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미리내 성 요셉 애덕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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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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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미리내 성 요셉 애덕 수녀회 (상)
천주성삼 부름에 응답하며 수녀회 설립
- 2004년 4월 노곡수련소 성당에서 정행만 신부가 마지막 미사 중 강론하고 있다. 미리내 성 요셉 애덕 수녀회 제공
미리내 성 요셉 애덕 수녀회(총원장 윤정란 안젤라 수녀) 설립자는 정행만 신부(프란치스코 하비에르ㆍ1917~2004)다.
정행만 신부는 1917년 경북 칠곡에서 7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일제치하에서 부친 정재문(안드레아)은 왜관에 정착해 사재로 아이들의 교리교육에 힘쓰고 자신의 집을 공소로 내어놓고 교우들을 모아 신앙생활을 하도록 돌보았다. 이러한 부친의 교육을 받은 정행만 신부 역시 처음으로 부임한 경주본당에서 해방을 맞으며 유치원과 공민학교 그리고 진료소를 세웠다.
1929년 성 유스티노 신학교에 입학한 정 신부는 신앙심이 깊었던 어머니 최 오틸리아를 생각하며 매일 묵주기도 15단을 바치기 시작하면서 성모님에 대한 신심을 키워 갔다. 1936년 예수성심 신심을 전파하던 마태오 크롤리 신부의 강론에 감화를 받아 매주 목요일 성시간 기도를 봉헌하며 예수성심 신심을 길렀다. 삭발례를 받은 1939년 일제에 의해 학교나 병원 등 교회 사업에서 방해를 받던 한국교회와는 다르게 교회 사업이 훨씬 앞서 있는 일본교회를 견학하고자 일본 여행을 했다. 이 여행을 통해 성녀 삼위일체의 엘리사벳과 천주성삼신심을 받아들이게 된다. 정 신부는 1942년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전날 사제품을 받을 때 자신을 천주성삼께 조건 없이 자신을 봉헌했다.
1950년 2월 정 신부는 천주성삼과 함께 사는 긴밀하고 항구한 일치를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가르치라는 천주성삼의 특별한 부르심에 응답하고자 당시 대구대목구장 고(故) 최덕홍(요한) 주교의 허락을 받고 경상북도 상주에서 수도회 설립을 준비했다.
대구와 안동, 부산 등을 다니며 수도회를 시작하려 했으나 정 신부의 건강 악화로 설립은 지연되고 모여든 젊은이들은 ‘정 신부 식구’라는 이름으로 공동체 생활을 했다.
1976년 수원교구장 고(故) 김남수(안젤로) 주교에 의해 미리내본당 주임신부로 발령받은 정 신부는 성지개발과 함께 미리내 성모 성심 수녀회(1984년 회헌 인준)와 미리내 천주 성삼 성직 수도회(1991년 회헌 인준)를 설립했다. 정 신부는 연령과 학력의 제한으로 성소를 받지 못한 이들도 각자의 능력에 따라 봉사하며 공동생활과 기도생활을 하는 새로운 수녀회 설립이 하느님의 뜻임을 받아들여 1987년 8월 15일 6명의 자매들로 미리내 성 요셉 애덕 수녀회 설립을 준비했다. 자매들은 미리내성지의 성물판매소를 운영하며 수녀원 자립을 위한 기초를 놓았다.
정 신부는 1996년 수원교구로부터 안성 미양면 갈전리성당과 부지를 매입해 수녀원을 마련하고 1998년 12명의 종신서원자를 배출했다. 2002년 양성면 노곡리에 지청원자와 수련자가 함께하는 양성소를 마련한 후 2004년 6월 6일 선종했다. 2016년 3월 19일 교황청으로부터 회헌 인가를 받고 이용훈(마티아) 주교에 의해 교구설립 수도회가 됐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3년 5월 7일, 박지순 기자]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미리내 성 요셉 애덕 수녀회 (중)
성모성심 본받아 겸손과 자기 희생 실천
- 2020년 8월 15일 미리내 성 요셉 애덕 수녀회 창립기념일 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미리내 성 요셉 애덕 수녀회 제공
정행만(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에 의해 설립된 미리내 성 요셉 애덕 수녀회(총원장 윤정란 안젤라 수녀) 영성의 핵심은 언제나 회원들 안에 머무르시는 천주성삼의 현존을 인식하고 그 신심을 온 세상에 전하는 것이다. 천주성삼과 긴밀히 결합돼 천주성삼께 온전한 흠숭과 찬미, 감사와 영광을 드리신 분은 성모 마리아다. 그러므로 미리내 성 요셉 애덕 수녀회 회원들은 성모님을 특별히 공경하며 본받아야 한다는 정신을 배우고 있다.
특히 정행만 신부는 회원들에게 성모님께서 ‘정(情)의 치명(致命)’으로써 예수님의 십자가 구속 사업에 동참하셨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의 치명’은 과거에 순교자를 치명자라고 불렀던 한국교회 전통에서 알 수 있듯 신앙으로 나아가기 위해 인간적인 감정을 이기고 끊어 낸다는 의미다. 정 신부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데에 장애가 되는 모든 인간적인 감정을 순화하도록 가르쳤다. 따라서 수녀회 회원들은 자신의 감정을 만족시키려는 사욕을 이기고 항상 바른 양심을 가지며 심성의 결백에 대해 최상의 관심을 가져야 한다.
