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세상구경 참 잘했네♬~순례길106처(광희문성지/종로성당성지/가회동성당/혜화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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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남 [agnes536] 쪽지 캡슐

2022-01-13 ㅣ No.100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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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에는 눈이 안오면 강릉쪽으로 길떠나 볼까나?"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어느 새벽미사 시간이다.

'광희문 성지'의 여러 장면들과 함께 성지의 내력들이 소개되는 것을 보는 순간

'이번주는 광희문성지와 함께 서울순례길을 돌아야겠다'는 생각이 팍 꽂혔다.


기도중에도.... 일상중에도 .... 순례길 중에도... 늘 성령의 이끄심을 크게 작게

느껴가는 리노할매는 이 또한 우리 하느님 성령의 이끄심이 하필 그시간

저 멀리 신리성지도 아니고, 지석리 성지도 아닌.... 가까운데도 생소한 광.희.문!


토요일 일찍 길떠나며....

"반석아부지, 오늘은 광희문 성지로 출발합니다.~"

"에이~ 거긴 내가 어려서부터 매일 지나다니며 보던 곳인데

뭐 볼것있다고..."

종로구 인사동 9번지가 본적인 리노할배는 서울 토박이 양반이다.


시큰둥해하는 할배의 말을 뭉개며...

"교구청순례길도 에이~ 눈에익도록 자주보던 광희문도 별로~ 하지말고

오늘도 아부지가 이끄시는 대로 암말말고 기냥 가보입시더....!!"


서울 순례 길 모두 3코스인데 오늘은 광희문 성지서부터 시작해 보기로 하고

네비양이 가리키는 대로 강변북로~용산~삼각지로타리를 경유하며 도심의 느린길을

삐거덕거리며 달려간다.


숲과 물과 파란 하늘이 없는대신.... 우뚝우뚝 솟아있어 나름대로 자신의 멋들어짐과

웅대함을 뽐내는 빌딩의 회색 숲들과 뿌연 잿빛하늘은 눈발이라도 날리려나 한껏 움츠러져 있다.

저 멀리 산정상 하늘과 맞닿은 꼭대기 남산타워도 나름대로 근사한 노안의 망원렌즈에 포착!

오늘도 꼬불꼬불 이상한 길로 안내하는 네비양은 한번씩 주인들을 골탕먹이는 재미가

쏠쏠한지....크고넓은 도로 놔두고... 꼭대기 골목동네길 사이사이 누비게 만든다...!!


서울 중구 퇴계로348(신당동)에 오늘도 늠름히 서있는 광희문은

1396년 한양도성을 창건할때 세운 서울의 4대문 사이에 위치한 4개의 소문중의

하나이며 서소문과 함께 한양 도성안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시신을 도성 밖으로

내보내는 문으로 사용되어 시구문으로도 불렸다한다.


광희문 밖은 수많은 성인. 복자들과 무명의 순교자들이 묻히고 버려졌던 곳이며

순교자들의 주검과 피를 통해 성화된 중요한 이시대의 성지라 할수있더라~


유료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성문만을 바라보고 걸어가는데 성문건너편 바로

앞에 우뚝선 날렵한 건물에 순교자 현양관이란 팻말이 붙어있어

"아고~ 추운데 밖에서 우짜노" 했는데 우선 반가운 김에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손소독하세요~. 방문기록지 쓰세요~.본인것만 쓰세요~"

"아니~ 요앞에 금방 남편이 들어올낀데 그냥 내가 쓰면 안돼요?"

"본인것만 기록하세요...일도양단 뚝!

 

잠깐만요... 내가 남편오시면 설명해드릴 테니까.

내게서 저만치 떨어져서 마스크는 확 올려 써주세요."


'씨~ 뭐 이런 사람이 다있노... 되게 딱딱하게 구네~" 기분이 확 구겨지려한다.

척보믄 백신3차 접종자 흰머리 할매로 안보이나?...


할배가 들어오자마자 할매가 귀뜸해준다

"쉿! 여기다 어서 본인기록 적고.... 아무말 묻지말고요.."


모든게 완벽하게 정리되자 유리문 앞에 와서 광희문 성지에 대해 가이드해주는

대건안드레아 형제는 시간이 갈수록.... "뭬야~ 아까 그사람 맞아?.."


