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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손길: 몽골 인보아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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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8-01 ㅣ No.158

[사랑의 손길] 몽골 인보아동센터


“가난하지만 꿈꾸는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교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겨울 이른 아침, 꽁꽁 싸맨 아이들이 벌써 하나둘 교실 문을 엽니다. 영하 40도를 웃도는 한겨울에는 오전 8시 30분이 지나야 해가 뜨는데 8시부터 아이들이 오기 시작합니다. 사실 수업은 9시부터입니다. 추위로 발그레해진 얼굴과 얼어붙은 몸을 녹이기 위해 라디에이터에 바짝 기대는 후슬릉(9살)을 바라봅니다. 아이의 몸이 점차 녹아드는 그 순간이 저희에게는 봄입니다. 교실 바닥에 앉아 영화를 보거나 뛰고 뒹구는 모습에도 마냥 뿌듯합니다.

 

대부분의 집에 수도가 없어 동네 우물에서 물을 길어 쓰는 아이들은 겨울에는 거의 씻지 못해 꼬질꼬질합니다. 그래서 센터에 오자마자 따뜻한 물로 얼굴과 손을 씻고 머리에도 물을 묻혀 말끔한 상태로 책상에 앉습니다. 2대 8로 빗어 넘긴 테무징(11살)의 머리를 보면 귀여워 웃음이 납니다. 부모가 이렇다 할 직장이 없는데 아이들은 여섯인 강졸(9살)네, 아버지는 사고로 일을 할 수 없어 어머니가 열매를 팔아 8명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바이르바트(12살)네, 저희 아동센터에는 이런 가정의 아이들이 많습니다. 이 동네에서 인보 공부방은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놀이터이며 숙제를 하고 복습과 예습, 이해하지 못한 공부를 선생님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시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설의 공간 부족으로 원하는 아이들을 다 받을 수 없어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우선하여 받고 있습니다.

 

아동이 늘어나고 지역 환경을 차츰 알아가다 보니 때론 공부방이 아동들의 안전한 피난처도 되고 놀이터도 될 수 있어줘야 한다는 사명이 생겼습니다. 1년 중 9개월이 추운 몽골의 긴 겨울은 무직인 부모들이 열악한 현실에 대한 도피로 자주 술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 가정의 아이들에게는 보호처가 필요합니다. 잠시 불화로 다투는 가정에서 벗어나 따뜻한 공간에서 보호받을 수 있고, 부모가 언제라도 아이들이 있는 곳이 공부방임을 알고 안심할 수 있는 그런 쉼의 공간도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공부방을 운영하는 운영비 중 전기 요금이 너무 많아 걱정입니다. 외국인이 운영하는 시설에 몽골 정부는 더 많은 전기 요금을 부과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전기 요금이 오르기 시작해서 지난달에는 3배가량 뛰었습니다. 올겨울에는 요금이 얼마나 나올지 벌써부터 겁이 납니다. 수도 역시 지하수라 전기모터로 끌어올리는 형편입니다. 또 전기보일러가 해마다 고장이 나서 그 원인을 알아보니 지하수에서 많은 양의 흙과 석회가 섞여 들어와 모터를 망가뜨리기 때문이었습니다. 정수 필터를 설치하면 고장을 줄일 수 있는데 그 설치 비용과 유지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저희 ‘인보아동센터’는 하느님의 은총과 은인들의 도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작고 소박한 시설입니다. 가난하지만 꿈을 꾸고 더 배우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이고 싶습니다. 또 하나의 집이 되어 주고, 이웃이 되어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여러분들이 깜깜한 아침을 헤치고 교실로 들어서는 아이들의 차가운 손을 녹여 주세요.

 

후원계좌 : 우리은행 1005-803-271075 (재)바보의나눔

2020년 8월1일~9월4일까지 위의 계좌로 후원해 주시는 후원금은 ‘몽골 인보아동센터’를 위해 쓰여집니다.

 

[2020년 8월 2일 연중 제18주일 서울주보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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