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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지난 50년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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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9-01 ㅣ No.1764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지난 50년을 돌아보다


사회적 약자들 눈물 닦아주고 인권·평화 지켜온 야전병원

 

 

- 2019년 3월 28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사형폐지·종신형 입법화를 위한 입법청원 기자회견’ 중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배기현 주교(왼쪽에서 세 번째)와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를 대표해 김형태 변호사(가운데)가 입법청원 취지와 내용을 밝히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배기현 주교, 이하 정평위)가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한국사회의 격동기와 함께해 온 한국교회는 민주화를 이루는 데 앞장섰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 중심에 정평위가 있다.

 

주요 사회 현안과 인권, 생명,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복음의 정신에 따라 50년 동안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목소리를 내고 한국사회와 연대해 온 정평위의 활동을 되돌아본다.

 

 

변천사

 

정평위는 1969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한국정의평화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설립을 인준 받고 이듬해 8월 24일 창립총회 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1967년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훗날 평의회 승격)를 설립하고 각국 교회에 정평위 설립을 권고한 것에 따른 결정이었다.

 

1975년 주교회의 상임위원회 직속 기구로 재발족하면서 명칭을 ‘한국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로 변경했고, 2000년 주교회의 전국위원회에 통합되면서 오늘날 명칭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평위는 현재 전국 15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 한국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와 함께 활동하고 있고 산하 기관으로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와 노동사목소위원회가 있다.

 

 

사회 속에서 함께한 50년

 

정평위는 한국사회의 주요 국면마다 담화문과 성명서 발표 등으로 인권과 평화를 수호하는 활동들을 이어왔다. 하느님 백성에게 사회적 소명을 자각시키고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로운 사회 구현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에 기인한 것이다.

 

1970~1980년대 군부독재 시대에는 민주화를 위한 움직임에 앞장서며 수많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1976년 3월 1일 정평위는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열린 3·1절 미사 중 ‘민주 구국 선언’에 동참하며 유신체제 속 억압 받던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이후 ‘정의로운 헌정 구현을 위한 우리의 견해’(1979년), ‘언론은 민주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1980년), ‘민주화를 위한 시대적 소명’(1986년) 등의 성명서들을 발표하며 계속해서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이렇듯 한국 안에서 정의와 평화,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은 정평위는 1988년 7월 오스트리아 닥터 브루노 크라이스키 재단이 수여하는 인권상을 받았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환경과 생명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활동 범위도 다양해졌다.

 

‘환경오염 남의 얘기가 아닙니다’(1989년)를 제목으로 자료집을 발간한 데 이어 공해문제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하며 30년 전부터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대두시켰다.

 

아울러 ‘가톨릭교회와 생명운동 세미나’(1992년)를 개최하고 ‘낙태죄 간통죄 폐지를 반대한다’(1992년) 등의 성명서 발표를 통해 양보할 수 없는 생명의 가치를 천명했다.

 

1997년 외환 위기와 IMF 구제금융 요청 시기에는 IMF 1주년 담화문 ‘위기를 기회로 삼읍시다’(1998년)를 발표해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특히 노동과 인권 문제 등의 사회 현안에 대해 연대했다.

 

2009년 12월 정평위는 용산 참사 관련 성명서 ‘국민이 흘린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이 정부의 할 일입니다’를 주제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용산 참사 유가족에게 위로금을 전달했다. 이어 2010년대에 있었던 노동자 대량해고 사태 앞에서 목소리를 내며 정평위는 사회적 약자들 곁에서 늘 함께했다.

 

또 ‘4대강 사업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응답’(2010) 세미나와 ‘제주 강정 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성명’(2011년),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물리적 충돌에 대한 입장’(2013년)을 발표한 뒤 이 문제들에 대한 정평위의 입장을 계속해서 고수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000차 수요 시위에 연대하는 평화의 메시지’(2011년)와 한일 위안부 합의문에 대한 정평위 입장을 담은 성명서 ‘평화는 정의의 결과입니다’(2016년) 발표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도 목소리를 냈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입장문 발표와 유가족 방문, 진상규명 기자 회견 등을 통해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연대했다.

 

이렇듯 정평위는 굵직한 사회적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성명서 등을 발표하며 앞장서서 목소리를 냈다.

 

아울러 매년 사회교리주간 세미나와 교육자료를 보급해 그리스도인의 사회 인식과 식별을 돕는 한편,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기간에는 담화문을 발표하고 주요 정당에 정책 질의서를 보내 정치와 사회 현안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알리고 있다.

 

 

소위원회(사형제도폐지 · 노동사목)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정평위는 본격적으로 사형제도폐지와 노동, 환경문제 개선을 위한 노력에 집중했다.

 

2001년 5월 정평위는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를, 8월에는 환경소위원회를 설립했다. 환경소위원회는 환경 관련 세미나와 환경상 시상식 등을 개최해 오다 2016년 생태환경위원회로 분리됐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과 이 땅의 노동자들을 위한 미사’를 계기로 2013년에 결성된 노동 소모임은 2017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노동사목소위원회로 승격됐다.

 

이들 소위원회는 설립 이후 관련 현안에 대해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사형폐지와 종신형 입법화를 위한 입법청원 서명운동, 헌법소원, ‘사형제도폐지 기원 생명이야기 콘서트’ 등을 전개하며 현재도 사형폐지를 위해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며 교회 안팎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20년 8월 30일,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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