수녀회 회원들은 ‘성모성심을 통하여 천주성삼께 영광!’이라는 모토 아래 성부의 딸로서, 성자의 어머니로서, 성령의 짝으로서 하느님께 지극한 사랑을 드러내신 성모성심을 본받아 각자 자기 위치에서 자기 본분을 다하고 교회를 이룩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회원들은 세상의 유물론적 사고방식과 속화(俗化) 정신을 배격하고 이 시대 사람들이 물질적인 것에 매이며 이기적으로 생활하는 데서 벗어나 하느님께 나아가도록 기도와 희생의 배상(賠償)생활을 한다. 배상생활에는 인간의 죄로 상처 입은 예수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드리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배상의 방법으로 회원들은 매주 목요일 밤마다 성시간을 봉헌하고 있다.
정행만 신부는 수녀회가 성교회의 보호자시요 동정자들의 수호자이신 요셉 성인의 특별한 보호 아래 있기를 바라며 수녀회의 이름을 미리내 성 요셉 애덕 수녀회라 지었다. 정 신부는 회원들에게 성 요셉의 겸손과 침묵 그리고 희생정신을 본받을 것을 권고했다.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여 모든 순간에 천주성삼께 영광의 찬미를 드리기 위해서는 겸손과 자기를 끊는 희생정신이 필요하고 침묵 속에서 기도할 때 새 힘을 얻기 때문이다.
정 신부는 수녀회 회원들이 순교자들의 순교 정신과 선교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가기를 가르쳤다. 그래서 회원들은 한국교회의 첫 사제이자 순교자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를 특별히 수호자로 모시고 선교의 주보이신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와 아기예수의 성녀 데레사께 특별한 신심을 지니고 공경한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3년 5월 14일, 박지순 기자]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미리내 성 요셉 애덕 수녀회 (하)
고통받는 아동 · 노인 위한 애덕사업 헌신
- 미리내 성 요셉 애덕 수녀회 수녀들이 2020년 8월 ‘데레사의 집’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미리내 성 요셉 애덕 수녀회 제공
미리내 성 요셉 애덕 수녀회(총원장 윤정란 안젤라 수녀) 수녀들은 사도적 활동과 자선 활동을 교회가 자신에게 맡긴 성무와 애덕사업으로 여긴다.(회헌 3조) 수녀들은 성가정의 보호자이신 성 요셉을 본받아 가정의 해체로 소외되고 고통받는 아이들과 어르신들의 보호자가 되는 애덕사업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프랑스 출신으로 60년 동안 한국인을 위해 헌신한 벽안의 사제 고(故) 파현우(라이문도) 신부가 설립한 ‘데레사의 집’과 ‘효주 아녜스의 집’ 그리고 ‘섭리의 집’을 1997년 이어받아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또 수녀들은 교회 정신을 사랑하고 교회의 필요에 투신한다.(회헌14조) 이 회헌에 따라 수녀회의 유익과 필요에 앞서 교회가 필요로 하는 일에 항상 먼저 투신해야 한다. 이에 2019년에는 대안학교 기숙사 사감으로 파견돼 상처받은 아이들을 보듬으며 그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나가도록 기도하며 응원하고 있다. 또한 시대의 필요에 따라 미혼모 시설을 운영하며 생명을 지키고 건강한 한부모 가정으로 성장하도록 지지해 준다. 노인 요양원에도 파견돼 어르신들이 계속 신앙생활을 하면서 하느님 앞에 행복한 임종을 맞도록 정성껏 돕고 있다.
아울러 수녀들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리스도의 진리를 전파해서 이 세상을 복음화시키고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회헌 105조) 민족의 복음화를 위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어린이들이 하느님을 사랑하고 공경하는 생활과 전례력에 따른 신앙생활을 하도록 이끌어 주고 있다.
또한 해외선교에도 힘을 쏟아 인도네시아 마우메레교구와 말랑교구에서 본당 사도직을 하며 타향에서 공부하고 있는 젊은이들과 동반하고 있다. 피정의 집도 운영하며 아이들에게 생활교육과 교리교육을 하고 있다. 또한 2021년에는 미국의 한인 장애인을 위한 그룹홈을 시작해 복음의 빛 안에서 성 요셉의 애덕을 실천하고 있다.
수녀들은 자신들의 생활을 위해서 자급자족해야 하며, 수도회 사업에 필요한 재물을 얻는 데 있어서는 합당치 않은 모든 걱정을 피하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섭리에 의탁한다.(회헌 67조) 성가정을 위해 노동하신 성 요셉의 모범에 따라 땅과 물을 살리는 농사 짓기를 실천하며 토종 종자를 지키고 농촌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또한 ‘성 요셉 애덕 수녀회 농원’에서는 우리의 고유한 전통 장류를 철저한 관리로 발효시켜 건강한 된장과 고추장을 만들고 있다. 전통 장류의 판매 수익은 수녀회의 선교 기금으로 이용한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3년 5월 21일, 박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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