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지진과 내전에 아비규환
3월 28일 미얀마 만달레이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7.7의 강진으로 사망자가 최소 350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얀마가 지진으로 큰 충격에 빠졌다. 앞으로 더 많은 사상자가 나올 것이라는 보도와 함께 생존자들 역시 내전과 재난 속에 큰 공포에 휩싸여있다.
지진 피해가 심각한 사가잉·만달레이 지역에서 생존자 구조 및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지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은 본지에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와중에도 군부는 계속 공습을 이어가며 혼란스러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해왔다.
본지는 국제구호단체인 (사)한국희망재단(이사장 서북원 신부) 도움으로 3년 넘는 내전과 지진 재난으로 아비규환이 된 현지에서 활동하는 NGO ‘양치우’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미얀마에서 이주노동자 지원 사업을 펼쳐온 ‘양치우’ 활동가들은 지진이 발생한 순간을 “평온한 지반에 배신당한 것 같다”고 표현했다. “언제나 주민들을 끌어안아 줄 것 같던 대지가 격렬한 진동과 함께 수많은 건물을 무너뜨렸고, 많은 이가 잔해 속에 묻혀버렸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진 피해로 생명을 잃은 이가 최소 1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금도 장비·인력이 부족해 수작업으로 수색을 진행하고 있고, 복구·구조 작업은 물론 장례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직접 촬영해 보내온 사진에는 건물 잔해 더미에 깔린 아기와 시민을 향해 손을 뻗어 겨우 구조하는 등 안타까운 모습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가까스로 재난을 피한 이들의 생명 또한 위태롭다. 양치우 활동가들은 “수백만 명이 재난으로 집을 잃었지만 제대로 된 피난처조차 없어 노숙하며 지내는 상황”이라며 “살아남은 이들은 식량·물 부족에 시달리고, 무더운 날씨에 점점 더 지쳐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미얀마 양치우 활동가들이 지진으로 인해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희망재단 제공
지진으로 집을 잃은 미얀마 주민들이 임시로 설치한 천막 속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한국희망재단 제공
그러면서 활동가들은 “많은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미얀마 군부는 구조활동보다는 권력 유지에 더 몰두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지진 발생 직후 전 세계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군부는 그들의 도움을 거절하고, 구호품 전달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심지어 일부 물자를 빼돌려 자신들을 추종하는 이들에게만 전달하는 등 구호물품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활동가들은 “일부 지역에서는 공식적인 무력 사용 중단 선언에도 공습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미 군부는 2008년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때에도 국민들을 굶기고 고립시키는 전략으로 저항을 무력화시켰던 전적이 있는데,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활동가들은 재난 속에도 연대와 기도를 전하며 구호작업을 돕는 가톨릭교회에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활동가들은 “지진 발생 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한 위로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저버리고 공습을 이어가는 군부와는 극명히 대조되며, 미얀마 국민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희망의 목소리가 됐다”며 “미얀마 교회 역시 대피소를 제공하고, 긴급 구호물자를 전달하며 위기 극복에 다리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교회의 연대와 기도에 감사를 전하며 “미얀마의 평화와 정의 회복을 위해 계속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한국 교회는 재난으로 고통받는 미얀마인들의 호소에 응답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주교회의는 1일 지진으로 고통받고 있는 미얀마 가톨릭 교회에 보내는 메시지를 발표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하느님의 위로를 전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미얀마 교회를 포함한 국민 전체가 4년 넘게 내전의 고통 속에 있으며 지난 3월 28일에 발생한 대규모 지진으로 수많은 인명 피해를 겪고 있음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한국 천주교회가 국제 가톨릭 구호 네트워크와 협력해 인도적 지원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주교는 “인도적 지원이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막고 조속한 피해 복구로 이어지려면 ‘내란의 즉각적인 휴전’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며 “미얀마 정부는 국민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위하여 대화하고 협력해 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한국 교회 공식 해외 원조기구인 (재)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사장 조규만 주교)은 1일부터 모금을 시작해 미얀마에 긴급구호기금 10만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라파엘나눔도 미얀마 지진 피해복구를 위한 긴급 모금에 나섰다. 라파엘나눔은 “미얀마 사람들은 전기와 식수 공급이 중단되고 의료 지원마저 어려운 절박한 상황에서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한국희망재단은 1일부터 미얀마 지진 피해 주민을 위한 긴급지원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재단은 우선 식량과 식수를 제공하고, 긴급 구호 키트와 필수 약품 등 의료지원, 산소통과 산소 마스크·드릴 등 구조 물품까지 약 3만 7000달러(한화 약 3970만 원) 규모 물품을 현지 협력단체를 통해 전달할 계획이다.
▶미얀마 강진 피해 긴급구호 특별 모금 후원 계좌
: 우리은행 1005-701-443328, (재)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문의 : 02-2279-9204
▶미얀마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한 긴급 모금 후원 계좌
: 신한 100-033-306232 (재)라파엘나눔, 문의 : 02-744-7595
▶미얀마 긴급지원 후원계좌
: 신한은행 140-007-193205, (사)한국희망재단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