연신 고개를 끄덕여대며 감동에 젖어가는 두 노인네를 갈켜가며 젊은 40대

후반쯤의 형제는 말랑말랑~~ 해파리처럼 부드러워져 간다.

신당동 성당주임 신부로 계시던 고. 한정관 바오로 신부님의 열정과 순교지에 대한

사랑과 애틋함이 여러학자들과 함께 그날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연구하여

광희문 밖의 수많은 무명 순교자들과 새롭게 이름이 밝혀진

794위를 현양하고 기리기위해 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격려. 후원으로 순교자현양관을

2018. 9.14 염수정 추기경의 주례로 축복식을 거행했다 한다.


박해시대에는 광희문이 시구문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순교자들이 하느님 나라로

개선하신 개선문이 되어, 살아있는 우리모두와 서로 영적으로 교류하고 교감하는

영적 소통의 현장이 되기를 바라던 고. 한정관 바오로 신부의 영전에 깊이 감사드린다.


끊일줄 모르고 이어지는 형제의 말은 이제 이지역의 내력까지 일러주며 한껏 흥을 돋운다

"하도 시신들이 쌓여들 가니까 당시의 민초들은 영혼을 달래준다며 여기저기 신들을 찾는

무당집들이 많이 생겨났다고 동네이름이 신당동(신당리)라 지어졌다 하고...


당시 한강나루터에서 제일 가까운 문이 이 광희문이라... 이곳을 오가며 북쪽의 상인들이 먼길을

걸어다니느라 짚신이 하도 닳아빠지고, 옷도 헤지다보니... 자연히 이동네서 신발. 옷가게들이

즐비하게 생겨나서 동대문시장의 유래가 되었다 하고...ㅋㅋ


왕십리란 동네는 어떠 고승이 길을 가다 예언하기를...

이곳에서 어느쪽으로 십리만 가서 거기다 궁궐을 세우면 만복이 들어온다는 예언대로

경복궁이 탄생했다해서.... 예언한 그 자리가 왕십리(십리를 걸어간다는 뜻)가 되었다고... ㅎㅎ


세상에~ 이 양반이 이리도 순하고, 열정적이고,,, 친절하게 안내해주다니..

내가 참 사람보는 눈이 어두워 죄송합니다. 속으로 하느님께 양심성찰을 해본다.

참으로 좁고 협소한 장소에 서계신 성모님께 오늘도 정성으로 초 열개를 밝히며

모두를 위해 봉헌의 기도 올려드리고...

한정관 신부님이 집필하신 책도 한권사고... 2층 휴게실을 통과... 3층 성전으로 올라간다.

미사가 목.금.토 일요일 3시에 있다지만 4-5명만 들어서도 넉넉찮은 작은 공간의

금싸라기 성전이다.


이리도 좁고 협소하니 되도록 멀리떨어져 달라는 부탁의 말이 세상속 휘젓고 다니는 갑질의

행태로 오해가 될뻔한 것이다?....^^

율법교사와 비스무리하다고 ..엉터리 리노할매의 잣대로.ㅋ


내일이 주님 세례축일이라 오늘로서 동방의 세박사도 돌아가고... 아기예수님도 깨어나

아장아장... 부지런히 요셉아버지 도와드리려 가고 없을 텐데도.... 어라~?

두 발가락 이불밖으로 내놓은채 눈만 감고 계시다.... 뭔가 심통이라도 나셨나? 아래층에서

리노할매처럼...

아항! 엄마 아빠, 가 없는걸 보니 아마도 동방박사 세사람 살펴가라고 인사하러 나갔나

본데 그라몬 안되지예~! 쫌 있으면 두분 오실끼라예~!^^ 달래며 인사하고 나오는

오늘도 쓸데없이 낑겨드는 유정의 리노할매다.


다음코스를 향하여~ 종로3가에 위치한 종로성당성지를 찾아 길 떠난다.

이곳 또한 비싼 금싸라기 땅이라 주차장을 찾다가 지하 공영주차장 한곳에

차를 세워두고 지상으로 올라오니 온통 노인네들이 바글바글....뭔일인고?

싶어 둘러보는데... 종묘공원이라 명명된 그곳에는 어찌도 그리 많은 노장의

할배들이 모여들 앉아 바둑돌 놀이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지./.

