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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 죠의 바티칸 산책30: 성경에서 얻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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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7-14 ㅣ No.585

[엉클 죠의 바티칸 산책] (30) 성경에서 얻는 지혜


링컨이 미 남북전쟁에서 승리한 또 다른 비결

 

 

“우리가 휴대전화 다루듯, 그리고 그것을 언제나 지니고 다니듯 성경을 대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프란치스코 교황이 삼종기도 중에 성경을 들어 보이며 ‘성경 읽기의 생활화’를 역설하고 있다. [CNS 자료 사진]

 

 

노예 해방으로 유명한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여러 가지 면에서 연구 대상입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비결입니다.

 

초등학교 졸업 학력에, 군대 경력이라곤 민병대 부관(1832년 블랙호크 전쟁) 생활 몇 개월에 불과한 링컨이 전쟁을 직접 지휘했다고 하는데,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 등 육사 출신의 기라성 같은 군인들을 어떻게 통솔했을까, 이것은 큰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미국의 전략학 전문가 엘리엇 코언 교수(존스홉킨스대)의 진단입니다. “링컨은 법전서와 셰익스피어에 통달했고 성경에도 조예가 깊었다. 한순간만 깊게 생각해 보면 셰익스피어나 성경이 군사적 지식과도 상당한 관련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전쟁의 고통, 전사들의 다양한 개성, 그리고 전쟁 지도자가 내려야 하는 결정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이다.” (「최고사령부」 엘리엇 코언, 이진우 역, 가산출판) 코언 교수의 진단 가운데 “성경에도 조예가 깊었다”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독실한 그리스도교 신자였던 링컨은 전쟁 지휘의 지혜를 구약 성경의 역사서에서 구했다는 사실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성경, 군사학 교과서가 되기도

 

성경은 하느님 말씀을 기록한 경전이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지혜의 보고입니다. 군사학적 시각에서 보면 성경은 군사학 교과서입니다. 고대 근동의 역사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역사입니다. 전쟁에서 지면 민족 전체가 노예로 전락하는 상황이어서 전쟁술이 발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호수아기와 사무엘기 등 구약의 역사서는 온통 전쟁 이야기입니다. 여호수아의 가나안 정복과 다윗의 예루살렘 정복은 신학적 의미를 떠나 군사학적 차원에서도 흥미진진하지 않습니까. 마틴 J. 도헤티 등이 저술한 「성경 속의 전쟁들」(전의우 역, 포이에마)은 아이 전투에서부터 마사다 항전까지 모두 20개의 전쟁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군사학만이 아닙니다. 철학 역사학 법학 정치학 경제학 경영학 등 대부분 학문이 성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경제학의 ‘보이지 않는 손’은 전지전능하신 성령과 같은 존재입니다. 수요공급의 법칙 등 경제학의 가격이론은 ‘보이지 않는 손’ 없이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복잡다단한 금리 환율 주가 등을 누가 정해줍니까. 바로 ‘보이지 않는 손’입니다.

 

정치학의 왕권신수설이나 사회계약설 모두 성경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문학 미술 음악 등 예술 분야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를 듣는 그리스도교 신자와 비신자의 감동은 차원이 다릅니다. 불교 신자였던 시인 서정주는 문하생들에게 성경을 읽도록 권장했다고 합니다. 성경을 모르고 서양 문학을 알 수 없고, 서양 문학을 빼놓고 문학을 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목포대학교에서 경제정책학을 강의할 때(2008년) 경험한 일입니다. ‘한강의 기적과 라인 강의 기적에 대해 분석하라’는 과제를 낸 적이 있는데, 중국과 베트남 학생들이 엉뚱한 내용의 리포트를 제출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면담을 통해 알고 보니 그들은 ‘기적’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더군요. 사전적 의미만 겨우 알고 있을 뿐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신학적 의미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자란 학생들이라 ‘기적’에 대한 개념이 부족해서 생긴 해프닝이었습니다.

 


종교 교리와 학문적 이론의 전개

 

학문적 이론의 전개에서도 종교 교리의 차이에 따른 영향이 아주 큽니다. 이슬람 경제학은 자본주의 경제학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성경(신약)은 금리를 인정하고 있으나 코란은 금리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금융학과 금융기법이 다릅니다.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할 경우 주택 소유권을 넘겨받았다가 대출금(원금+이자)을 모두 회수한 시점에서 원래 집주인에게 되돌려 줍니다. 은행은 수수료 명목으로 대출금 이자를 받기 위해 이런 방법을 동원합니다. 지금은 이슬람 국가에서도 금리를 인정하는 금융상품이 많아졌지만, 원칙적으로는 그렇다는 것입니다. 경제학만 이러겠습니까.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유신론자이든 무신론자이든, 그리스도교 신자이든 비신자이든, 성경을 알면 난해한 이론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리스도교 문명권(유럽과 미국)에서 잉태된 학문이 세계 질서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7월 12일, 이백만(요셉, 주교황청 한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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