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에서 마태오 사장님으로…짜장면으로 나누는 기쁨
[앵커] 해태 타이거즈의 우승을 이끌었던 전설의 포수 최해식 씨.
중식집 사장으로 변신해 짜장면을 나눠오다가 세례까지 받았습니다.
이정민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능숙한 손놀림으로 칼질을 하고 채소를 볶아 짬뽕밥을 뚝딱 내보입니다.
1991년 쌍방울 창단 멤버이자, 1996년부터 2년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해태 타이거즈의 포수, 최해식 씨입니다.
최 씨는 글로브를 벗은 후 아내의 제안으로 2004년부터 중식집을 운영했습니다.
요리를 못했던 최 씨는 오토바이 배달만 담당하다 주방장에게 2년 동안 요리를 배웠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기초를 다지며 이제는 직접 요리는 물론 메뉴 개발까지 해냅니다.
<최해식 마태오 / 광주대교구 운남동본당>
"웍(궁중팬)을 돌리는 것은 여기 하나 놔두고 프라이팬을 이렇게, 타월 하나 넣고 이렇게 돌리고 그렇게 연습해봤죠. 계속 주방장 퇴근하면 또 계속 저녁에 연습하고 또 계속 연습하고..."
운동을 했던 덕에 최 씨는 남들보다 빠른 속도로 음식을 만들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최해식 마태오 / 광주대교구 운남동본당>
"내가 야구하면서도 이 손동작이 빨랐지만, 요리도 손동작이 빠르더라고. 그리고 거기다가 다른 주방장보다 내가 힘이 좋잖아요. 그러니까 남들보다 빨라, 속도가. 그래서 프라이팬도 다른 사람보다 큰 걸 써요."
최 씨는 짜장면으로 통 큰 나눔도 실천하고 있습니다.
장사 초반부터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씩 동네 노인정을 찾아 짜장면을 나누고 있습니다.
노인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에 많게는 500그릇까지 베풀었습니다.
<최해식 마태오 / 광주대교구 운남동본당>
“(노인복지관에서) 250명이라고 해서 한 300개 갖고 갔는데 500명 오시더라고요. 다시 만들어서 갖다드리고."
최 씨가 20년 넘게 짜장면 기부를 이어오고 있는 건 여러 사람에게 한 끼를 선사했다는 뿌듯함 때문입니다.
<최해식 마태오 / 광주대교구 운남동본당>
"그거요, 안 해본 사람은 몰라요. 한 번 해가지고 상대방이 정말 맛있게 먹잖아요? 그럼 그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아요. 내가 남을 기쁘게 해줬구나. 내가 조금 신경 쓰니까 여러 사람이 참 소중한 한 끼를 먹었구나."
최 씨는 2년 전 지인의 간곡한 권유로 뒤늦게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후 레지오와 대건회 활동도 꾸준히 해오면서, 중식당은 어느새 성당 가족들의 사랑방이 됐습니다.
[VCR]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최영호 요셉 / 광주대교구 운남동본당>
"(성당에서)레지오도 열심히 하고 미사도 안 빠지고, 특히 대건회 활동 열심히 하고. 본인이 티를 안 내면서 자연스럽게 활동하고..."
한 그릇 음식으로 기쁨을 나누고, 묵묵히 신앙을 실천하는 삶.
최해식 씨의 두 번째 인생은 오늘도 그렇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CPBC 이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