 

또 한켠으론 제법 깨끗한 옷차림의 할배들이 참선을 하는지 부처같은 몸짓으로

한쪽손을 얼굴앞에 올리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있다.


또 한 양반의 할배는 화단을 꾸미느라 정신이 없다. 흙을 다독이고 눌러가며

혼신을 다해 알록달록한 조화꽃송이들을 화단에 심으며 나름대로 하루의 시간에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는듯 열심이다.


저만치 벤치에 앉은 노인은 뜨거운 사발면을 후후~ 불어가며 추위로부터

온기를 끄집어 내느라 행복하고...

"아니~ 옛날엔 탑골 파고다 공원에 노인네들이 많이 모여들 있다카더만

여기도 이리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들을 떨쳐내느라 무심의 날들을 보내고 있네..

에구~~ 우리 리노할배는 하느님 잘 만난 덕분에 아직은 바쁘게 살고 있는게

저 사람들한테는 미안하지만서도 참 감사하네... "

 

   

포도청 순례지 성당의 이름이 붙은 종로성당문을 열고 들어가 

이제는 모두가 다 일상으로 돌아간 제대앞에 앉아 십자가의 예수님께

성체찬미가를 올려드리고 나와 지하에 마련된 그날의 순교현장 옥터에서

일어난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적인 사건과 의미를 일깨우고 선조들의 신앙 모범을

따르기 위해 마련된 순교자 현양관을 둘러보았다.                                                               

 

리델주교의 옥중 형장일기가 그날의 참혹함과 두려움을 샅샅이 전해주고 있고...

  

유대철 베드로. 어린순교자의 용감무쌍한 하느님사랑의 증거자 이야기도 있고...

이땅의 많은 순교자들이 거의 거쳐간 포도청, 옥사들의 장면들과 이름들이

오늘 이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시한번 하느님을 증거하며 살아가는 길의

참 생과사의 진리를 깨우쳐 주고 있다.

돌아도 돌아도 미안스럽고 송구한 그날의 형장들을 순례하며 올라와 또

지상에 흔적으로 남아있는 6-7곳을 찾아 차가운 아스팔트위 순례의길 더듬는다.

종로성당~좌포도청~의금부터~전옥서터~우포도청터~형조터~경기감영터의

길고긴 길을 희끗희끗 흩날리는 눈발사이로 걸어간다.


종로3가서 부터 시작된 도보순례길은 종묘를 지나고 지금은 임시선별소가 되어있는

파고다 공원을 지나가는데... 할배가 어려서 매일 놀던 공원안 추억의 장소들을

주섬주섬 섬기는 바람에 종묘공원으로 옮겨가 노인들이 사라진 공원안을 둘러본다.


13층 석탑이 어릴땐 엄청 크기만 했고, 옆으로 난 쪽문 담장너머로 형들과 함께 큰나무 가지에

매달려 밖으로 탈출하는 놀이도 참 스릴나게 재미있었다는 리노할배의 65 년여전의 추억의 장소를

소중하고 귀한 마음에 담고 또 걷는다.

 

종로1가~건너편 종각역~광화문역을 거쳐

세종문화회관앞에 있는 형조터를 찾아가는데 광화문광장이 공사중에 있어

도저히 찾을 길이없어 성당에 전화걸어 물어보니 그냥통과하시란다. 공사중이라고...

세종대왕앞 땅바닥을 동서남북 돌아가며 훑어도 안보이길레....그냥가자!

          

대관앞 옆벽을 지나 화장실을 다녀온다는 할배의 등뒤를 바라보다 ....이상해~!

저게 뭐꼬?.. 왼쪽 담벼락에 붙어서있는 형조터 안내팻말!


"세상에~ 할배요! 빨랑 와보이소... 아까도 이리로 지나갔는데 이게 언제

여기와 서있는교? 참.참. 참..알다가도 모르겠네..

"

이 찰나의 짧은 순간을 또 우리는 성령의 바람에 감사하며 아현동 적십자병원

앞에 있다는 경기감영터를 향해 느린 발걸음을 옮겨간다.

     

서대문역 4번출구와 적십자병원 중간에 표시되어있다는 감영터는 몇번을 돌아도

당최 나타나지 않아 또 성당에 전화를 걸어 물어본다.


