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수록 줄어드는 수도성소 문제, 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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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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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줄어드는 수도성소 문제, 대안은?
청빈 · 정결 · 순명의 삶 증진, 온 교회가 함께 투신해야
수도성소 감소 문제가 날로 표면화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노인복지센터를 수탁 운영해 온 한 수녀회는 수도원 노령화로 근무 인력이 부족해 지난해 재수탁을 하지 못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1년에 3~4명이 입회하던, 수도권에 본원이 있는 A 수도회는 지난 5년간 입회자가 단 1명이다.
수도성소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한국천주교회 통계 2022」에 따르면, 남자 수련자는 39명, 여자 수련자는 188명으로 총 227명이다. 2012년 총 486명이었던 남녀 수련자는 10년 사이 반토막이 났다.
외국인 성소자로 수련자 인원이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자 수련자 중 외국인 비율은 2019년 56.1%(143명)로 내국인 비율보다 처음으로 높게 나타났고 2022년에는 57.4%(108명)를 차지했다.
2022년 기준 남녀 수도자는 1만1576명으로 10년 전인 2012년(1만1736명)과 큰 변동은 없다. 하지만 수도성소 감소와 수도회의 고령화가 맞물려 향후 남녀 수도자 수는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수도성소 감소 원인으로는 세속주의 물결로 절제의 가치를 받아들이기 어려워진 사회적 풍토가 거론되지만, 수도자들은 내부적 원인 성찰에 더 주목한다.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수원관구 성소 담당 권은희(젬마) 수녀는 “편리에 안주하며 정체성이 흐려진 수도 생활로 청빈, 정결, 순명을 실천하는 형제적 공동체 삶의 호소력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수도자들의 전교활동, 특히 여자 수도회의 본당 전교활동이 꾸준히 하락한 것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2012년 전체 사도직 활동의 34.8%를 차지했던 본당 전교활동 비율은 2018년 28.9%, 2022년 25.7%로 떨어졌다. 수도권 한 본당 신자는 “아이들이 성당에서 수녀님을 보고 성소를 키울 텐데 수녀 자체를 몰라 성소를 못 키우는 듯하다”고 전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96년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후속 권고 「축성 생활」에서 “성소 증진의 과제는 점차 온 교회의 공동 투신의 형태로 이끌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빈, 정결, 순명의 삶을 서원하고 지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수도성소를 위해, 각 수도회뿐 아닌 교회 공동체의 단합된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수도자들은 수도회들이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교구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15개 수도회와 연계로 예비수도자 모임을 운영 중인 수원교구 성소국(국장 안준성 마티아 신부)의 성소 양성 노력은 그 모범 사례다. 예비수도자들은 월 1회 교구청 및 수원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열리는 예비수도자 모임에 참여하며 교구의 도움으로 성소의 꿈을 키운다. 또 매년 10월 세 번째 주일에 거행되는 예비수도자 서약식은 수도성소를 더욱 내면화하는 기회가 된다.
수도회들은 청년 사목이라는 열린 관점에서 청년들과 함께하는 성소 사목으로 나아가 대처하고 있다.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는 청년들이 수도 공동체 안에서 친교를 체험할 수 있도록 등불피정, 등불순교자축제, 등불모임(월 모임) 등을 마련하고 있다. 살레시오회는 성소전담팀을 구성하고 올해 6월 한국살레시오청년대회(Salesian Youth Day in Korea, KSYD)를 재개하는 등 청소년·청년 성소자를 직접 만나며 개개인에 대한 영적 동반을 강화하고 있다.
살레시오회 성소국 국장 유명일(사무엘) 신부는 “각 수도회도 창립자의 카리스마를 오늘에 맞게 재해석하고 실천한다면 성소자는 사라지지 않으리라 믿는다”고 역설했다.
수도성소 증진을 위해 교구, 수도회 등 온 교회가 하나 된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수도자들은 조급함보다 우선 하느님 뜻부터 경청할 것을 강조한다. 한국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수련자 양성 전문위원회 위원장 신광훈 수사(발렌티노·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는 “축성 생활인 수도 성소의 감소를 직업군 중 한 유형이 쇠퇴하는 문제처럼 잘못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르심과 양성 주체 모두 하느님”이라며 “성소자를 잘 받아들이고 양성시킬 준비가 늘 되어 있으면서도 부르심에 대한 그분의 또 다른 시대적 응답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2024년 1월 28일, 박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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