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아] 교황청 신앙교리부 공지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 바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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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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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교황청 신앙교리부 공지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 바로 읽기 (상)
성모님에 대한 올바른 신학적 이해 도모
1월 4일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공지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Mater Populi Fidelis)’를 발표하고, “성모 마리아에게 ‘공동구속자’라는 호칭을 쓰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구속자임을 강조했다.
본지는 교황청 복음화부 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부서 국장 한현택(아우구스티노) 몬시뇰의 기고를 통해 공지의 주요 내용과 의미를 살펴보고, 성모님에 관한 표현과 성모신심이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바르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 교황청 신앙교리부 장관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이 11월 4일 로마 예수회 본부에서 성모 마리아의 구원 협력을 주제로 한 교황청 신앙교리부 공지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를 발표하고 있다. CNS며칠 전 성모 신심과 성모님의 호칭에 대한 교황청 신앙교리부 공지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Mater Populi Fidelis)’를 읽어봤다. 논쟁적이지 않고 차분하며, 강요하지 않고 친절히 논증을 전개하는 참 아름다운 문헌이다.
성경, 교부, 스콜라 신학자들의 가르침을 넘나들며 성모님에 대한 올바른 신학적 이해를 도모하는 문헌을 읽으며, 많은 기도와 연구로 이 문헌을 준비하셨을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중에 정식으로 우리말 번역본이 나오면 신부님, 수도자, 신학생들은 물론이고 마리아론에 관심 있는 분들은 모두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길지도 않고, 영적 독서가 되면서 신학 공부가 되는 문헌이다.
그리고 이 문헌을 읽은 지 며칠 후 교황청이 성모님을 '공동구세주'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한 수백 년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간단히 전하는 기사를 보았다.
사실 이 문헌이 근본적으로 의도하는 바는 이 호칭을 쓰는 것이 적절한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지를 교황청의 권위로 단순히 최종 결정하는 것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만약 그것만이 목적이었다면 한두 페이지의 선언문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오히려 이 문헌은 우리가 하느님의 구원 역사에서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구원자라는 이해 위에서 성모님의 역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고 여겨진다.
이 문헌에서 무척 반가웠던 부분은 성모님께서 무엇보다 사도들보다도 먼저 부르심을 받으신 첫 제자, 가장 완전한 제자라는 가르침이었다.(73항)
또 성모님의 중재자 역할에 대한 명확한 교의적 설명을 제공한 것도 반가웠다. 성모님의 중재자적 역할은 그리스도의 중재자 역할에 참여함으로 가능한 것이지, 성모님께서 ‘마치 그리스도와 평행한 어떤 중재적 역할’을 하시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믿음과 사랑으로 모범이 되시는 우리 어머니 마리아께서는 우리를 위해 늘 기도해 주고 계신다. 마치 땅 위에 계신 어머니들께서 자기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시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성모님을 비롯한 우리 모두는 기도를 통해 하느님 앞에서 서로를 위한 중재자가 되어줄 수 있다. 이것은 다름 아닌 ‘성인들의 통공’ 교리의 가르침이다.
물론 거룩한 이의 기도는 더 큰 힘을 지닌다는 것을 우리는 자연스러운 신앙 감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 생활을 깊이 하시는 분들께 기도 중에 우리의 어려운 사정을 기억해 주길 자주 부탁하는 것이다. 마치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가까운 수녀님께 기도를 청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점에 대해 문헌은 그리스도의 유일한 중개는 배타적이지 않다고 가르친다.(28항)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선을 독점하지 않으시고 당신 피조물들 특히 인간과 나누기를 바라셨다. 그리고 이 선의 ‘유비(analogia boni)’라는 원리에 따라 우리는 그리스도의 유일한 중개자적 역할에 ‘동참(participatio)’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의 가장 완전한 제자이시자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는 천국에서 하느님의 생명에 누구보다 더 깊이 일치하고 계시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당신께서 사랑하신 제자 즉, 교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어머니’로 주신(요한 19,27 참조) 성모님의 전구는 무척 힘이 있다는 것도 함께 기억되어야 한다.
그러나 성부 하느님이나 성자 예수님은 뭔가 다가가기 어려운 분이지만, 성모님은 편하게 다가가서 부탁할 수 있는 자애로운 어머니이기 때문에 성모님께 기도한다는 생각은 심각하고 위험한 신학적-영성적 오류이다. [가톨릭신문, 2025년 11월 16일, 한현택 아우구스티노 몬시뇰(교황청 복음화부 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부서 국장)]
[특별기고] 교황청 신앙교리부 공지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 바로 읽기 (하)
하느님 은총 잘 받도록 준비시켜 주시는 협력자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11월 4일 공지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Mater Populi Fidelis)’를 발표하고, “성모 마리아에게 ‘공동구속자’라는 호칭을 쓰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구속자임을 강조했다. 본지는 교황청 복음화부 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부서 국장 한현택(아우구스티노) 몬시뇰의 기고를 통해 공지의 주요 내용과 의미를 살펴보고, 성모님에 관한 표현과 성모신심이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바르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 교황청 신앙교리부 장관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이 11월 4일 로마 예수회 본부에서 성모 마리아의 구원 협력을 주제로 한 교황청 신앙교리부 공지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를 발표하고 있다. CNS공지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가 ‘공동구속자’라는 호칭을 성모님께 붙이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가르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15세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이 호칭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유일한 구원자"라는 신앙의 진리를 오해하게 만들 소지가 많은 호칭이다.