"출구앞이 아니고 뒤쪽 길다란 간판이 서있는 곳 아래 땅을 살펴보면 있다"는

말을 듣고 뒤를 돌아 찬찬히 더듬거려 보니 "에구~" 땅바닥에 붙어있을 만큼

쬐끄만 네모현판하나 숨어있어 보물찾기 놀이하듯 반갑다.

할배와 함께 타본...기억에도 없는 지하철을 타고는 광화문을 지나 종로3가에 내려

주차장을 가는길에는 아직도 할배들이 바둑놀이에 갈곳을 잊고 있다.

장장 3~4시간을 모든것들이 터져나가는 도심의 한가운데를 옛날의 시간들을 찾아

길떠나 갔다온 리노할배. 할매는 오늘도 지친몸을 안고 뿌듯하다.

  

"다음은 어디야?.."

"가회동 성당인데 순교와는 어떤 사인지 잘 몰라요.. 그냥 가라고만 돼있데요"

종로통과는 달리 조용하고 좀은 느긋한 동네가운데 한옥을 입은 고고한 자태의

작은 성전이 우리를 맞는다.


성전앞에 비치된 스템프도장은 누구라도 먼저찍고 들어오라는 듯...

제일 눈에 먼저 띄게 앉아있더라.~


성모님께 인사올리고.... 성전앞 예수님 알현하러 들어가는데

사무장과 관리인이 저녁미사 준비하며 못들어가게 하며

"우리 성당 신자도 30%만 참례할수 있다"며 밖에서만 둘러보고

가라며 죄송하단다.

주문모 신부에 의하여 한국 최초로 미사가 봉헌된 최인길의

집 터 관할 성당인 가회동 성당은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57(가회동 30-3) 소재. 1949년 9월 명동 본당에서 분리

설립되었고. 설립 당시 주보는 선교의 수호자인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였으나,

2014년 124위 시복식을 계기로 복자 주문모 야고보와 복녀 강완숙 골롬바를

공동 주보로 정해 2018년 3월 30일 교구장의 승인을 받았다한다.


최인길.윤유일.지황의 세사람이 주문모신부의 조선입국을 도와 하느님복음을

증거하다 포도청에 체포되어 순교하였고, 강완숙골롬바의 집에 숨어 지내던

주문모 신부 또한 강완숙골롬바와 함께 순교하였다는 역사의 기록을 품고있는

가회동 성당은 일층 입구 사랑방 별채처럼 지어진 방에 그날의 역사속 장면과

기록들이 전시되어 순례자들의 좋은 귀감으로 보존되어 있다한다.


"에구~ 할수없지 뭐~ 저어쪽 구석에 누워계신 아기예수님이라도

보고 가야지 뭐~! " "예수님~ 안녕!"

오늘의 마지막 순례지... 혜화동성당을 향해 날은다....!

이곳또한 추억의 장소인것이 세천사 에미 데레사가 귀국하여

다시 독일로 가기전 6개월간 미사반주를 하던 성당이라 하느님께는

쫌 죄송스럽지만 그래도 한의미의 장소로 남아있는게 감사하다.

   

이미 날은 어두워져가는데도,... 열려있는 성전문을 밀고 들어가

새로운 감회로 예수님께 성체찬미가를 올려드리고 앉아 생각에 잠겨본다.

이곳에서 미사하셨다던 김수환추기경님의 삶의 시간들을 떠올려 보며

이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그분의 얼과 믿음의 향기가 스며들기를

소망한다 .....

이제는 어두워진 성전 담벼락에 불밝히고 있는 십자가의 길을 걸어간다.

이번 순례길엔 십사처를 못만나 처음걸어가는 오늘의 십자가의 길에

정성껏 마음을 모은다.

         

담장건너 대로변을 질주하는 온갖 차들의 고성굉음들이 기도길을

어지럽혀 대지만서도 잡다한 세상사 그냥 지나가자고 성모님이

끌어대신다.


삼종기도의 마지막 종이 땡~땡~땡~ 끝없이 이어진다.

안성땅 성전꼭대기에서도...

저 멀리 괴산땅 성전꼭대기의 종도 똑같이 울어대리라~

땡~땡~땡~ ♬~~~


온 하늘을 날아올라 아름다운 통공의 기도향되어 퍼져나가리라~

너와... 나... 우리모두의 믿음, 희망. 사랑을 담아

지극히 높으신 우리 아버지 대전으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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