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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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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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식 [big-llight] 쪽지 캡슐

2021-09-15 ㅣ No.223483

 

 

어느 날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지만,

치료시기를 놓쳐 의사로부터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이가 있었습니다.

 

그 뒤로 몸에 좋다는 약도 써보고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지만,

그의 병세는 조금도 좋아지지가 않았습니다.

 

끝내 그는 자신의 죽음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하였고

삶의 마지막을 차분히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에 정리해야 할 일들을 꼼꼼하게 적어가다가

그래도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 감정들이 하나둘 생각났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그 사이 영영 지울 수가 없이 자꾸만 쌓여온

온갖 한으로 얼룩지고 엉긴 무섭고 무거운 용서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용서해야 할 이들의 이름을 천천히 써 보았습니다.

물론 그 일까지도 생각나는 쭉쭉 그대로 간단간단 메모했습니다.

 

그리고는 몇 날 며칠을 기도로 하느님과 성모님을 찾았습니다.

드디어 그는 그간 용서하지 못했던 그들과 그 일들을

이제는 이미 지워진 일들로 잊자면서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종이에 적힌 사람들에게 연락해 안부를 묻고는

과거의 과오를 말끔하게 용서한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선

그들도 이젠 마음의 짐을 내려놓길 바라며 축복을 빌었습니다.

 

그렇게 가슴속에 응어리졌던 일들과 쌓인 화를 하나씩 풀고 나니

지금껏 누리지 못했던 평안함이 자신에게 찾아왔습니다.

 

병이 치료되는 그 기적은 끝까지 일어나지 않았지만,

점점 나빠지는 병세에 고통이 심해졌음에도 그는 평온함을 유지했으며,

점차 편안한 모습으로 자신의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용서하지 못한 마음의 무게는 마음을 짓누르다 못해 분노를 일으키고

급기야는 행복을 소멸시키며 결국 자신의 삶까지도 망가뜨립니다.

결국 용서는 남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내가 받은 상처로 누군가의 용서가 참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용서하지 않는 내 마음의 상처 또한 결코 나을 수 없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다른 이가 용서해 달라고 구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신이 용서해 줄 때에 평안해질 것입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 중의 하나가 용서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올바른 기도를 일러주시면서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 기도에 담긴 핵심입니다(마태 6,5-15 참조).

 

너희가 다른 사람들의 허물을 용서하면,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허물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마태 6,14-15)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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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겸손,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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