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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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충분한 의견 교환(꿀벌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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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8-02 ㅣ No.700

[레지오와 마음읽기] 충분한 의견 교환(꿀벌의 민주주의)

 

 

헬리콥터의 프로펠러, 방수 아웃도어 점퍼, 찍찍이(벨크로), 초광각 카메라 렌즈, 패치형 주사기. 이 물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답은 동물이나 식물의 생체 구조를 본떠 만든 생활 속의 발명품들이라는 것이다. 헬리콥터의 프로펠러는 단풍나무 씨앗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모습에서 착안하여 만들어졌고, 점퍼 등 방수 제품들은 연잎에 물이 스며들지 않는 이유가 미세돌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이용한 것이다. 찍찍이는 잘 알려진대로 엉겅퀴의 씨앗에서, 사람이 볼 수 있는 시야를 거의 다 촬영할 수 있는 초광각 렌즈는 파리의 겹눈에서, 패치형 주사기는 독사의 독특한 어금니 구조에서 따 온 것이다.

 

이 외에도 일본의 고속열차 신칸센은 터널을 통과할 때 공기저항으로 나는 굉음을 물총새의 부리 모양처럼 열차 앞을 뾰족하게 함으로써 해결하였다. 이처럼 자연 속의 구조와 모양들은 생활 속의 물건들에 자주 이용되어 인류의 일상을 쾌적하게 해준다. 그렇다면 자연속 동식물들의 생존 방식과 인간의 그것이 닮아 있는 것이 있을까?

 

개미와 벌은 집단생활이 특징이어서 사회성 곤충으로 불린다. 이 곤충들의 세계 속을 들여다보면 계급과 그것에 따른 역할 분담이 충실히 이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개인은 없고 오직 단체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 더구나 여왕개미나 여왕벌의 존재는 그들의 세계가 여왕을 중심으로 한 전체주의처럼 여겨지게 하지 않는가! 하지만 겉으로 볼 때와는 달리 개미나 벌의 세계는 아주 민주적이다. 특히 벌들의 경우 분봉할 때 그들만의 독특한 의사 결정 과정은 아주 민주적이라고 한다. 이는 미국 코넬대학교 생물학 교수이자 양봉가인 토마스 D. 실리 교수가 그의 저서 ‘꿀벌의 민주주의’(하임수 옮김, 에코리브르)에서 밝혀낸 내용이다.

 

분봉이란 여왕벌이 새 여왕벌에게 자신의 둥지를 물려주고, 자신은 일벌의 3분의 2정도만 데리고 새로운 집터를 찾아 나오는 것을 말한다. 새 집터를 찾는 일은 무리의 생존이 달린 만큼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분봉 때가 오면 먹이를 찾아다닌 경험이 많은 수백 마리의 고참 벌들이 최적의 집터를 찾아 나선다. 그 벌들은 정찰로 찾은 후보지를 벌들 특유의 8자춤, 엉덩이춤, 반원 돌기 등으로 설명하고, 다른 꿀벌들은 그들의 춤을 보고 집터를 정하게 된다. 이때 정찰벌이 춤을 격렬하게 추면 집터가 최상이라는 의미이다. 이렇게 벌들은 여러 후보지를 놓고 활발한 논쟁을 하며 설득과 포섭 등을 통하여 모두가 한 개의 집터를 지지하기에 이른다. 소위 말하는 만장일치이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민주적 결정은 일사불란한 행동 가능하게 해

 

실리교수에 의하면 벌 한 마리는 지능이나 정보 면에서 한계가 있지만 민주적 결정 과정을 통하여 벌들은 집단지성으로 최고의 결정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그는 “그것은 마치 우리 몸의 수많은 세포들이 하나의 기능적 개체를 이루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처럼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공유하는 민주적 과정을 거친 결정은 엄청난 수의 벌들이 일사불란하게 행동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이 과정에 벌들의 춤을 통한 적극적 의사소통은 기본이다.

