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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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코로나19가 우리 신앙인에게 던지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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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10-02 ㅣ No.705

[레지오 영성] 코로나19가 우리 신앙인에게 던지는 도전

 

 

‘코로나-19’, 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 이제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매일의 뉴스는 확진자 숫자로 시작하고, ‘공공안전경보’ 문자는 이제 별로 놀랄 일도 아닙니다. 반복되는 미사 중단과 교회 내 소모임의 금지는 우리 신앙인들에게, 특히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에게 큰 아픔을 주고 있습니다. 이 글이 나가는 시월에는 좀 더 여유롭고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염병의 유행을 마주하면서, 프랑스 리옹에 있는 푸흐비에흐 성모 기념대성당(Basilique Notre Dame de Fourvière)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리옹의 주교좌 성 요한 대성당 정면의 언덕 푸흐비에흐에 처음으로 성모님께 봉헌된 경당이 세워진 것은 12세기였습니다. 하지만 이 첫 경당은 종교개혁 시대에 프로테스탄트의 공격으로 파괴되었습니다.

 

16세기에 작은 새 경당이 세워진 후, 이곳은 리옹 시민들의 종교적 중심지로 성장합니다. 1638년 아이들에게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 퍼지자 진료소 책임자들은 푸흐비에흐를 오르는 행렬을 조직합니다. 그러자 전염병이 서서히 사라집니다. 1643년 페스트(흑사병)가 유럽을 휩쓸 때, 9월8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탄생 축일’에 도시의 유력자들, 시장과 4명의 조력자와 일단의 무리가 행렬을 지어 경당으로 오른 다음, 매년 같은 축일에 순례를 와서 미사에 참여하고 초를 봉헌하고 일정의 기부금을 내기로 서약합니다. 그러자 리옹은 흑사병의 위험에서 벗어납니다. 그 이후로 리옹 시민들은 자신들의 도시를 성모님이 지켜주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1832년 콜레라가 유행할 때도 리옹 시민들은 성모님께 기도함으로써 이 위험을 피하게 됩니다. 그 이후 1870년 프러시아 군이 프랑스를 침입해 왔을 때, 백여 명의 귀부인들이 모여 도시를 보호해달라고 성모님께 기도합니다. 이들의 청원대로 프러시아군의 진격은 멈추게 됩니다.

 

이때부터 푸흐비에흐 성모 경당 옆에 기념대성당(바실리카)의 건설이 시작돼 1896년에 봉헌되었습니다. 길이 86미터 폭 35미터(명동성당은 길이 68미터, 폭 28미터)의 이 성당 내부 양 벽은 성모님에 대한 교의 선포와 그 배경이 된 사건들을 화려한 모자이크로 채우고 있고, 벽을 따라 자리한 작은 경당들에는 탄생부터 승천까지 성모님의 일생을 조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도 기도와 순례의 성당으로서 이 대성당은 우뚝 서서 리옹 시내를 내려다보며 성모님의 도우심으로 주님의 축복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 성당과 관련된 지금은 유명한 축제의 기원이 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1852년 12월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 축일에 5.6미터의 거대한 성모상을 경당의 지붕에 올려놓던 날, 화려한 불꽃놀이가 준비되었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좋지 않아 불꽃 축제가 취소됩니다. 그런데 저녁이 되어 어둠이 내리자, 누가 제안한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저마다 작은 등을 창가에 걸어 도시를 밝히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해마다, 지금도, 12월8일에 리옹 시민들은 주교좌성당에서부터 푸흐비에흐 성당까지 행렬을 지어 올라가 미사를 봉헌하고, 저녁이면 집집이 아름다운 등을 창가에 내거는 ‘빛의 축제’를 엽니다.

 

 

진정으로 성모님의 도우심을 믿고, 성모님과 함께 기도하는가?

 

이 아름다운 성당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우리도 그런 성당 하나 있으면 좋겠다?’ ‘그건 프랑스니까~ 가톨릭 신자들이 대다수니까~?’ 그런데 이 이야기를 자세히 보면 소수의 신심 깊은 이들이 사건들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닥쳐오는 위험 앞에서, 병원의 책임자, 시장과 4명의 조력자, 백여 명의 귀부인 등, 소수의 사람이 움직입니다. 그들은 지위와 신분 등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로지 주님의 은총이 필요한 본래의 인간으로서, 가파른 언덕길을 기도와 성가로 채우며 올랐고, 성모님께 봉헌된 작은 경당에 이르러 청원의 기도를 바쳤습니다. 자신을 위해, 자기 가족을 위해 그리 한 것이 아니라 도시와 시민들을 위해 그리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희생과 기도가 도시를 살리고, 이미 ‘이성의 시대’로 넘어가 신앙에서 멀어지고 있던 시민들에게 주님의 현존과 성모님의 도우심에 대해 깨우쳐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바탕 위에서 그들은 저 크고 화려한 성전을 주님께 봉헌할 수 있었고, 지금도 수많은 이들이 기도를 위해 찾는 곳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쌓아올린 신앙의 기초는 지금도 12월8일 성모님의 원죄 없으신 잉태 축일이면 사람들이 창문에 등을 내거는 축제의 기원이 되어, 우리와 같은 신앙인이든 아니든, 신앙심이 있든 없든, 누구나 이날을 기억하게 만들었습니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의 대유행은 우리를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신앙 활동에 대한 제약은 우리 신앙에 대한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분명 우리는 신앙과 관련해 새로운 위협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 위협이 우리 신앙인에게 던지는 도전은 ‘이 질병을 피할 수 있는가?’가 아닙니다.

 

‘내가 진정 주님 앞에 기도하는 사람인가?’ ‘질병에 걸리든 아니든 주님을 찬미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는가?’ ‘내 이익이나 소원의 성취를 위해서가 아니라, 많은 이들을 구하시고자 하는 주님을 닮아, 다른 많은 이들을 위해 과연 나와 나의 것들을 희생할 수 있는가?’ ‘진정으로 성모님의 도우심을 믿고, 성모님과 함께 주님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하고 있는가?’ 지금 우리에게 주어지는 질문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10월호, 이용권 안드레아 신부(의정부 R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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