또 수도생활을 하면서 받았던 상처가 커서 그 마음을 알아주는 신천지가 위로가 됐습니다. 가족도, 그 누구도 채워주지 못한 것을 신천지가 채워줬습니다. 어리석게도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 것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신천지는 사람을 한순간에 바보로 만듭니다. 지금도 참 많이 부끄럽습니다.

 

 

Q. 어떤 교육을 받았나요?

 

처음에는 상담을 한다는 명목으로 지하철 1호선 안지랑역 근처 카페, 서부정류장 부근 등 장소를 옮겨가며 맞춤형 일대일 공부로 초등, 중등, 고등과정을 거칩니다. 고등과정이 끝나갈 무렵 신천지라고 밝히는데 교육과정을 하는 중에 아무런 의심을 안 하면 1차, 의심을 하면 2차, 더 많이 의심하면 3차로 등급을 나누어 교육하고, 끊임없이 심리전을 펼치는데 여기서 그만두면 영혼을 구제할 기회가 없고 너 때문에 가족이 구원을 받을 수 없다는 등 심리적인 압박을 계속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세뇌를 당해 있기 때문에 쉽사리 헤어 나가질 못해요. 이게 신천지의 전도 방식입니다.

 

 

Q. 마음의 상처가 많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신천지에서 빠져나왔지만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 때문에 성당에 가지를 못했는데 지난 5월 유사종교담당 신부님과 상담을 하면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교육도 열심히 받고 있고요.

 

 

Q. 청년으로서 청년들이 신천지에 빠지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가족, 학교, 사회에서 찾지 못한 위로와 평화를 신천지에서 찾을 수 있었다는 것, 또 비신자인 청년들은 성경에 대한 궁금증으로 인해 신천지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아주 많습니다. 무엇보다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주고 필요할 때 옆에 있어준다는 것 때문에 많이 빠져듭니다. 나중에는 그것이 포섭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돼도 이미 신천지에 세뇌됐기 때문에 늦고 맙니다. 또한 신천지는 청년들이 소셜 네트워크(SNS)를 비롯한 정보를 알지 못하도록 금지시켜 사회와 차단합니다. 물론 모든 신도를 상대로 그렇게 하지만 SNS 세대인 청년들은 더 심하게 관리합니다.

 

 

Q.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부끄럽지만 코로나19가 발발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저는 사이비 집단 신천지의 손아귀에 놀아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천지는 사람 심리를 아주 잘 다룹니다. 신천지가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 상담을 하자고 접근해 친분을 맺고 이후 서서히 종교적인 이야기를 꺼내고 성경 말씀과 연관시켜 풀이하면서 성경 공부나 인문학 세미나를 하자고 할 때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상처에 대한 심리를 상담 해주며 접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받고 상처를 줄 수 있어 상처가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바보처럼 저만 상처 받고 아픈 줄 알았습니다. 그에 대한 위안을 신천지에서 받았는데 그 위안은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참 부끄럽습니다.

 

수도생활에서 받은 상처로 인해 신천지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며 그들에게 이 인터뷰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선 문치 씨는 “저 처럼 상처 받고 돌아와서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하느님의 자녀로 하느님 안에서 안식을 누려야 한다는 것을 큰 대가를 치루고 나서야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물질만능주의 속 개인주의와 집단 이기주의가 팽배한 세상에서 가톨릭신자로서 중심을 잡고 살아가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럴수록 가톨릭 신자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고 교회 안에서, 하느님 곁에서 바로 서며 신천지를 비롯한 유사(사이비) 종교에 대한 한국교회의 가르침과 교구의 지침을 따르며 식별법을 키워나가야 하겠다.

 

[월간빛, 2020년 9월호, 취재 김선자 수산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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