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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31: 영국의 전성기 로마네스크, 더럼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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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7-12 ㅣ No.734

[성당 이야기] (31) 영국의 전성기 로마네스크, 더럼 대성당

 

 

지난 회에 영국의 초기 로마네스크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1070년대). 캔터베리의 대주교 란프랑쿠스는 캉의 생테티엔 성당을 본보기로 소실된 캔터베리 대성당을 신축하며, 영국의 로마네스크를 시작하였습니다. 이후의 성당들은 이러한 노르망디의 로마네스크 위에 조금씩 영국의 특징을 더해갔는데, 이는 영국의 전통 건축과 맥이 닿아 있었습니다(1080년대 이후). 그 몇몇 특징들을 보면, 먼저 노르망디에서는 네이브월의 구조를 유기적으로 구성하여 수직성을 이루려고 노력한 반면에, 영국의 네이브월은 아치를 크게 만들어 개구부의 면적을 증가시키는 데에 주력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아치의 아키볼트, 기둥, 외벽은 두꺼워졌고, 기하학성과 장식성이 강조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구조보다는 장식에 치중한 것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리브 볼트 천장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노르망디의 로마네스크는 석조 볼트 천장의 구조를 보강하기 위해서 리브를 도입했습니다. 그로인 볼트 천장을 리브가 몇 개로 분할하는가에 따라 4분 볼트와 6분 볼트로 구별한다고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천장의 하중을 리브가 받아 기둥에 전달하면서 다발 기둥이 생겨났고, 그래서 수직성을 증가시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구조적 역할보다는 선형의 장식성을 추구하기 위해서 리브가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리브와 대응 기둥을 일치시킬 필요가 없게 되었고, 천장에서 리브를 떼어내도 천장을 지지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국에서는 천장의 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여 이 시기에도 목조 평천장이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지어진 더럼 대성당은 성당 서쪽 정면에 두 개의 탑과 크로싱 상부에 육중한 사각형 탑을 가지고 있어, 위어강 언덕 위를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대성당의 웅장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 성당은 성 쿠트베르투스(Cuthbertus +687)의 성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수도원 성당이었으나, 노르만 왕조가 들어선 이후 1093년부터 1133년까지 40년에 걸쳐 재건축한 것입니다. 평면은 아일이 딸린 3랑식 바실리카에 트란셉트가 있는 전형적인 로마네스크 양식입니다. 트란셉트 동쪽으로 반원형 앱스까지 이어지는 성가대석이 있고, 성가대석 양 옆의 아일 끝에는 소성당이 있습니다. 원래의 반원형 앱스는 13세기에 성 쿠트베르투스의 성지로 조성된 9개의 제단이 있는 트란셉트로 증축되었습니다. 네이브 천장은 처음에는 목조 볼트 천장으로 시공되었다가 이후 석조 리브 그로인 볼트 천장으로 바뀌었는데, 그 시기는 성당이 완공되는 1128~1133년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이 천장은 4분 볼트로 되었는데, 천장을 4등분 하는 리브와 대응 기둥 사이의 일치 정도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이는 앞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리브가 구조적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후대에 기하학적 장식물로 덧붙여진 것이라는 뜻입니다. 영국의 로마네스크는 여기까지 소개하겠습니다. 다음 회에는 로마네스크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로 가보겠습니다.

 

[2020년 7월 12일 연중 제15주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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