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노년의 인생길

스크랩 인쇄

김현 [kimhh1478] 쪽지 캡슐

2021-03-03 ㅣ No.99204

 

노년의 인생길

 

주말이 되면 알차게 보내자고 다짐해 본다.

해야 할 일이 많아 밀린 일들을 하루에 모두 할 수는 없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간 연락 못 한 친척, 친구에게 안부를 묻고 싶다.

그러나

나는 주말이 되면 아파트의 노인정을 찾아 작은 봉사를 하곤 했다.

노인정에는 팔순 이상인 고령의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집에서 할 수 있는 밀전이나 감자를 쪄서 점심시간이 지난 3~4시경에 방문을 한다.

내가 해 간 음식을 맛있게 남김없이 다 드신다.

“더운 날씨에 전을 부치기가 얼마나 힘든데 해 왔노” 하며 좋아들 하신다.

그런 인연으로 길을 가다가도 나를 알아보며 반겨 주신다.

사람은 누구나 늙어 간다.

나도, 너도, 모두 비켜 갈 수 없는 노년의 인생길!

요즈음 100세 시대를 살아내는 분들이 많아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물론 몸 아프지 않고 주위 사람에게 신세만 지지 않는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지만

노인정에도 80세는 다반사, 90세를 넘긴 어르신들도 몇 분 계신다.

“요즘 이 더위를 어떻게 이겨 내세요?” 하고 물으니 “늙어서 일을 안 해도 되니 더운 줄 모른다”고 하신다.

고(故) 박완서 선생님 말씀이 생각난다.

‘나이가 들으니 헐렁한 고무줄 바지를 입어도 누가 뭐랄 사람 없고,

내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많아 마음을 들볶지 않으니, 세상 이처럼 편할 수 없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다.

 

물 흐르듯 그저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면 된다.

생각나지도 않는 일을 굳이 해낼 것도 없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살 수 있으니 좋고 얼마나 편한 삶인가, 늙어 가는 일이….

주위에 눈에 들어오던 몇 분이 안 보인다. 여쭤보니까 한 분은 하늘나라로 가시고

두 분은 요양병원에 가셨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을 못 이기시고 병이 나신 게다.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 들어보니 육십이 다 되었는데도 장가를 가지 않은

아들 두 명을 구순의 노인이 끼니를 챙겨 주신다고 한다.

 

부모라면 자식들이 장성을 해 시집 장가가서 가정을 꾸려 오순도순 살기를 누구나 원할 것이다.

결혼을 해도 아기들을 안 낳고 자신들만 즐기며 살겠다는 젊은 부부들의 현실이 만연하다.

이웃나라를 닮아 가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 듯, 앞서는 것 같아 왠지 걱정이 앞선다.

한쪽에서 병문안을 가자는 분, 안 간다고 하시는 분들로 의견이 갈리었다.

“함께 지낸 시간들이 있었는데 건강이 허락되면 가 보셔야죠.

마지막 길이 될 수도 있는데요”라고 말씀드렸다. 연세 든 어르신들은 하루하루를 기약할 수 없다.

오늘 밝고 건강한 모습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오늘 내가 해 온 간식거리를 맛있게 드신 것만 해도 나의 주말 하루는 깃털처럼 가볍게 하늘을 날 것만 같다.

박영하(호세아) 시인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985 2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