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부] 교부들의 삶과 신앙: 테오포로스 - 하느님을 모시는자로 살았던 교부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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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7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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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들의 삶과 신앙] 테오포로스(Θεοφόρος)
“하느님을 모시는자”로 살았던 교부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
지난 시간에는 열두사도들의 가르침 - 『디다케』와 『바르나바의 편지』에 담겨 있는 두 길 이론에 대해서 살펴 보았습니다. 생명의 길과 죽음의 길 혹은 의로움의 길과 불의함의 길이라고 불리는 두 길에 대한 가르침은 유대계 그리스도인들이 고유의 그리스도교적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초세기 사도 시대의 교부 중 한 사람인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는 신앙을 전하다가 시리아 안티오키아에서 체포되어 로마로 압송됩니다. 영원한 생명과 의로움의 길을 살고자 노력했던 그는 순교하기 위해 로마로 향하는 여정 중에 일곱 통의 편지를 남깁니다. 편지는 여러 지역 공동체와 스미르나의 주교였던 폴리카르푸스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의 편지에는 초세기 그리스도교가 마주해야 했던 여러가지 어려움들에 대해서 담고 있습니다. 당시 극단적 이원론을 주장하면서 참 인간이셨던 그리스도의 인성을 부정했던 그리스도교 영지주의의 탄생은 그들의 주요 가르침 중 하나인 그리스도 가현설을 전파하며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정통교회의 가르침을 오랜 기간동안 뒤흔들었습니다. 교부 이냐시오는 영지주의자들을 반박하며 이렇게 자신의 신앙을 고백합니다. “저는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에도 육신을 지니셨음을 알고 있으며 또 이를 믿습니다. … 그분은 부활하신 후 영적으로는 아버지와 하나되셨지만 육신을 지닌 인간으로서 저들과 함께 먹고 마시셨습니다”(『스미르나인들에게 보낸 편지』3,1.3). 이냐시오는 맹수형에 처해 순교를 앞둔 자신보다 동료 신앙인들이 참된 믿음을 간직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스도인이 지켜야 할 모범과 덕을 가르쳐 줍니다. “여러분은 예수 가현 이단자들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뿐 아니라 가능하면 만나는 일조차 없도록 하십시오. 다만 저들이 어떻게든 회개하기를 기도해 주십시오”(『스미르나인들에게 보낸 편지』4,1). 더불어 교회의 일치를 촉구하며 이를 위해 그리스도인들이 마땅히 수행해야 할 몫을 알려줍니다. “여러분은 모두 예수 그리스도께 아버지를 따르듯이 주교를 따르고, 사도들을 따르듯이 원로단을 따르며, 하느님의 계명을 섬기듯이 봉사자들을 섬기시오”(『스미르나인들에게 보낸 편지』8,1).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가 남긴 편지의 인사말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는 그가 자신을 지칭하는 별칭이 매번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테오포로스라고도 하는 저 이냐시오가”라는 표현이 바로 그것입니다. 테오포로스(Θεοφόρος)는 “하느님을 모시는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이냐시오가 삶의 마지막 순간, 맹수형을 받고 로마에서 순교하기전 자기 자신의 삶 전체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그리고 동료 신앙인들에게 어떻게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증언하고자 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 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의 자리에 어떻게 하느님을 모시고 살아가고 있습니까? 어떻게 하느님을 증거하며 동료 신앙인들에게 봉사하고 있는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2025년 7월 20일(다해) 연중 제16주일(농민 주일) 가톨릭마산 8면, 이승언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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