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지오와 마음읽기: 은총의 세계(정서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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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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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와 마음읽기] 은총의 세계(정서지능)
미국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사업가인 ‘마리사 메이어’가 2012년 야후의 최고경영자로 임명되었을 때, 언론과 관련 업계는 매우 놀랐다. 그 당시 야후는 만년 침체에 빠져 4년간 최고경영자가 4명이나 교체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후임으로 임신 6개월의 여성이 임명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는 구글의 초기 직원이자 첫 여성 엔지니어로, 구글 검색 엔진과 핵심 제품 개발에 크게 기여한 실력파 인사였다. 야후의 최고경영자가 된 그녀는 출산 후 2주일 만에 업무에 복귀하고 사비로 사내 보육 시설을 마련하는 등, 그녀가 불러온 변화는 취임 후 1년간 직원들의 직장 만족도를 5년 내 최고치로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야후의 최고경영자로서 그녀에 대한 평가는 양가적이다. 높은 지적 능력과 뛰어난 업무 능력에 반하여 리더십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직원들을 비밀리에 해고하여 직장 내 두려운 분위기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직원들에게 위협이나 굴욕감을 주는 등 다소 강압적인 대인관계 기술과 공감 능력이 부족한 리더였다고 한다. 결국 그녀는 야후의 몰락을 막지 못하였고, 그 이유 중 하나로 리더로서 팀원의 감정을 배려하고 신뢰를 구축하지 못한 것을 꼽는다.
EQ(감성지수 Emotional Quotient의 약자) 열풍은 미국의 심리학자인 ‘다니엘 골먼’의 저서 ‘정서지능 Emotional Intelligence’(한국에서 ‘감성지능’혹은 ‘EQ 감성지능’으로 번역됨)에서 시작되었다. 사실 감정, 정서, 감성은 다소 혼용되고 있지만 각각 그 결이 다르다. 외부 자극에 대한 즉각적이고 강렬한 반응이 감정이라면, 정서는 감정보다 더 길게 이어지는 마음의 상태이다. 이에 비하여 감성은 이성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감정이나 정서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바탕이라 할 수 있다.
처음 ‘정서지능’의 개념을 이야기한 사람은 1990년 미국의 예일대학교 교수인 ‘피터 샐로비’와 뉴햄프셔대학교 교수인 ‘존 메이어’이다. 그들은 논문 ‘정서지능 Emotional Intelligence’(영어 원제는 골먼과 같음)에서 ‘정서지능’을 ‘정서라는 정보를 이성적으로 처리하고 조절하는 능력’이라 정의하며, IQ가 지적 능력을 말하듯 정서지능 또한 능력이라고 하였다. 이 개념을 바탕으로 골먼은 성격, 동기, 사회성 등 성공을 위해 갖추어야 할 모든 자질을 EQ라고 정의하였고, 이것이 대중화에 성공한 것이다.
‘정서지능’은 정서라는 정보를 이성적으로 처리하고 조절하는 능력
샐로비와 메이어는 ‘정서지능 모델’을 통해 정서지능의 4가지 요소를 제시했다. 바로 정서의 ‘인식’, ‘활용’, ‘이해’, ‘관리’이다. 첫째 ‘정서 인식’은 자신이나 타인의 정서를 정확하게 아는 능력으로, 자기 생각이나 몸의 상태, 상대의 표정이나 목소리 톤, 몸짓 등을 통해 자타의 정서를 읽어낼 수 있다. 둘째 ‘정서 활용’은 정서를 행동 조절에 사용하는 능력이다. 즉 어떤 일에 불안을 느낄 때 오히려 그 일을 더 준비하고자 하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셋째 ‘정서 이해’는 정서 자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분석 능력이다. 정서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으로, 시간에 따른 정서의 변화와 상황이 주는 정서의 종류를 아는 능력이다. 넷째 ‘정서 관리’는 나와 타인의 정서를 조절하여 목표 달성과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능력이다.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날 때 그 화에 휘둘리지 않고 잠시 멈추어 문제 해결 방식을 찾고자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은 정서 관리의 좋은 예이다.
이 4가지 능력은 서로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위계적이어서, 정서 인식이 되어야 정서를 활용하고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고 나아가 정서 관리까지 가능하다. 이 모델이 의미 있는 이유는 정서지능의 요소를 밝힘으로써 정서지능을 높이기 위한 훈련과 연습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서지능은 타고 나는 경우가 많지만 근육처럼 훈련으로 키워지기도 한다.
50대에 남편과 함께 영세한 K자매는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던 중 갑자기 남편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였다. 그로 인해 그녀는 하느님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성당 나오기를 거부하며 본당 자매들의 방문 권유에도 오히려 연락까지 끊어버렸다. 이 상황에 책임감을 느낀 대모는 조심스레 연락을 시도하여 그녀를 어렵게 만나 진심으로 말을 들어주고 위로하였다. 만남이 잦아지면서 대모의 진심을 알게 된 그녀는 차차 안정을 되찾고 지금은 믿음을 회복하여 대모와 함께 성당에 나간다.
“사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면 좋은 일만 생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법 없이도 살던 제 남편을 데려가시니 하느님께 화가 많이 났습니다. 그때 자매들이 와서 하느님의 뜻이다, 예수님의 고통을 생각하라, 고통에는 의미가 있다는 등의 말을 했는데, 솔직히 저는 위로가 되기는커녕 더 괴로웠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의 고통을 즐기시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대모님께서는 어떤 조언이나 충고도 하지 않고 묵묵히 제 말을 들어주시며 제 마음을 헤아려 주셨습니다. 그때 대모님이야말로 저의 분노와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준 위로의 예수님이었습니다.”
활동 대상자의 고통, 기쁨을 살피다 보면 정서 인식 능력 향상돼
가끔 불같이 화를 내는가? 혹은 어떤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격렬하게 반응하는가? 아니면 남의 감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거나, 대화 후에 오해가 자주 생기는가? 이런 상태를 극복하고 싶다면 단원 생활을 충실히 하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있다. 단원의 의무인 기도 안에서 우리는 잘못이나 결점을 발견하여 후회나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위로와 격려를 느껴 평화에 머물 수도 있다. 또한 활동하면서 만나는 대상자들의 고통이나 기쁨 등에 관심을 가지고 살피다 보면 정서에 민감하게 되어 정서 인식 능력이 향상된다.
성경 읽기 또한 정서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그 속의 인물들이 하느님과의 관계에 따라 행동을 달리하는 것을 보며 상황에 따라 우리들의 정서가 얼마나 변화무쌍한지 이해할 수 있다. 나아가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 역정을 보면서 인간 본성이나 인생에 대한 통찰도 얻게 된다. 그뿐인가! 죄책감이나 슬픔, 분노 같은 정서들도 평화와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회개와 용서의 가치를 아는 우리는, 다양한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제대로 된 단원 생활이 정서지능을 높일 수 있는 훈련의 시간이 될 수 있다. 기억하자! 우리는 높은 정서지능을 이용하여 성모님처럼 은총의 느낌들로 가득 찬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교본에 “은총은 초자연적인 사랑과 열성과 희망과 기쁨과 슬픔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인간 본성적 삶보다는 은총에 의한 삶을 살아가신 성모님께는 언제나 이러한 은총의 ‘느낌들’이 가득 차 있었다”(244쪽)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은총의 세계에도 자연 본성과 마찬가지로 감정과 애정이 있다.’(교본 244쪽)
[성모님의 군단, 2026년 1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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