물론 여러가지 신학적 설명을 덧붙이면 이 호칭을 성모님께 붙이는 것이 무조건적인 오류가 되지는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우리는 하느님의 협력자(1코린 3,9)이고 성모님께서는 누구보다 하느님의 섭리에 깊이 협력하신 분이셨다. 성모영보 때에, 카나 혼인잔치에서 또 당신의 아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에 성모님께서는 믿음, 연민 그리고 인내로 하느님의 역사에 협력하셨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우리 역시 성모님과 같은 당신의 충실한 협력자가 되기를 바라신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서 당신 피조물의 협력을 바라신다는 것은 위대한 신앙의 신비이고, 그리스도교 은총론의 핵심이다. 하느님은 우리가 당신의 맹목적인 꼭두각시가 되길 원하지 않으셨고, 당신 모상인 우리가 지성과 의지로 당신의 섭리에 충실한 인격적 협력자가 되길 바라신다.
“너 없이 너를 창조하신 분께서는 너 없이 너를 구원하지 않으신다.”(성 아우구스티노, 「설교집」 169,13) 따라서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의 가장 뛰어난 협력자라는 의미에서 구세사 안에서 성모님의 공동적 역할을 강조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성모님의 공동적 역할이라 함은 구원의 제 1원인이신 하느님의 은총과 섭리에 종속되는 제2원인으로서의 공동성이다. “하느님께서 모든 것에 대해 직접 섭리한다는 것에서 이러한 질서를 수행하는 제 2원인들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성 토마스 아퀴나스, 「신학대전」 1부 22문 3항)
그러나 모든 사람이 같은 관점과 정도의 신학적 지식이나 이해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공동구속자’라는 호칭을 널리 사용하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마치 성모님께서 유일한 구세주이신 예수님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또 다른 구속자와 같다는 오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공지의 다음의 문장을 읽으며 신앙교리부는 이 불필요하고 위험한 오해가 더 이상 커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앙의 표현이 수없이 많은 해석과 설명을 필요로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혼란을 낳을 뿐이며 신자들의 신앙에 유익하지 않다.”(22항)
또 이 공지가 신학적으로 무척 의미있다고 생각된 부분은, 은총의 전달과 분배에서 성모님의 협력은 다름 아닌 우리가 하느님의 은총을 잘 받을 수 있게 우리를 준비시켜 주시는 역할이라고 강조하는 부분이다.
충분한 신학적 이해없이 성모님을 “모든 은총의 분배자”라고 부르는 것은 그분을 신플라톤주의적 세계관에서 신의 세계와 피조물 세계 사이에 있으면서 영적 에너지나 축복을 분배하는 일종의 중간자적 존재와 같은 분으로 오해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 그러나 성모님을 통하지 않고는 ‘하느님께서 은총을 주실 수 없다’거나 ‘하느님의 은총이 내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그릇된 것이다.
모든 은총의 샘은 오직 성삼위 하느님이시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당신의 무한한 자유 안에서 모든 사람을 직접 만나실 수 있고 직접 그들에게 성인의 중재 없이 은총을 내리실 수 있다.
물론 하느님께서는 성모님의 전구를 통해 우리가 은총의 체험으로 준비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여기신다. 마치 예수님께서 성모님의 믿음과 순명으로 태어나셨고, 카나 혼인잔치에서 성모님의 전구로 그분의 첫 표징이 일어났으며, 또 오순절에 사도들이 성모님과 함께 기도할 때 성령께서 강림하셨듯이 말이다.
공지를 읽으며, 신앙교리부는 성모님의 전구가 하느님의 구원 섭리에서 적절성(convenientia)에 해당하는 문제이지 필수성(necessitas)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님을 명확하게 정리해 두고자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실 이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성모님의 구원사적 역할에 대한 가르침의 요체이기도 하다.
또 이 부분을 묵상하며 우리가 토요일에 성모님 기념미사를 봉헌하는 교회의 전통이 떠올랐다. 미사를 봉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성모님께서 주일이 상징하는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와의 만남으로 우리를 잘 준비시켜 주시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79항에서 성모님에 대한 민중의 신심이 널리 토착화된 나라 중 멕시코, 콩고, 이탈리아와 더불어 마치 아시아에서 성모신심을 대표하는 나라처럼 우리나라가 언급된 것이 반가웠다.
‘공지를 작성하신 분들은 얼마나 많은 우리나라 사람이 성모님을 공경하고 이를 통해 예수님을 가까이 만난다는 것을 이 멀리 로마에서 어떻게 아셨던 것일까?’ 하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졌다.
[가톨릭신문, 2025년 11월 23일, 한현택 아우구스티노 몬시뇰(교황청 복음화부 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부서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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