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본 다시 읽기: 레지오 마리애 선서문에 나타난 신학적 문제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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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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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본 다시 읽기] 레지오 마리애 선서문에 나타난 신학적 문제점 (3)
현재 레지오 마리애 선서문의 문제가 되는 두 번째 단락은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1673~1716)의 책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 25항과 206항에 근거해 성모 마리아 신심이 너무 지나치게 강조되던 시대의 관점에서 작성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가톨릭 신앙인들 가운데 그리스도의 자비보다 성모 마리아의 자비를 더 강조한 사람들이 많았던 근세 시대의 자취가 사실상 아직도 선서문 안에 남아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삼위일체 하느님께 대한 흠숭지례(欽崇之禮), 성모 마리아께 대한 상경지례(上敬之禮), 그리고 성인들에 대한 공경지례(恭敬之禮)의 교리적 기본 구분을 확실하게 강조한다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레지오 선서문의 두 번째 단락 내용에서는, 하느님께서 성령을 통해 성자를 이 세상에 보내시어 구원 역사를 펼치심에 관한 성찰에 있어서, 성모 마리아의 역할이 지나치게 보편화되고 과장되어 강조되어 있다. 성령을 통해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구원 역사와 중개를 성모 마리아의 역할 안에서만 제한적으로 보려고 하는 것은 신학적으로 옳지 않으며, 흠숭지례와 상경지례의 교리적 구분에도 들어맞지 않는다.
이러한 신학적, 교리적 개념 구분을 쉽게 설명하기 위하여,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재위 1978~2005)은 몽포르의 수도 가족들에게 보낸 2003년 서한 3항에서, 루도비코 성인의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 225항을 인용해, 성모 마리아를 “하느님을 향한 관계”이며 “하느님의 메아리”라고 정의한다.
하느님의 아름다운 메아리
“마리아께서는 전적으로 하느님과 관계성 안에 계시기에, 나는 마리아를 하느님을 향한 관계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마리아께서는 오로지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만 존재하십니다. 마리아께서는 하느님의 메아리,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오직 하느님만을 말하고, 하느님만을 되풀이하는 하느님의 메아리십니다.”
누구든 이따금 등산을 가서 깊은 산속 골짜기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내었을 때 거듭 울려 퍼지며 되돌아오는 메아리를 들어본 적이 있다. 계속해서 높은 산을 오르내려야만 하는 우리의 험난한 인생 여정과 신앙생활에서, 성모 마리아는 나약한 죄인인 우리를 구원하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위대한 뜻이 담긴 메시지를 거듭거듭 알려주는 친절하고 아름다운 메아리시다. 그것은 자기 뜻에 따른 목소리를 우리에게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신비를 통한 하느님 구원의 기쁜 소식을 온 누리에 계속 울려 퍼지게 하는 고운 메아리인 것이다.
성모 마리아가 아름다운 메아리로서 우리에게 계속 전하고자 하는 바는 그리스도의 신비를 통한 삼위일체 하느님의 구원 역사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의 「계시 헌장」 2항은 그리스도께서 구원 진리의 중개자이며 계시의 완성자이심을 강조한다. “하느님과 인간 구원에 관한 심오한 진리가 중개자이시며 동시에 모든 계시의 충만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밝혀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계시 헌장」 4항의 제목은 <그리스도께서 계시를 완성하시다>이며,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새롭고 결정적인 계약인 그리스도의 구원 경륜은 결코 폐기되지 않을 것이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광스럽게 나타나시기 전에는(참조: 1티모 6,14; 티토 2,13) 어떠한 새로운 공적 계시도 바라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그리스도께서 ‘공적 계시의 충만한 완성자’라는 계시론적 개념은 곧 그리스도의 ‘유일무이한 구원 중개’라는 구원론적 개념과 직결된다. 계시(Revelation)와 구원(Salvation)은 삼위일체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자기 전달(self-communication)과 자기 증여(self-giving)의 단일한 신비와 역사를 드러내는 두 가지 이름이다. 따라서 계시와 구원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내적 연결성을 지닌다.
그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 헌장」 60항은, “우리 중개자는 한 분뿐이시다”라고 강조하는데, 그 성경적 근거는 다음과 같다. “하느님은 한 분이시고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중개자도 한 분이시니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당신 자신을 모든 사람의 몸값으로 내어주신 분이십니다.”(1티모 2,5-6)
이러한 그리스도의 ‘구원 중개자’ 개념을 마리아 신학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교회 헌장」 62항은 “유일한 중개자이신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의 “종속적인 구원 임무”를 분명히 구별한다. 「교회 헌장」 60항에서는 이 내용이 구체적으로 잘 설명된다.
“사람들에 대한 마리아의 어머니 임무는 그리스도의 이 유일한 중개를 절대로 흐리게 하거나 감소시키지 않고 오히려 그리스도의 힘을 보여 준다. 사실 복되신 동정녀께서 사람들에게 미치시는 모든 구원의 영향은 사물의 어떤 필연성이 아니라 하느님의 호의에서 기인하고 또 그리스도의 넘치는 공로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므로, 그 영향은 그리스도의 중개에 의지하고 거기에 온전히 달려 있고 거기에서 모든 힘을 길어 올리며, 그리스도와 믿는 이들의 직접 결합을 결코 가로막지 않고 오히려 도와준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처럼 중요한 신학적 개념 구분을 위하여, 1990년 회칙 「교회의 선교 사명」 5항에서 그리스도의 유일한 구원 중개와는 명확히 구별되는 “참여하는 중개 형태들(participated forms of mediation)” 개념을 도입해 설명한다. 이는 “오직 그리스도의 중개에서만 의미와 가치를 얻는”, 그리고 “결코 그리스도의 중개와 같거나 그것을 보완할 수 있다고 여겨서는 안 되는”, 의존적이며 종속적인 중개 형태들을 가리킨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2000년 선언 「주님이신 예수님」 12항은 이를 “참여적 중개”(participated mediation)라는 신학적 개념으로 명료히 정리한다. 성모 마리아의 “종속적인 구원 임무”는 “복되신 삼위일체에 대한 마리아의 전적인 종속성”을 전제하는 것으로서, “참여적 중개”이기에 결코 독자적이지 않고 의존적이며, “그리스도의 중개 원리와 언제나 부합하여야만” 한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87년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 38항에서, 성모 마리아의 역할은 “참여하는 중개이지만 다양하고 종속적인 형태로 그리스도의 유일한 중개에 참여하는 다른 피조물들의 중개와는 구별되는 모성적 특성”을 지니기에, “이 임무는 특별하면서도 동시에 예외적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가톨릭교회는 전통적으로 삼위일체 하느님께 대한 ‘흠숭지례’, 성모 마리아께 대한 ‘상경지례’, 그리고 성인들에 대한 ‘공경지례’의 교리적 개념 구분을 분명히 제시하는 것이다.
[성모님의 군단, 2026년 1월호, 박준양 세례자 요한 신부(서울 무염시태 Se. 전담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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