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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42: 쉬제에 의한 쉬제의 고딕 성당 - 생드니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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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12-21 ㅣ No.770

[성당 이야기] (42) 쉬제에 의한 쉬제의 고딕 성당


생드니 대성당(Basilique royale de Saint-Denis)

 

 

지난 회에 상스의 생테티엔 주교좌성당에 나타난 초기 고딕 성당의 특징에 대해서 이야기하였습니다. 하지만 상스 성당이 처음부터 고딕 양식으로 설계되어 건축된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로마네스크로 지어진 성당인데 이후 여러 번 증축되면서 고딕 양식의 발달된 기술이 접목된 것입니다. 이러한 예로 대표적인 것인 생드니 수도원장 쉬제(→ 성당이야기 40회)가 증축한 생드니 대성당입니다. 쉬제는 두 번에 걸쳐 대성당을 증축하였는데 그 첫 번째는 1130년에 시작하였습니다. 이때는 쉬제가 정치적 조언자로서 많은 영향을 준 루이 6세의 통치 후반기에 해당되며, 교회사적으로는 1차 십자군 원정으로 성지에 그리스도교 왕국을 세우고, 서방교회만의 첫 공의회를 라테란에서 개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입니다. 이 시기 쉬제가 증축한 부분은 웨스트워크의 전실 부분입니다. 이 구역은 4분 볼트에 싱글 베이의 가장 단순한 형태였는데, 쉬제는 이곳에서 천정의 ‘리브’와 벽체의 ‘대응 기둥’간의 일치에 대해서 실험하였습니다. 리브만이 아니라 아치를 이루고 있는 세 겹의 아키볼트에 대해서도 대응 기둥이 세워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코어 기둥에 아홉 개의 대응 기둥이 추가되었습니다. 따라서 기둥은 엄청난 두께를 형성하였습니다. 하지만 대응 기둥을 이루는 선형 부재의 수직성으로 인해 로마네스크의 두꺼운 기둥 및 벽체와 비교하면 확실히 로마네스크적 물성을 벗어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쉬제는 이어서 1140년 경에 이스트엔드의 방사형 소성당들과 복도를 증축하였습니다. 앞에서 웨스크워크의 작업을 실험이라고 하였던 이유를 이스트엔트의 공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벽체가 없이 이어지는 소성당들이기에 천장의 리브들을 기둥들이 모두 받치고 있는데, 웨스트워크의 장방형 싱글 베이와 달리 이스트엔드의 방사형 복도는 리브들의 형태가 불규칙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리브 체계가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불규칙한 볼트 천장도 리브를 따라서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 리브들은 기둥으로 이어지는데 다발 기둥 형식이 아닌 단일 원형 기둥이 바치고 있습니다. 웨스트워크의 두꺼운 다발 기둥과는 달리 가늘고 단순한 이 원형 기둥은 기둥간의 거리를 벌리며 넓은 실내 공간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여기에 리브 그로인 볼트 천장은 천장과 외벽의 하중을 분산시켜 기둥으로 전달하면서 외벽의 창은 넓어졌고 조도는 밝아져 공간을 더욱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이 쉬제가 원하는 바 천상의 빛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성당에서 신앙인들이 성사적으로 체험하는 하느님 나라의 모습일 것입니다. 이러한 생드니 증축공사의 첨단 공법은 나름대로 발전을 계속하고 있는 후기 로마네스크 양식을 뒤로 밀어내고, 성당들을 고딕의 영역으로 이끌었습니다.

 

[2020년 12월 20일 대림 제4주일 의정부주보 7면, 김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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