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도] 저희에게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외딴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마르 1,35) - 기도에 관한 영성 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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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3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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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에게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외딴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마르 1,35) : 기도에 관한 영성 피정
마르코 복음서에서는 예수님께서 “외딴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마르 1,35)라고 합니다. 복음사가는 그리스도인 기도의 두 가지 핵심 차원을 알려 주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 줍니다. 이 두 차원은 바로 일상에서 벗어나기와 마음의 침묵입니다.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버지와 인격적인 대화를 나누기 위하여 꼭 필요하고, 마음의 침묵은 하느님의 소리를 위한 여지를 마련하고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바가 무엇인지 경청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기도의 해에 영성 피정을 할 기회를 마련한다면 이는 교황 성하께서 우리 모두를 초대하신 마음의 쇄신과 영적 회개를 위하여 그 무엇과도 비할 데 없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마태 18,20) : 영성 피정의 의미
예수님께서는, 그리스도인들이 기도 안에서 하나 될 때 당신께서 그들 가운데 특별한 방식으로 함께 계신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영성 피정에 참여하는 것은 피정 기간에 함께하는 기도와 공동생활을 통하여 주님의 현존을 더욱 충만히 체험하는 훌륭한 기회가 됩니다. 영성 피정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오히려 기도의 침묵을 통하여 현실에 더 깊이 들어가 보는 경험이 되어야 합니다. 진정한 영성 피정의 열매는 일상에서 벗어난 휴식의 날들에 대한 갈망이 아니라 오히려 일상을 주님의 현존으로 변화시키는 새로운 빛이 될 것입니다. 흔히 분심이 들게 하고 신앙생활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세상에서, 기도 안에 머무는 피정은 우리 도시들의 사막 한가운데 있는 오아시스에서 잠시 쉬는 것과 같습니다. 도시에는 만남의 수단과 기회가 풍부하지만 이는 흔히 우리의 시야를 흐리게 하고 가려서 우리가 희망의 참된 샘, 오로지 주님께서만 주실 수 있는 기쁨의 충만한 원천을 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 이러한 관점에서 기도의 해는, 축성 생활자만이 아니라 평신도에게도 한 해 가운데 며칠을 할애하여 주님과 특별한 만남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수도원이나 수녀원, 순례지 등 일부 피정 장소를 선정하고 제안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피정 장소들은 일반적으로 일정한 규칙에 따라 기도와 영성에 전념하는 시간을 제공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 본당들이 주도적으로 피정 일정을 짤 수 있습니다. 이따금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다양한 사목 임무를 고려하여, 매달 하루 피정 또는 반나절 피정을 조직할 수 있습니다. 이때 휴일 외에는 시간이 없는 이들의 참여를 장려하기 위하여 토요일 오후나 주일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 또한 한 해 내내 우리는 영성 피정에서 일반적으로 하는 관행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회 교부들의 큰 사랑을 받은 (‘마음 기도’라고도 알려진) 이른바 ‘예수 기도’가 있습니다. 이러한 기도들은, 우리가 하루 종일 드릴 수 있고 우리에게 주님의 현존을 계속 일깨워 주는 화살 기도입니다. 우리는 우리와 늘 함께 계시는 하느님께 끊임없는 찬미의 노래를 올립니다. 이는 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도 바칠 수 있고, 길에서 마주치는 낯선 사람들을 위한 전구 기도의 형태로도 바칠 수 있는 기도들입니다.
가능하다면 주중에 퇴근길이나 점심시간 등에 시간을 내어 성체 앞에 잠시 머물러 기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차례 재평가되는 관행들 가운데에는 정기적인 묘지 방문과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가 있습니다.
· 나아가 한 해의 특정 시기들은 특별 기도를 통하여 성인들과 동정 마리아와의 관계를 키우고 강화하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예를 들어, 5월과 10월에 거리나 동네에서 묵주 기도를 바치는 좋은 관행이 이미 다양한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성소 식별의 맥락에서 기도는, 주님을 만나고 주님 뜻에 응답하는 법을 식별하는 자리입니다. 침묵 기도 안에서,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우리 삶 안에 당신 빛을 비추어 주시도록 사랑으로 간절히 청하여야 합니다.
주님의 기도 : 모든 기도의 모범
주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기도를 통하여, 사도들에게 또 그들과 더불어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모든 기도의 모범’으로 여길 수 있는 기도를 알려 주십니다. ‘주님의 기도’는 ‘기도의 학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기도에서 우리는 바로 우리 신앙의 핵심을 발견합니다. ‘주님의 기도’는 인간적 경험과 하느님 신비의 보편성을 아우르는 기도입니다. 이는 ‘아빠’를 향하는 어린아이의 단순함을, 자신이 신비의 현존 앞에 있음을 아는 사람의 심오한 통찰과 하나 되게 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가 테르툴리아누스의 말을 인용하여 가르치듯, ‘주님의 기도’는 ‘복음 전체의 요약’입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761-2776항 참조). 이는 하느님의 거룩하심, 하느님 나라, 우리의 일상생활, 상호 용서, 악과의 싸움 등 우리 존재의 모든 차원을 다루는 기도입니다. 또한 ‘우리 아버지’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하느님의 마음에 그리고 우리 믿음의 핵심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됩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교리 교육을 통하여 ‘주님의 기도’가 말들과 필요한 것들을 단순히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와 이루는 친밀함으로 나아가는 길임을 우리가 이해하도록 이끄십니다. ‘주님의 기도’는 우리가 자녀다운 신뢰심을 가지고 하느님을 향하고 단순함과 사랑의 마음으로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라고 가르칩니다. 교황께서는 ‘빈말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소용이 없다고 말씀하십니다(수요 일반 알현, 2019.2.27. 참조).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본질적인 기도를 가르쳐 주시고 아버지께 마음의 단순함으로 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십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시기”(마태 6,8) 때문입니다.
2025년 희년을 준비하는 2024년 ‘기도의 해’ 사목 자료
“저희에게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4년 9월 29일(나해) 연중 제26주일(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인천주보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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