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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전교 주일 기획 -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 전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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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10-20 ㅣ No.612

[전교 주일 기획]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 전교란?


“선교로의 부르심은 사랑으로 나아가라는 초대”

 

 

- 그리스도인에게 복음을 세상에 전하는 일은 천부적 소명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0년 전교 주일 담화에서 “선교로의 부르심은 곧 자신을 벗어나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초대” 라고 말했다. 사진은 원주교구 성내동성당에서 바라본 삼척 시내 전경.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교회는 10월 셋째 주일을 전교 주일로 지낸다. 예수는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며 그리스도인 소명이 복음 선포에 있음을 밝혔다. 전교 주일을 맞아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 전교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본다.

 

 

전교에 대한 오해들

 

전교, 선교, 복음화, 새로운 복음화 등 복음 선포를 지칭하는 용어는 다양하다. 「한국가톨릭대사전」은 전교가 선교와 거의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며, “복음의 가르침을 널리 전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복음의 가르침을 널리 전하는 활동의 의미는 다양하다.

 

흔히 전교를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를 알지 못하는 이들을 개종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한다. 본당 선교분과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병훈(베드로·56)씨는 주말마다 전교 활동을 나섰다. 지난해에는 3명이나 입교시키기도 했지만 때로는 열성이 지나쳐 타종교 신자들에게 빈축을 사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대부분 천주교 신자들은 직접적인 전교 활동을 점잖지 못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박성호(이냐시오·58)씨는 성실한 신앙생활을 하지만 어깨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서거나, 밥자리 술자리에서 종교를 논하는 것은 질색이다. 그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예수 천국 불신 지옥’입니까?”라며 착하게 살고, 약간의 봉사와 기부를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타종교인과 비종교인을 강제로라도 개종시켜야 한다는 열정이나, 자기 종교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생각은 모두 오해로 보인다.

 

그리스도인에게 복음을 세상에 전하는 일은 천부적 소명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0년 전교 주일 담화에서 이사야 예언자가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이사 6,8)라고 하느님께 답한 말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이는 “내가 누구를 보낼까?”라는 주님 물음에 대한 응답이었다.

 

 

선교, 복음화, 새로운 복음화

 

선교의 개념과 소명은 ‘하느님의 선교’(missio), 즉 ‘파견’에서 유래한다. 예수 그리스도 구원 업적을 이어받아 수행하는 교회는 세상을 향해 파견됐다.

 

그런데, 선교 활동은 교회 역사 안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 왔다. 초세기에는 신앙을 수호하기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순교를 선교의 한 표현으로 여겼다. 신앙의 자유가 확보되면서 선교는 신앙 전파와 이교도 개종을 중심으로 이해됐다.

 

그리스도교는 유럽의 식민지 정책과 함께 전세계로 확산됐다. 교회는 일방적으로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며 비그리스도인들에게 구원의 진리를 이식했다. 이는 가톨릭교회가 식민지 개척의 도구로 여겨졌던 이유이고, 지금까지도 선교, 혹은 전교를 개종 노력으로 오해하는 사고방식의 기원이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서 선교는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적 관계임이 밝혀졌다. 공의회로부터 ‘선교’는 그리스도와 만남을 통한 전인적인 변화를 지칭하는 ‘복음화’(Evangelizatio)라는 용어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정기총회(1974년) 후속권고 ‘현대의 복음 선교’(Evangelii Nuntiandi)는 복음화를 “교회가 선포하는 메시지의 신적 능력으로 모든 개인과 집단 양심, 그들이 관계하고 있는 활동, 그들의 생활과 구체적 환경을 변혁시키는 노력”(18항)이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복음화란 개종 시도뿐만 아니라, 모든 개인과 집단, 그들의 활동, 가치관, 생활양식, 구체적 생활환경, 문화 등을 복음 가치에 맞게 바로잡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복음화는 교회 자신의 쇄신과 세상을 향한 복음화라는 두 가지 방향성을 지닌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83년 ‘새로운 복음화’의 시작을 선포하고, “이는 새로운 열의, 새로운 방법, 새로운 표현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1990년대 이후 이 개념은 교회 사명을 드러내는 핵심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명확한 개념은 열려 있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2010년 새복음화촉진평의회를 설립하고 2012년 ‘그리스도 신앙의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를 주제로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와 세상의 복음화에 대한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서 ‘새로운 복음화’를 자신의 권고 「복음의 기쁨」을 통해서 명확히 제시했다.

 

 

한국교회 복음화와 전교

 

한국천주교회의 역사 안에서도 복음화, 전교의 개념과 정책 변화가 나타난다. 한국 초대교회 공동체는 신분과 계급, 성별을 넘어서 참된 나눔 공동체를 구현했다. 박해기 이후 신앙 자유를 얻은 교회는 적극적으로 교세 확장에 힘썼지만, 민족 현실과 고유 문화에 대한 무관심은 수많은 교안(敎案)으로 이어졌다.

 

안중근 의거와 3·1 만세운동에 대한 교회 당국 태도에서 볼 수 있듯이, 식민치하에서 교회는 민족 운명보다는 선교 자유에 더 관심이 있었다. 해방 정국에서는 정교유착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정의평화와 민주화 등 격동기 민족적 과제에 눈을 뜬 한국교회에 쇄신을 요청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민주화운동 시기를 거치면서 교회는 민주화와 사회정의 최후 보루로 자리매김됐고, 이는 급격한 교세 증가로 이어졌다.

 

하지만 정치적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중산층화가 진행된 1990년대 중반 이후, 교세 증가율은 떨어지고 전례와 성사생활은 활력을 잃었다. ‘새로운 양 찾기’류의 선교운동은 단기적 성과를 거뒀지만 곧 그 한계가 드러났다. 한국교회는 복음화와 전교 활동에 대한 새로운 전망이 요구됐지만 돌파구는 발견되지 않았다.

 

한국교회는 ‘새로운 복음화’라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전망은 불투명하다. 교회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가르침은 아직까지 한국교회 안에서 눈에 띄게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전세계적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감염병 팬데믹 현상은 새로운 변화를 요청하고 있다. 거룩한 공간 안에서의 전례와 성사생활을 전부로 여기며 신앙생활을 해 오던 그리스도인들은 거리두기와 비대면 상황 속에서 당황해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종교는 위안처보다는 민폐가 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세례 받고 파견돼 세상 안에서 선교하는 교회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5월 교황청 외방전교회(PIME)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복음화는 “나의 인격 안에서, 나의 행동 안에서,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예수님을 보여주는 것이며, 개종주의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는 더욱 적극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가두선교와 방문선교 등 직접적 전교 활동 역시 합당하고 적절한 지향과 방법으로 이뤄질 때 큰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개종 시도와 물량적 교세 확대를 과제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교황은 2020년 전교 주일 담화에서 “‘선교로의 부르심’은 곧 자신을 벗어나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향해 나아가라는 초대”라고 말했다. 2016년 담화에서는 “신앙은 하느님의 선물이지 개종의 결과물이 아니다”라면서 “예수님 제자들은 무한한 사랑, 곧 주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베푸시는 사랑을 품고 세계 곳곳 거리를 누벼야 한다”고 권고했다.

 

선교는 곧 사랑의 선포라는 것이다.

 

[가톨릭신문, 2020년 10월 18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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