 

P자매가 단장으로 있는 꾸리아의 평의원들은 유달리 출석률이 높다. 그녀의 비결은 다름 아닌 모든 평의원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녀가 쁘레시디움 간부일 때 그녀는 상급의 지시를 잘 전달하기만 하면 평의원의 임무는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다 꾸리아 단장이 되면서 본당 신부님의 지시에 따라 실행해야 할 방안들을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이 생기자, 그녀는 모든 평의원들의 의견을 듣고자 했다.

 

이를 위해 꾸리아 월례회의에서 발언을 독려하며 발언하지 않는 평의원들을 꾸준히 격려했다고 한다. 이것이 시발점이 되었는지 시간이 흐르면서 꾸리아는 점점 활발한 분위기가 되었다. 그녀는 말한다. “사실 평의원들이 발언을 하지 않을 때 기다리는 것은 힘들어요. 시간은 가고… 하지만 좀 기다리다 보면 한 명이 발언을 해요. 그러면 이것이 시작이 되어 다른 평의원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출석률도 높아지고 회의가 길다고 불평하는 목소리도 잦아들었습니다.”

 

세나뚜스, 꼬미씨움, 꾸리아 등 단계적 평의회가 있는 레지오는 자칫하면 수직적인 권력 구조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레지오 관리를 위한 평의회는 아주 민주적으로 운영되게 되어 있다. 간부들을 정확한 절차로 선거를 통하여 뽑아야 할 뿐만 아니라 ‘레지오 단원은 누구라도 자신이 속한 꾸리아나 또는 어느 상급 평의회와도 개인적으로 통신을 교환할 수 있다.(교본 238쪽)’는 장치 등으로 평의회가 모든 단원들에게 열려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레지오 평의회의 본질은 그 업무와 문제들에 대하여 솔직하고 자유롭게 토의하는 장소’(교본 239쪽)이며 ‘일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충분한 토의를 거쳐 찬성을 얻어내야’(교본241쪽)한다는 규정은, 레지오 조직의 민주성을 아주 잘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인내심을 가지고 검토하고 충분한 의견 교환을 거쳐 일을 결정하면 모든 이가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241쪽)라는 교본의 결정 방식 제안은 벌들의 그것과 닮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평의원은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발언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벌들의 춤처럼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교본의 ‘모든 평의원은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발언해야 한다’(240쪽)는 말은 잘 지켜져야 한다. 이는 분봉이라는 목적을 위해 벌 한 마리 한 마리가 노력하는 것처럼, 우리도 레지오 목적을 위해 부족하게 느껴지지만 내 것을 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평의원들로 하여금 기도를 통해서 해답을 구하고’(교본 241~242쪽) ‘안건에 대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겸손하게 찾는 일이 중요’(교본 242쪽)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사령관은 성모님이시기 때문이다. 쁘레시디움에서도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은 중요하다. 이는 ‘어떤 사안에 대해 전체 단원이 자유롭게 논의하는 길이 막히게 되면, 회합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을 잃게 되고, 단원을 교육하는 힘과 건전한 발전의 기반도 상실하고 만다.’(교본 319쪽)는 말로 충분하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는 이제까지와는 크게 다른 형태의 운영을 요구한다. 이런 시점에 레지오의 관리기관인 평의회의 결정들은 레지오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평의회는 교본대로 운영하여 지혜로운 결정들을 도출해 내야한다. 우리는 ‘성모님의 강력한 지휘 아래, 세속과 그 악의 세력에 맞서는 교회의 싸움에 참가하기 위하여 설립된 군대’(교본 23쪽)이지 않은가! 이는 우리가 레지오라는 장치를 통하여 세속을 넘어서야 함을 의미한다.

 

“이 군대(레지오)는 치밀한 계획으로 조직된 것이 아니라 저절로 생겨났다. 규율을 비롯하여 활동이나 운영 방법 등도 미리 생각하여 만든 것이 아니라 단순한 제안에서 비롯되었다.”(교본 24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8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행복디자인심리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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