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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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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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kimhh1478] 쪽지 캡슐

2021-03-02 ㅣ No.99193

 

 

 

좋은 남편


예전에 프랑스 파리 시내에 있는 파리외방전교회 총본부에서 병인년 순교 150주년을 맞이해,

순교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했습니다. 이 심포지엄을 연 주최는 우리 수도회였고,

파리외방전교회에서 적극적으로 후원을 해주었습니다. 준비는 프랑스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

우리 수도회 신부님들이 했습니다. 그리고 총원장 신부님께서는 순교영성연구소

소장 소임을 맡고 있는 제가 그 행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습니다. 당시 여러 가지 일이 많았지만,

그 행사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 있어서 다른 모든 일정을 접고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행사 중에 프랑스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 우리 수도회 형제들의 얼굴과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함이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그 심포지엄 행사 둘째 날 저녁에는 파리외방전교회 성당에서 음악회도 준비했습니다.

그 음악회를 위해 한국에서도 성악가를 비롯하여 4명의 전문 음악인들이 함께 파리에 갔습니다.

그 음악인들 중에 한 명은 우리 수도회 신부님의 여동생이었고, 임신 중이었습니다.

그 여동생은 임신 중임에도 불구하고 그 행사가 주는 의미가 너무나도 뜻깊어서 자

신의 건강과 시간을 내어 그 행사에 동참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행사는 잘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까지 이틀 정도 시간이 있어,

우리 모든 일행은 파리에 있는 미술관을 찾아 갔습니다. 그날은 다른 미술관이 쉬는 날이고,

단지 오랑주리 미술관만 문을 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상파 화가인 모네가 그린 수련을 보기로 했습니다.

다른 미술관이 다 휴관이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모네의 그림이 주는 감동이 커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오랑주리 미술관에 도착했을 때 길게 드리워진 줄을 보고 그만. 기가 막혔습니다.

암튼 다른 일행은 줄을 서서 기다렸고, 나와 우리 수도회 신부님 여동생은 길게 드리워진 줄 근처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여동생과 이런 저런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었고 그러면서 미술관 입장을 기다렸습니다.

 

거의 두 시간 정도 기다렸을까, 가까스로 미술관에 들어갔고,

나는 우리 수도회 신부님의 임신한 여동생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함께 작품들을 관람했습니다.

모네의 수련을 감상하기 위한 자리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앉아 있었는데,

나는 눈치를 보고 있다가 자리가 나자 그 여동생을 앉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모네의 수련앞에서 사진도 찍어주고, 다른 홀에서 그림을 보다가 자리가 나면

또 다시 그 자리를 맡아서 여동생을 앉히면서 나름 배려를 해주었습니다.

 

암튼 나도 나름 배가 나와 봐서 알지만(?), 임신 6개월 정도의 배를 가지고 이곳저곳을 움직이는 것은

힘들기는 한가 봅니다. 우리 수도회 신부님 여동생은 나의 배려에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미술관에서 모네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우리의 모습이 주변 외국인들 눈에도 그저 좋게 보였나봅니다. 우리와 비슷하게 줄을 섰고,

우리와 같이 입장을 했고, 우리와 같이 그림을 감상하시던 어느 할머니가 나에게 말을 건네셨습니다.

당신 참 좋은 남편이에요. 두 사람이 행복하기를 빌어요!

아이고! 이런.그렇다고 그 할머니에게 상황을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고 해서,

그냥 감사합니다.는 말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배려, 좋은 남편’…. 암튼 사람이 사람에게 친절하게 배려하는 그 모습은

전 세계 어느 누구에게나 좋은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 같았습니다.

배려한다는 것은 부부뿐 아니라, 모든 삶에 통용되는 좋은 모습 같습니다.

암튼 살면서 누군가의 좋은 남편이라는 말도 들어 보면서 좋은 화가가 그린 좋은 그림을 보고 왔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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