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더보기
2025년 11월 13일 (목)
(녹) 연중 제32주간 목요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연중 제32주간 화요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

스크랩 인쇄

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5-11-11 ㅣ No.186223

[연중 제32주간 화요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 루카 17,7-10 “너희도 분부를 받은대로 다 하고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느님을 믿고 그분의 뜻을 실천하는 이들을 ‘종’이라고 부르십니다. 제자들에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치시면서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하셨으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 뜻을 실천하는 이들이 당신의 ‘가족’이라고 하셨으면서, 왜 갑자기 하느님과 우리 사이를 주인과 종의 관계로 규정하시는 걸까요? 그건 부족하고 약한 존재인 우리가 스스로의 능력과 힘으로 뭔가를 제 뜻대로 해낼 수 있다는 교만한 생각을 품지 않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결국 만물을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뜻대로 됩니다. ‘하느님의 일’을 할 때에도 우리가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서, 우리를 통해서 당신의 뜻을 이루시는 것이지요. 그러니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자랑할 일도, 대가를 바랄 권리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예수님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종’처럼 하라고 하십니다. 그래야 하느님 앞에서 자신을 높이려는 교만한 마음을 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모든 일을 제 뜻대로 하려는 고집을 부리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시키는대로, 맹목적으로 복종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특별한 임무를 맡기시어 세상에 파견하셨다는 ‘소명의식’을 지녀야 합니다. 그래야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하느님의 뜻을 생각하며,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성실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일의 결과는 온전히 하느님 손에 맡겨드려야 합니다. 그래야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자신있게, 그 일을 하는 과정 자체에 충실하며 그것이 주는 기쁨과 보람을 온전히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드리는 이 고백은 나 자신이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자기 비하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을 닮은 모상으로, 한 사람 한 사람 특별한 지향과 뜻을 담아서, 당신 보시기에 참 좋게 창조하신 우리가 쓸모 없을 리가 없지요. 이 고백은 하느님께 대한 전적인 신뢰와 완전한 의탁을 의미합니다. 전능하신 하느님에 비하면 이 작은 나는 참으로 부족하고 약하며 보잘 것 없지만, 하느님을 굳게 믿으며 그분의 섭리 안에서 그분께서 바라시는 것을 최선을 다해 행하면, 하느님께서 나의 부족함을 채워 완전한 선을 이루실 거라고 신뢰하는 것이지요. 그런 굳은 신뢰를 가지고 있어야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탁할 수 있고, 그분께서 이루실 선을 희망하며 지금 이 순간을 기쁘게 살아갈 수 있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앙생활을 ‘일’로 여기지 말아야겠습니다. 신앙생활을 그저 의무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로 여기면 그 일에 대한 대가를 하느님께 요구하려고 들 것입니다. 그러면 신앙이 주는 참된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없고, 그 두가지 없이는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기도든 미사참례든 성경 묵상이든 하느님을 향한 사랑으로, 하느님과 그분 뜻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어서,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제대로 따르려고 하면 사랑을 위해 하는 일이기에 힘든 줄도 모르고 기쁘게 하게 됩니다. 우리는 그 기쁨에서 이 팍팍한 세상을 살아갈 참된 위로와 힘을 얻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33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